대학 중심교육 벗어나 '아이디어로 수익모델 창출' 나서야
기회추구형 창업통해 리스크 줄이고 행정절차 간소화 모색
기회추구형 창업통해 리스크 줄이고 행정절차 간소화 모색
■ 2015~2020 `골든타임`…혁신나선 한국경제
전 세계적으로 벤처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야후를 이어 구글이, 구글을 이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젊은 창업가들의 성공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벤처 창업의 열기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벤처 창업을 고용 없는 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판단해 청년 창업 활성화에 정책적 관심을 쏟고 있다.
창업은 국가경제발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개발도상국 단계에서는 신규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GDP가 상승하다가 산업이 어느 정도 성숙되면 창업 활동은 최저점에 머물게 되고 그 후 GDP 3만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창업활동이 다시 활발해 져야 한다는 세계기업가정신모니터(GEM)이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원리를 우리나라에 대입해 보면 2014년 1인당 GDP는 2만8739달러, 세계 29위로 GDP 3만달러 이상의 선진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창업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창업 지원 실태=선진국들은 창업을 고용창출과 혁신의 핵심원천으로 인식해 청년층과 기술인력의 창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창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오바마정부는 기업가 정신 고취를 국가혁신전략(2009)의 핵심과제로 채택했고 EU도 "기업가 정신없이 유럽의 미래 없다"는 기치 아래 기업가 정신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1990년대부터 기업가 정신 교육 강화를 정강정책으로 채택하는 등 창업 지원 정책 추진에 여념이 없다. 나아가 최근에는 중국까지도 신흥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국가적 차원에서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청년창업지원 정책을 운영했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지역 특화 지원 사업 및 자금 융자 사업, 창업경진대회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도 디캠프, 마루180 등과 같은 창업 지원을 위한 공동업무공간 및 창업 네트워크 지원을 위한 공간들이 자생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세계은행이 매년 진행하고 있는 기업환경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창업 부문 순위는 지난 2008년 126위에서 지난해 17위로 109단계나 급성장했다.
다만 이런 창업 환경 속에서도 전체 신설법인 중 20~30대 청년층의 창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년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30대가 만든 신설법인은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8년만 해도 전체의 31%를 차지했고 2009년 30.6%, 2010년 30.7% 등 3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30∼39세가 세운 신설법인 비중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2008년 27%에서 올해는 22.4%로 5%p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과거 벤처 버블 붕괴로 인한 청년의 기업가 정신이 약화되고, 창업 초기 투자가 위축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벤처 창업 활성화 위해 창업 교육 확충 필요=경기 불황이라는 직접적인 요인 외에도 사회 전반의 창업 분위기가 미흡하다는 점도 청년 창업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창업에 따르는 위험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해 청년들이 쉬이 창업에 나서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학교 등 고등교육 기관 차원의 창업 교육도 실효성이 낮은 현실이다. 정부 차원에서 창업에 따른 연대보증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시중 은행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대학교 차원의 창업 교육도 일반 교양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대학교 졸업 이후 창업을 개시한 청년 창업가들은 창업에 따르는 세금 문제와 같은 각종 행정적인 절차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다. 지난 2010년에 창업한 기업 솔루션 스타트업 치즈사우르스의 대표 박계균(32)씨는 "세금 문제와 동료 또는 직원 채용 등 창업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실제 초기 창업에 따르는 어려움을 해소한 치즈사우르스는 창업 1년이 지난 이후부터 외환은행, 미래에셋생명 등의 폐쇄망 구축 사업을 수행하는 등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창업에 따르는 각종 행정적 절차들을 간소화하고,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때야 말로 창업가들의 연쇄적인 창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선정한 '청년 창업가의 성공 DNA 8선'에서도 최고의 덕목을 '자신의 일에 가치를 둔다', '놀이처럼 일을 하다' 등을 꼽았다. 2012년 창업한 웨딩 애플리케이션 개발 스타트업 굿웨이브 창업자들의 사례에서도 이같은 최근 청년 창업에 대한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난다. 이원엽 굿웨이브 공동대표는 "산업마다 꼬인 부분을 풀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회사의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또 그가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분야 역시도 사물인터넷(IoT)를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 서비스다.
김영진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성공한 청년창업가들은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넘어 가치를 추구하고 생계형 창업이 아닌 기회추구형 창업을 통해 창업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등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청년창업 열기를 더욱 확산시키고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창업에 대한 인식개선, 실질적 창업지원, 새로운 창업영역의 확대 등 사회 각 구성원들의 공동의 노력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초기 창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의 대부분이 대학의 뿌리 깊은 취업 중심 교육 문화에서 비롯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그간 대학과 연구재단의 노력으로 전반적인 교육 문화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학이 유망 산업을 발굴할 수 있는 산학 협력 기능을 강화하는 것뿐 아니라 똑똑한 인재들이 창업에 나설 수 있고 대기업까지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창업 교육 자체를 차차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본적인 행정 절차와 경영에 대한 창업 교육 외에도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사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수익 모델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대학의 창업 교육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대학에서부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수익 모델을 마련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진다면 창업 뿐 아니라 대기업 역시도 기업가 정신을 가진 학생들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취업 문화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dt.co.kr
유근일기자 ryury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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