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96도 액체질소 탱크에 17만여개 `빼곡`
조혈모세포로 백혈병 등 난치병 치료 대비
무균실서 혈장ㆍ적혈구ㆍ백혈구로 분리작업
50여가지 검사과정서 문제 생기면 폐기
10분마다 보관상태 자동기록 안전에 `만전`
조혈모세포로 백혈병 등 난치병 치료 대비
무균실서 혈장ㆍ적혈구ㆍ백혈구로 분리작업
50여가지 검사과정서 문제 생기면 폐기
10분마다 보관상태 자동기록 안전에 `만전`
지난달 28일 방문한 메디포스트 제대혈은행.
제대혈 보관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액체질소 탱크 90여 대가 늘어서 있었다. 탱크 뚜껑 하나를 열자 영하 196도의 액체 질소가 내뿜는 뿌연 냉기 사이로 빼곡이 저장된 제대혈 케이스들이 보였다. 제대혈은 담뱃갑 만한 크기 철제 케이스 안에 담긴 채로 액체질소 속에 보관된다. 연구원들은 하루에 두 번 탱크 온도 등을 직접 점검하며, 10분마다 보관 상태가 자동으로 기록된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16개 제대혈 은행 중 가장 많은 17만6000여건의 제대혈이 보관돼 있었다.
신생아 탯줄에 담긴 혈액인 제대혈 안에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가 들어있어 백혈병 등 난치성 혈액질환 치료에 쓰인다. 조혈모세포는 골수와 말초혈액에도 있지만, 제대혈은 채취 과정이 더 안전하고 간편하며 이식편대 숙주질환 같은 합병증이 적게 일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제대혈에는 연골, 뼈, 근육, 신경 등 장기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간엽줄기세포'도 다량 들어 있어 최근에는 뇌성마비 등 뇌신경질환과 각종 면역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분만 시 산부인과에서 채취된 제대혈은 의약품 수송 전문업체에 의해 수거돼 제대혈은행 가공ㆍ검사실로 모인다. 수거 전까지는 실온에 보관해야 하고, 보통 36시간 내에 수거가 완료된다. 이곳 제대혈은행에서는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 보관을 위한 처리작업을 하고, 하루 평균 50여 건의 제대혈을 새로 보관하고 있다.
신생아 탯줄에서는 평균 100㎖의 제대혈을 채취할 수 있지만, 분만 시 상황이나 탯줄 상태에 따라 양이 달라질 수 있다. 최소 40㎖ 이상이 돼야 보관이 가능하고, 가급적 양이 많아야 제대혈 이식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제대혈은 무균실에서 원심분리기에 넣어 혈장과 적혈구, 백혈구로 분리작업을 거친다. 혈장과 적혈구는 DNA, HLA(조직적합항원), 바이러스 검사 등에 쓰이고 일부는 향후 이식이 필요한 경우 각종 검사를 하기 위한 자검체로 제작해 영하 80도의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한다.
조혈모세포와 간엽줄기세포가 풍부한 백혈구는 세포 생존도 검사, CD34검사(제대혈 내에 혈액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 확인) 등을 거친다. 검사를 마친 백혈구는 동결 보존제를 첨가해 철제 케이스에 담아 영하 196도의 액화질소 탱크에 보관한다.
50여 가지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산모와의 협의를 거쳐 보관하지 않고 폐기한다. 정부는 지난 2011년 7월 1일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을 시행, 제대혈은행의 시설, 장비, 인력, 품질관리체계 등을 허가ㆍ관리하고 있다.
김희정 제대혈은행 검사불출팀장은 "제대혈 보관 기준은 제대혈 관리법에 구체적으로 지정돼 있어 사용하지 못할 제대혈을 보관하는 일은 전혀 없다"며 "보관된 제대혈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전체 제대혈 보관 사업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789건의 제대혈이 조혈모세포 이식에 사용됐다. 국내 제대혈 보관 건수가 50만건에 육박한 것에 비하면 아직 이식 건수가 적은 것. 하지만 난치병 환자들에게 제대혈은 매우 큰 희망이며, 다양한 연구활동으로 향후 활용 범위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한 아이에게 많은 정성을 쏟는 추세에 따라 수도권에서만 연간 15∼16회의 임신출산박람회가 열리고 있고, 다른 육아 상품과 함께 제대혈도 많은 예비 엄마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가족 제대혈의 경우 15년 보관에 1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혈은 향후 발생 가능한 질병에 대한 일종의 `생물학적 보험'이기 때문에 당장 실익을 정확히 따지기는 어렵다.
제대혈 보관이 시작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제대혈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져 별도 설명 없이도 바로 계약이 이뤄지곤 했다. 이후 제대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부정적인 정보가 퍼져 위기를 겪기도 했고, 돈벌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혈 보관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자신과 주변의 `경험'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말한다.
정연숙 메디포스트 고객지원부 이사는 "부유한 형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녀 4명의 제대혈을 모두 보관한 어머니가 기억에 남는다"며 "가족 중 백혈병을 앓다가 이식자를 찾지 못해 돌아가신 분이 있어 자식들의 제대혈을 꼭 보관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어떤 약도 모든 사람에게 100% 똑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잠깐 알아본 정보로 제대혈 보관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부정하기보다는 임신 기간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임상 결과 등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보관 여부를 결정할 것을 조언한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제대혈 보관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액체질소 탱크 90여 대가 늘어서 있었다. 탱크 뚜껑 하나를 열자 영하 196도의 액체 질소가 내뿜는 뿌연 냉기 사이로 빼곡이 저장된 제대혈 케이스들이 보였다. 제대혈은 담뱃갑 만한 크기 철제 케이스 안에 담긴 채로 액체질소 속에 보관된다. 연구원들은 하루에 두 번 탱크 온도 등을 직접 점검하며, 10분마다 보관 상태가 자동으로 기록된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16개 제대혈 은행 중 가장 많은 17만6000여건의 제대혈이 보관돼 있었다.
신생아 탯줄에 담긴 혈액인 제대혈 안에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가 들어있어 백혈병 등 난치성 혈액질환 치료에 쓰인다. 조혈모세포는 골수와 말초혈액에도 있지만, 제대혈은 채취 과정이 더 안전하고 간편하며 이식편대 숙주질환 같은 합병증이 적게 일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제대혈에는 연골, 뼈, 근육, 신경 등 장기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간엽줄기세포'도 다량 들어 있어 최근에는 뇌성마비 등 뇌신경질환과 각종 면역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분만 시 산부인과에서 채취된 제대혈은 의약품 수송 전문업체에 의해 수거돼 제대혈은행 가공ㆍ검사실로 모인다. 수거 전까지는 실온에 보관해야 하고, 보통 36시간 내에 수거가 완료된다. 이곳 제대혈은행에서는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 보관을 위한 처리작업을 하고, 하루 평균 50여 건의 제대혈을 새로 보관하고 있다.
신생아 탯줄에서는 평균 100㎖의 제대혈을 채취할 수 있지만, 분만 시 상황이나 탯줄 상태에 따라 양이 달라질 수 있다. 최소 40㎖ 이상이 돼야 보관이 가능하고, 가급적 양이 많아야 제대혈 이식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제대혈은 무균실에서 원심분리기에 넣어 혈장과 적혈구, 백혈구로 분리작업을 거친다. 혈장과 적혈구는 DNA, HLA(조직적합항원), 바이러스 검사 등에 쓰이고 일부는 향후 이식이 필요한 경우 각종 검사를 하기 위한 자검체로 제작해 영하 80도의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한다.
조혈모세포와 간엽줄기세포가 풍부한 백혈구는 세포 생존도 검사, CD34검사(제대혈 내에 혈액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 확인) 등을 거친다. 검사를 마친 백혈구는 동결 보존제를 첨가해 철제 케이스에 담아 영하 196도의 액화질소 탱크에 보관한다.
50여 가지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산모와의 협의를 거쳐 보관하지 않고 폐기한다. 정부는 지난 2011년 7월 1일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을 시행, 제대혈은행의 시설, 장비, 인력, 품질관리체계 등을 허가ㆍ관리하고 있다.
김희정 제대혈은행 검사불출팀장은 "제대혈 보관 기준은 제대혈 관리법에 구체적으로 지정돼 있어 사용하지 못할 제대혈을 보관하는 일은 전혀 없다"며 "보관된 제대혈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전체 제대혈 보관 사업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789건의 제대혈이 조혈모세포 이식에 사용됐다. 국내 제대혈 보관 건수가 50만건에 육박한 것에 비하면 아직 이식 건수가 적은 것. 하지만 난치병 환자들에게 제대혈은 매우 큰 희망이며, 다양한 연구활동으로 향후 활용 범위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한 아이에게 많은 정성을 쏟는 추세에 따라 수도권에서만 연간 15∼16회의 임신출산박람회가 열리고 있고, 다른 육아 상품과 함께 제대혈도 많은 예비 엄마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가족 제대혈의 경우 15년 보관에 1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혈은 향후 발생 가능한 질병에 대한 일종의 `생물학적 보험'이기 때문에 당장 실익을 정확히 따지기는 어렵다.
제대혈 보관이 시작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제대혈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져 별도 설명 없이도 바로 계약이 이뤄지곤 했다. 이후 제대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부정적인 정보가 퍼져 위기를 겪기도 했고, 돈벌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혈 보관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자신과 주변의 `경험'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말한다.
정연숙 메디포스트 고객지원부 이사는 "부유한 형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녀 4명의 제대혈을 모두 보관한 어머니가 기억에 남는다"며 "가족 중 백혈병을 앓다가 이식자를 찾지 못해 돌아가신 분이 있어 자식들의 제대혈을 꼭 보관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어떤 약도 모든 사람에게 100% 똑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잠깐 알아본 정보로 제대혈 보관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부정하기보다는 임신 기간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임상 결과 등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보관 여부를 결정할 것을 조언한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