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발 과학적 근거 없어 사용범위 빵·과자 등 확대
김치, 젓갈, 절임 등 9개 식품으로 한정되어 있던 사카린의 사용 범위가 12월부터는 어린이들도 많이 먹는 빵, 과자, 사탕 등 17개 식품으로 확대된다. 사카린에 대한 소비자의 막연한 거부감을 외면하지 못했던 식약처가 마침내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과학적 근거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설탕을 포기하고 사카린만 먹게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생리적으로 단맛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대량 생산되어 값이 싼 사카린은 기적과도 같은 제품이었다. 열대 지방의 사탕수수를 가공해서 생산하는 설탕이나 꿀벌이 만들어놓은 꿀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는 비싸고 귀한 사치품이었다. 그런 우리에게 19세기 말에 개발된 사카린은 설탕보다 300배 이상의 강한 단맛을 내는 훌륭한 합성 감미료였다.
우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카린은 일제 강점기에 '당원'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처음 소개되었다. 설탕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꿀이나 엿조차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우리에게 달콤한 사카린은 정말 반가운 상품이었다. 설탕을 소비할 수 있게 된 1970년대까지 사카린은 우리에게 '뉴슈가'나 '신화당' 등의 다양한 상품명으로 널리 애용되었다. 쓴맛이나 금속성으로 느껴지는 뒷맛을 줄이기 위해 사이클라메이트나 포도당과 혼합해서 쓰기도 했다.혀를 자극해서 달게 느껴지는 사카린은 대부분 소화기에서 흡수되지 않고 배설되는 경향이 있다. 설탕과 달리 사카린은 열량이나 충치 발생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설탕을 섭취할 수 없는 당뇨 환자들이 단맛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감미료였다. 설탕 대신 사카린을 사용하면 지나친 발효에 의해 김치나 절임이 물러지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사카린에 대한 소비자의 호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사카린의 원료가 혐오감을 주는 산업 폐기물이라는 사실이 두고두고 문제가 되었다. 1907년에는 미국 농무성이 그런 이유를 근거로 사카린의 사용을 금지시키려고 했다. 다행히 사카린을 좋아했던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카린의 수호천사 역할을 해주었다. 그러나 사카린에 대한 거부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1970년부터는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졌다. 사카린을 먹인 일부 쥐의 방광에서 악성 종양이 발생한다는 학술논문들이 발표되었고, 그에 따라 사카린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도 증폭되기 시작했다. 결국 1980년대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카린을 인체 발암성이 의심되는 '2B군'으로 분류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소비자의 불안감을 핑계로 사카린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사용 여부를 상표에 표시하도록 의무화되었다.
사카린이 인체에 암을 일으킨다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는 밝혀진 적이 없었다. 오히려 2000년부터는 과거 쥐를 대상으로 했던 실험에서 투여한 사카린의 양이 지나치게 많았고, 방광에서의 종양 발생도 특정 종의 쥐에서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방광암이 발생하는 종의 쥐에서는 비뇨기의 생리적 특성 때문에 소변 속의 인산칼슘이 사카린과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작은 결정에 의한 방광 내벽의 상처가 종양으로 악화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사카린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과학적 사실이 명백해지면서 국제암연구소에서도 사카린의 분류를 '인체 발암성이 없는 물질'을 뜻하는 '3군'으로 변경하였고,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도 사카린의 사용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우리 식약처가 사카린의 사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도 사카린의 유해성에 대한 명백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과학적 결론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천연 식품도 자연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의 재활용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생물이 우리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것이다. 단순히 우리가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사카린을 무작정 거부할 이유는 없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생리적으로 단맛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대량 생산되어 값이 싼 사카린은 기적과도 같은 제품이었다. 열대 지방의 사탕수수를 가공해서 생산하는 설탕이나 꿀벌이 만들어놓은 꿀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는 비싸고 귀한 사치품이었다. 그런 우리에게 19세기 말에 개발된 사카린은 설탕보다 300배 이상의 강한 단맛을 내는 훌륭한 합성 감미료였다.
우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카린은 일제 강점기에 '당원'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처음 소개되었다. 설탕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꿀이나 엿조차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우리에게 달콤한 사카린은 정말 반가운 상품이었다. 설탕을 소비할 수 있게 된 1970년대까지 사카린은 우리에게 '뉴슈가'나 '신화당' 등의 다양한 상품명으로 널리 애용되었다. 쓴맛이나 금속성으로 느껴지는 뒷맛을 줄이기 위해 사이클라메이트나 포도당과 혼합해서 쓰기도 했다.혀를 자극해서 달게 느껴지는 사카린은 대부분 소화기에서 흡수되지 않고 배설되는 경향이 있다. 설탕과 달리 사카린은 열량이나 충치 발생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설탕을 섭취할 수 없는 당뇨 환자들이 단맛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감미료였다. 설탕 대신 사카린을 사용하면 지나친 발효에 의해 김치나 절임이 물러지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사카린에 대한 소비자의 호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사카린의 원료가 혐오감을 주는 산업 폐기물이라는 사실이 두고두고 문제가 되었다. 1907년에는 미국 농무성이 그런 이유를 근거로 사카린의 사용을 금지시키려고 했다. 다행히 사카린을 좋아했던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카린의 수호천사 역할을 해주었다. 그러나 사카린에 대한 거부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1970년부터는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졌다. 사카린을 먹인 일부 쥐의 방광에서 악성 종양이 발생한다는 학술논문들이 발표되었고, 그에 따라 사카린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도 증폭되기 시작했다. 결국 1980년대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카린을 인체 발암성이 의심되는 '2B군'으로 분류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소비자의 불안감을 핑계로 사카린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사용 여부를 상표에 표시하도록 의무화되었다.
사카린이 인체에 암을 일으킨다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는 밝혀진 적이 없었다. 오히려 2000년부터는 과거 쥐를 대상으로 했던 실험에서 투여한 사카린의 양이 지나치게 많았고, 방광에서의 종양 발생도 특정 종의 쥐에서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방광암이 발생하는 종의 쥐에서는 비뇨기의 생리적 특성 때문에 소변 속의 인산칼슘이 사카린과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작은 결정에 의한 방광 내벽의 상처가 종양으로 악화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사카린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과학적 사실이 명백해지면서 국제암연구소에서도 사카린의 분류를 '인체 발암성이 없는 물질'을 뜻하는 '3군'으로 변경하였고,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도 사카린의 사용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우리 식약처가 사카린의 사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도 사카린의 유해성에 대한 명백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과학적 결론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천연 식품도 자연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의 재활용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생물이 우리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것이다. 단순히 우리가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사카린을 무작정 거부할 이유는 없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