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터넷, 종량 요금제 도입 공론화하자

'비차별성 원칙'은 개방 인터넷의 핵심사항 인터넷의 과다한 트래팩은 유선 정액요금제도서 비롯 종량 요금제 도입땐 인터넷 혁신 더 빨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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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2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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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터넷, 종량 요금제 도입 공론화하자
권영선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인터넷은 탄생 이후 개방적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인터넷은 어느 국가, 어느 기업, 어느 개인이 전체를 통제할 수 없는 개방적 네트워크로서, 누구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은 수없이 많은 점과 선으로 연결된 형태를 띠고 있다. 누군가 전자메일을 보내면 전자메일은 이러한 점과 선을 통해 친구에게 전달된다. 모든 점에는 교환기가 위치하고 있고, 교환기는 먼저 들어온 데이터를 다음 목적지로 먼저 전달한다. 누가 어떤 기기의 어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데이터를 보냈는지는 전송순서 결정에 있어서 고려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는 모든 데이터가 선입선출방식에 따라 동등하게 차별 없이 전송되고 있으며, 이러한 비 차별성 원칙은 개방 인터넷 또는 망 중립성 원칙의 핵심사항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새로운 콘텐츠 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공정하게 새로운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개방성과 비 차별성이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이용자의 선택을 받은 콘텐츠 매출은 급속히 성장한 반면, 그렇지 못한 콘텐츠는 도태되어 사라졌다. 즉, 개방 인터넷 구조에서는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 비즈니스 생태계의 승자를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 접속사업자(통신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특정 트래픽을 차단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용자의 선택권과 인터넷의 개방성을 보존하기 위한 정책이 국내외에서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접속사업자가 2012년 인터넷 이용자의 스마트TV 서비스 이용을 차단했었고, 무선 인터넷전화 이용을 요금제에 따라 제한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 보급이후 보다 많은 인터넷 이용자가 동영상, 게임, 실시간 방송과 같이 트래픽을 다량 발생시키는 콘텐츠를 많이 이용하면서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인터넷에서의 과다한 트래픽은 유선인터넷 정액요금제도에서 기인한다. 종량요금제도가 시행되면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할 수가 없다.

인터넷 접속사업자는 인터넷 접속 속도가 다른 서비스를 차별화된 요금에 콘텐츠 사업자에게 판매함으로써 트래픽 증가 현상을 완화하는 한편 영업이익을 증가시키려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접속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의 납부 금액에 따라 콘텐츠 사업자를 선별하고 차별대우하는 것이 허용되면, 자금력이 약한 벤처사업가가 혁신적인 콘텐츠를 갖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의 혁신기능은 급격히 쇠퇴되어갈 수밖에 없고 인터넷 접속사업자가 인터넷 생태계의 승자를 결정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개방성, 특히 비 차별성 원칙은 보존되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은 개방적 인터넷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앞 다퉈 강제력을 갖는 법령을 제정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10년 법령을 제정했고 그 이전에는 통신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허가 조건에 망 중립성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방 인터넷 정책을 추진해 왔다. 유럽은 우리와 같이 개방 인터넷 정책에 미온적 이었으나 인터넷 경제에서 미국에 뒤처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개방 인터넷 정책을 미국보다 강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유럽의 제도를 모방한 수준에 불과한 선언적인 망 중립성 정책을 발표했을 뿐이다. 어느 나라 보다 우수한 인터넷 망과 이용자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하나 이를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창의적인 정책이나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과감히 종량요금제도의 도입을 공론화해야 한다. 정액요금제도를 유지하면서 인터넷의 개방성을 유지할 수는 없는 환경이다. 이용자가 인터넷의 승자를 결정하게 할 것인가 접속사업자가 결정하게 할 것인가를 선택할 때이다. 유념할 것은 후자를 선택할 때 인터넷의 혁신성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권영선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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