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것을 간소화 정리가이드라인 제시… 삶의 질 높이고 생산성 높여
○ 거의 모든 것의 정리법/저스틴 클로스키 지음/처음북스 펴냄/444쪽/1만7000원
"그럼 아저씨는 똥 마려울 때도 알람 맞춰놓고 계획한 대로 푹 싸요?"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서 괴짜에 독특하고 웃긴 사람들이다. 영화 '플랜맨'에서 자유분방한 여자 주인공은 강박증을 앓고 있는 남자에게 답답하다는 듯이 이렇게 얘기한다. 계획하고 정리하고, 닦고 쓸고 하는 것으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 이들은 '환자'로 분류된다. 이 영화도 결국 사랑의 힘으로 남자의 '병'이 낫는다는 훈훈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뻔한 줄거리만큼이나 흥행 성적표도 뻔했다.
영화가 시시했던 이유는 전형적인 캐릭터에 예측 가능한 결말 때문이다. 뒤집어보기 식의 묘미나 생각해볼 거리 등을 전혀 던져주고 있지 않다.
실제 세상에는 이미 이런 고리타분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강박증에 대한 뻔한 시각을 뒤집어보길 권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정리를 지나치게 잘하고 많이 하는 이들은 병으로 치부하지만, 도무지 정리라고는 눈곱만큼도 하지 못하는 이들은 그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며 다소 더러운 스타일이라고만 여기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책상에서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서식하도록 방치하면서 친환경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도 더러 있다. 정리를 하려고 해도 하는 법을 모르고, 정리를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카오스(혼돈)에 빠진다. 그 것도 일종의 병이라는 주장, 왠지 설득력 있지 않은가?
신간 '거의 모든 것의 정리법'은 강박장애 진단을 받은 저자가 정리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제작했다. 많은 강박증 환자들이 자신의 강박증을 고치기 위해 어질러 놓은 방에서 견디기, 물건 섞어 놓기 등을 연습하며 '정상'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강박증을 병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물로 그는 정리전문가로서 OCD익스페리언스라는 회사를 세웠고, 다수의 기업들과 개인에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잡한 것을 간소화하는 정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거의 모든 것의 정리법에서 저자는 어수선한 일상을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되찾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한다. 그의 철학만큼이나 책의 구성도 매우 간결하다. 가, 나, 다 순으로 정리 분야를 나누고 책 옆면에 사전과 같이 색깔 표시를 했다. 그가 꼽은 정리 분야는 거실, 자동차, 기저귀 가방부터 인간관계, 시간, 남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웬만하면 다 담겨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정리의 핵심 원칙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정리하라'이다. 자신을 뒤처지게 만들고 있는 주변 환경들을 찾아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창조하라'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정리 체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훈련하라'는 정리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견고한 정리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의 취지는 좋으나 기대만큼 내용이 알차지는 않다. 예컨대 너무나도 복잡한 존재인 남편을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닌데, 지극히 단순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빨랫감을 어질러 놓는 남편에게 빨래 바구니와 같은 일정한 장소에 빨래를 넣어달라고 주문하라고 말한다. 현실은 빨래 바구니가 있어도 아무데나 옷을 던져 놓고, 혹은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는 행동에 이혼까지 가는 무시무시한 전쟁터인데 너무 평온한 방법이다. 정말 정리의 '정'자도 모르는 초보자가 보기엔 좋은 참고서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그럼 아저씨는 똥 마려울 때도 알람 맞춰놓고 계획한 대로 푹 싸요?"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서 괴짜에 독특하고 웃긴 사람들이다. 영화 '플랜맨'에서 자유분방한 여자 주인공은 강박증을 앓고 있는 남자에게 답답하다는 듯이 이렇게 얘기한다. 계획하고 정리하고, 닦고 쓸고 하는 것으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 이들은 '환자'로 분류된다. 이 영화도 결국 사랑의 힘으로 남자의 '병'이 낫는다는 훈훈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뻔한 줄거리만큼이나 흥행 성적표도 뻔했다.
영화가 시시했던 이유는 전형적인 캐릭터에 예측 가능한 결말 때문이다. 뒤집어보기 식의 묘미나 생각해볼 거리 등을 전혀 던져주고 있지 않다.
실제 세상에는 이미 이런 고리타분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강박증에 대한 뻔한 시각을 뒤집어보길 권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정리를 지나치게 잘하고 많이 하는 이들은 병으로 치부하지만, 도무지 정리라고는 눈곱만큼도 하지 못하는 이들은 그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며 다소 더러운 스타일이라고만 여기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책상에서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서식하도록 방치하면서 친환경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도 더러 있다. 정리를 하려고 해도 하는 법을 모르고, 정리를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카오스(혼돈)에 빠진다. 그 것도 일종의 병이라는 주장, 왠지 설득력 있지 않은가?
신간 '거의 모든 것의 정리법'은 강박장애 진단을 받은 저자가 정리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제작했다. 많은 강박증 환자들이 자신의 강박증을 고치기 위해 어질러 놓은 방에서 견디기, 물건 섞어 놓기 등을 연습하며 '정상'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강박증을 병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물로 그는 정리전문가로서 OCD익스페리언스라는 회사를 세웠고, 다수의 기업들과 개인에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잡한 것을 간소화하는 정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거의 모든 것의 정리법에서 저자는 어수선한 일상을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되찾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한다. 그의 철학만큼이나 책의 구성도 매우 간결하다. 가, 나, 다 순으로 정리 분야를 나누고 책 옆면에 사전과 같이 색깔 표시를 했다. 그가 꼽은 정리 분야는 거실, 자동차, 기저귀 가방부터 인간관계, 시간, 남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웬만하면 다 담겨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정리의 핵심 원칙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정리하라'이다. 자신을 뒤처지게 만들고 있는 주변 환경들을 찾아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창조하라'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정리 체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훈련하라'는 정리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견고한 정리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의 취지는 좋으나 기대만큼 내용이 알차지는 않다. 예컨대 너무나도 복잡한 존재인 남편을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닌데, 지극히 단순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빨랫감을 어질러 놓는 남편에게 빨래 바구니와 같은 일정한 장소에 빨래를 넣어달라고 주문하라고 말한다. 현실은 빨래 바구니가 있어도 아무데나 옷을 던져 놓고, 혹은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는 행동에 이혼까지 가는 무시무시한 전쟁터인데 너무 평온한 방법이다. 정말 정리의 '정'자도 모르는 초보자가 보기엔 좋은 참고서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