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 보면 보건의료분야에서 기술과 연계된 화두는 항상 존재해왔다. 병원정보화, 유비퀴터스 헬스, 스마트 병원, 데이터 표준 등의 개념이 아마도 지난 십여년 간의 의료정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기술적 화두였을 것이다. 최근 1-2년 동안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화두는 무엇일까? 아마도 웰니스와 빅데이터 기술이라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두 가지 단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각종 R&D에서 조명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일종의 유행처럼 또는 강박처럼 대한민국 의료정보분야를 사로잡고 있는 화두이다. 웰니스는 보다 넓은 시야에서 개개인의 안녕을 위한 여러 가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둔다는 점에서 중요한 화두이며, 빅데이터는 기존의 분석 패러다임이 제공하지 못하는 데이터의 2차 사용을 통한 새로운 의료정보의 인사이트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당연히 주목받을 만하고, 또한 선도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체적인 특성 상 특정 기술 화두가 떠오르게 되면 이전에 주목받던 화두가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되고, 선결되어야 할 이슈에 대한 해결 없이 성급한 현장 적용 시도로 오히려 부작용만 부각되어 결과적으로 순차적인 확장에 실패하는 사례를 되풀이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해야 하며, 또한 기존에 진행되던 연구나 시범사업이 새로 떠오른 화두에 매몰되어 미완의 상태로 남겨져 더 이상의 투자나 확장 시도 없이 사장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 빅데이터에 대한 지나친 장밋빛 환상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풀어보고자 한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당연히 인정하는 바지만, 문제는 빅데이터의 이슈는 기술적인 것 외에도, 사회적, 법적, 혹은 어떤 의미에서 철학적 성찰까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분석 패러다임이 제공하지 못하는 대량의 데이터,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해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어떤 면에서 양날의 검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요리사의 칼이 될 수도 있고, 살인자의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데이터의 2차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법적, 제도적 검토, 또 한 발 더 나아가 철학적 관점에서의 여러 가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래야 기술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을 때 부작용 없이 합목적적으로 우리 사회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빅데이터의 궁극적인 목적은 굿데이터를 생산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고,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빅데이터 기술이 각광 받고 있는 것인데 단지 기술적 적용에 매몰되어 이러한 본래의 목적을 망각하지 않도록 정부나 학계는 끊임없이 각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최근 빅데이터 관련 보건의료 연구 계획을 살펴볼 기회를 비교적 많이 가졌는데, 기존의 분석 도구로 충분히 가능한 연구를 빅데이터 기술 적용이라는 가면을 씌워 보다 용이하게 주목받고자 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빅데이터 분석 도구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연구에 도구만 바꿔치기 한 상태로 연구를 진행하려다 보니 일어난 일로 이해한다.하지만, 빅데이터 분석도구가 분명하게 연구의 결과를 향상시키거나,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 이상 불필요한 빅데이터의 적용은 사회적 비용의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빅데이터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본 칼럼에서 여러번 언급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는 기술적 발전 속도가 빠르고, 또한 기술 기반을 여러 산업에 적용하는 속도도 빠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빅데이터 기술 중 가장 시장 경쟁력 있는 도구로 항상 언급되는 것 중에는 원천 기술을 국내 대학에서 개발해서 공급한 사례도 있을 정도로 기술력도 뛰어나다. 최근에는 대학을 중심으로 융합 연구를 목적으로 빅데이터 연구원을 설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우려들을 잘 극복하고 빅데이터를 가장 적절하게, 또한 널리 사용하는 모델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의료정보 분야에서 기술을 이용한 국민 건강, 복지에 이바지 하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 그것이 빅데이터의 목적이지, 단순히 빅데이터를 적용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은 영혼 없이 손가락만 빨리 움직이는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다름 없음을 기억하자.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체적인 특성 상 특정 기술 화두가 떠오르게 되면 이전에 주목받던 화두가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되고, 선결되어야 할 이슈에 대한 해결 없이 성급한 현장 적용 시도로 오히려 부작용만 부각되어 결과적으로 순차적인 확장에 실패하는 사례를 되풀이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해야 하며, 또한 기존에 진행되던 연구나 시범사업이 새로 떠오른 화두에 매몰되어 미완의 상태로 남겨져 더 이상의 투자나 확장 시도 없이 사장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 빅데이터에 대한 지나친 장밋빛 환상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풀어보고자 한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당연히 인정하는 바지만, 문제는 빅데이터의 이슈는 기술적인 것 외에도, 사회적, 법적, 혹은 어떤 의미에서 철학적 성찰까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분석 패러다임이 제공하지 못하는 대량의 데이터,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해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어떤 면에서 양날의 검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요리사의 칼이 될 수도 있고, 살인자의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데이터의 2차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법적, 제도적 검토, 또 한 발 더 나아가 철학적 관점에서의 여러 가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래야 기술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을 때 부작용 없이 합목적적으로 우리 사회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빅데이터의 궁극적인 목적은 굿데이터를 생산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고,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빅데이터 기술이 각광 받고 있는 것인데 단지 기술적 적용에 매몰되어 이러한 본래의 목적을 망각하지 않도록 정부나 학계는 끊임없이 각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최근 빅데이터 관련 보건의료 연구 계획을 살펴볼 기회를 비교적 많이 가졌는데, 기존의 분석 도구로 충분히 가능한 연구를 빅데이터 기술 적용이라는 가면을 씌워 보다 용이하게 주목받고자 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빅데이터 분석 도구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연구에 도구만 바꿔치기 한 상태로 연구를 진행하려다 보니 일어난 일로 이해한다.하지만, 빅데이터 분석도구가 분명하게 연구의 결과를 향상시키거나,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 이상 불필요한 빅데이터의 적용은 사회적 비용의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빅데이터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본 칼럼에서 여러번 언급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는 기술적 발전 속도가 빠르고, 또한 기술 기반을 여러 산업에 적용하는 속도도 빠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빅데이터 기술 중 가장 시장 경쟁력 있는 도구로 항상 언급되는 것 중에는 원천 기술을 국내 대학에서 개발해서 공급한 사례도 있을 정도로 기술력도 뛰어나다. 최근에는 대학을 중심으로 융합 연구를 목적으로 빅데이터 연구원을 설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우려들을 잘 극복하고 빅데이터를 가장 적절하게, 또한 널리 사용하는 모델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의료정보 분야에서 기술을 이용한 국민 건강, 복지에 이바지 하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 그것이 빅데이터의 목적이지, 단순히 빅데이터를 적용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은 영혼 없이 손가락만 빨리 움직이는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다름 없음을 기억하자.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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