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분야
기간통신사업자 외국 지분투자제한 49%로 유지
공정·투명성 통상원칙 확인… 부가통신은 '불리'
값싼 스마트기기 쏟아져 국내 산업 타격도 예상
기간통신사업자 외국 지분투자제한 49%로 유지
공정·투명성 통상원칙 확인… 부가통신은 '불리'
값싼 스마트기기 쏟아져 국내 산업 타격도 예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따라 양국간 통신 시장 장벽이 다소 낮춰지면서 한·중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교류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번 통신시장 장벽 완화가 거대 중국 통신 자본의 국내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면서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양국은 통신서비스 분야를 서비스 협상 내에서 별도로 다뤄 독립 챕터 형태의 협정문을 체결했다. 중국 FTA 역사상 통신서비스에 대한 별도 협정문 체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통신 부문이 양국 서비스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정문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과 중국기업에 대한 차별금지, 규제 투명성 확보 등이 명시됐다. 예를 들어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이동통신사업자가 현지 공중통신망을 이용할 때 요금·서비스 등에서 현지기업과 비교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을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중국 통신사업자가 국내 진출해 불리한 대우를 받지 말아야 하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양국 자본 규모를 볼 때 국내 통신 시장 위협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번 협정문은 양국간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통상 원칙을 확인하는 선이고, 실질적 변화는 적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평가다. 통신분야에서 가장 민감하게 다뤄진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지분투자제한의 경우 양국이 49%로 그대로 유지했다. 또 콘텐츠와 메시지, 통신판매업 등을 할 수 있는 부가통신사업자 지분제한은 2차 협정 대상으로 넘겨졌다. 현행 우리나라 전기통신사업법의 경우 100%까지 외국인 지분투자가 가능하지만, 중국은 50% 미만으로 제한돼 있다. 부가통신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우리가 불리한 입장이다. 중국의 통상 관행상 우리나라에만 부가통신 투자제한 예외를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관세는 이번 한중 FTA 대상이 아니다. 이미 휴대전화나 무선통신장비의 경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등 63개국이 1996년 정보기술 제품을 무관세 하기로 합의한 '정보기술협정(ITA)'을 체결했고, 중국도 지난 1999년에 협정에 동참했기 때문에 한중간 이미 모든 관세가 없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중국의 통신산업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중 FTA는 기존 유지해온 개방 수준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며 "그러나 중국의 투자 저력이 늘어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FTA에 따라 양국간 통신산업 차별 금지 등이 보장되기 때문에 오히려 중국 투자자들의 한국 통신시장 진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양국간 통신사 지분 교류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자본이 국내 통신시장에 보유한 지분은 전혀 없고, 우리나라 역시 SK텔레콤이 지난 2009년 중국 차이나유니콤 지분을 전면 철수한 상태다. KT는 일찌감찌 1990년대 중국 통신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접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FTA가 중국시장을 비롯한 해외시장 투자전략을 재검토하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차별금지 조항은 중국 네트워크 장비업계의 국내 진출도 늘릴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FTA에서 차별금지 조항을 폭넓게 해석할 경우, 지난해 화웨이 장비의 보안논란과 같은 사례에서 중국 장비를 차별할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에 중국 장비의 진입이 더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빠르게 기술 경쟁력이 올라가고 있는 스마트폰과 소형 스마트기기 등 값싼 중국 제품들이 FTA를 타고 쏟아져 들어오면서 국내 산업의 타격도 예상된다.
박지성·김유정기자 j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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