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다임러 등 완성차 2차전지 사업서 손떼... LG화학-삼성SDS-SK이노, 주도권 경쟁
닛산에 이어 다임러 등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용 리튬이온 2차전지 배터리 사업에서 손을 떼고 대신 국산 배터리를 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대형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인 LG화학과 소형 1위인 삼성SDI,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 등이 친환경차 배터리 초기 시장 주도권 확보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다임러는 2008년 배터리 제조업체인 에보닉과 세운 합작사인 리텍(Li-Tec)의 에보닉 지분 50.1%를 최근 인수하고, 오는 12월부터 배터리 셀 생산을 중단하는 등 사실상 사업 철수 작업을 시작했다. 아울러 공장 인력들을 배터리 팩을 제조하는 또 다른 자회사인 도이치 아큐모티브로 보내고 외부에서 배터리 셀을 구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임러 관계자는 외신을 통해 "배터리 셀 생산량 대비 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자동차 제조 업체가 배터리 셀 자체를 생산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외신에서는 유력한 배터리 셀 공급 업체로 LG화학을 꼽고 있다.
다임러는 아울러 SK이노베이션과도 차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2개 모델에 리튬이온 2차전지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임러뿐 아니라 닛산도 상황은 비슷하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지난 9월 "닛산이 기존 배터리 업체 AESC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구매해 왔지만, 앞으로 구매처를 LG화학을 포함해 외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닛산은 2009년 일본 NEC와 합작해 AESC의 배터리를 전기차 등에 탑재했으나, 가격 경쟁력에서 LG화학 등에 비해 15%가량 비싸 결국 외부 조달로 결론짓는 분위기다.
완성차 업체들의 이 같은 선택은 초기 친환경차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력 역시 스마트폰 등 소형 배터리에서 검증받은 배터리 제조업체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들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와 BMW 등 일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처음부터 배터리 셀을 외부에서 들여와 사용 중이다.
이에 따라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의 자동차용 배터리 초기 시장 주도권 확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LG화학은 배터리 안정성의 핵심 기술인 SRS(안전성강화분리막) 등 특허기술을 앞세워 현대·기아차는 물론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20여곳에 이르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SDI 역시 BMW 등 10여곳의 완성차 업체와 거래하고 있으며,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 역시 기아차 전기차 쏘울에 배터리를 공급한 데 이어 베이징자동차그룹, 베이징전공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중국에 세우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오는 2018년 13조2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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