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와이브로로 세계 무선강국 대열에 오를 것이다."
2005년 여름, 삼성, 인텔을 비롯해 글로벌 통신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제주도에 모였다. 당시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이 주도하는 `4G포럼'에서 토종기술, 와이브로가 조만간 세계 4G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수년내에 모바일 데이터통신이 가능한 초고속 단말기가 등장하고, 조만간 도래할 4G 시대를 우리기술, 와이브로가 주도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금은 황당해 보이는 이같은 꿈은 조만간 꿈이 아니라 현실화되는 듯 했다. SK텔레콤, KT 두 국내 굴지의 통신사들이 와이브로 기반의 모바일데이터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꿈을 현실로 바꾸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통신시장의 변방에 있던 우리가 단숨에 세계적으로 IT강국에 올라섰지만, 우리나라 이동통신 기술수준은 늘 `모방'하고 `추격'하는 수준이었다. 에릭슨, 지멘슨, 노키아 등 세계 이동통신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유럽계 진영과 모토로라가 강력한 맹주로 버티고 있는 미국계 진영은 우리에게는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이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휴대폰 산업을 있게 한 CDMA도 사실, 엄밀히 얘기하면 미국의 작은 벤처기업 퀄컴의 것이었다.
와이브로는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서 우리가 전혀 가지지 않은 신기술, 또 우리가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하는 신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시험대였다. 삼성전자, K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기업체, 연구소 엔지니어들이 머리를 맏 대고, 결국, 기존 WCDMA, CDMA보다는 차원이 다른, 4G 이동통신 신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당시 유럽계 통신진영에서 차세대 이통 기술로 LTE를 밀고 있었지만, 기술력 뿐만 아니라 상용성면에서 와이브로에 비한면 한참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기존 음성통화 중심의 패킷망의 한계에서 벗어나 모바일 데이터 전송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OFDM 신기술을 최초 초 상용화하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모았다. 뒤늦게 경쟁기술인 LTE가 상용화됐지만, 전파 효율성이 뛰어난 시분할 기술의 특성을 앞세워 기술우위를 입증해보인바 있다.
와이브로로 한참 뒤쳐져있는 유럽과 미국의 콧대높은 IT 기업들을 따 돌리고, 누구도 아직 가보지 않은 `4G(세대) 신세계'를 우리 기업들이, 우리 연구진들이 가장 먼저 치고 나가자는 꿈은 그렇게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와이브로는 2006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끝없는 추락의 길로 들어섰다. 정부는 겉으로는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제시했지만, 매번 타이밍 놓친 뒷북정책으로 실패를 자처했다. 지금도 국내 정보통신 전문가 상당수들은"2000년대 중반 정부가 와이브로 음성서비스 허용을 조금만 앞당겼어도 와이브로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와이브로는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이미 오래전에 고사한 와이브로 카드를 쥐고 있던 정부마저 LTE-TDD 시장으로 문호를 개방키로 하면서,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시장의 흐름, 기술의 트렌드를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LTE-TDD로 가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으면 더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와이브로 자리를 LTE-TDD에 내준다 해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 스스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주도하고, 또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자 했던 도전정신, `와이브로 정신'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경섭 정보미디어부장
2005년 여름, 삼성, 인텔을 비롯해 글로벌 통신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제주도에 모였다. 당시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이 주도하는 `4G포럼'에서 토종기술, 와이브로가 조만간 세계 4G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수년내에 모바일 데이터통신이 가능한 초고속 단말기가 등장하고, 조만간 도래할 4G 시대를 우리기술, 와이브로가 주도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금은 황당해 보이는 이같은 꿈은 조만간 꿈이 아니라 현실화되는 듯 했다. SK텔레콤, KT 두 국내 굴지의 통신사들이 와이브로 기반의 모바일데이터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꿈을 현실로 바꾸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통신시장의 변방에 있던 우리가 단숨에 세계적으로 IT강국에 올라섰지만, 우리나라 이동통신 기술수준은 늘 `모방'하고 `추격'하는 수준이었다. 에릭슨, 지멘슨, 노키아 등 세계 이동통신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유럽계 진영과 모토로라가 강력한 맹주로 버티고 있는 미국계 진영은 우리에게는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이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휴대폰 산업을 있게 한 CDMA도 사실, 엄밀히 얘기하면 미국의 작은 벤처기업 퀄컴의 것이었다.
와이브로는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서 우리가 전혀 가지지 않은 신기술, 또 우리가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하는 신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시험대였다. 삼성전자, K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기업체, 연구소 엔지니어들이 머리를 맏 대고, 결국, 기존 WCDMA, CDMA보다는 차원이 다른, 4G 이동통신 신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당시 유럽계 통신진영에서 차세대 이통 기술로 LTE를 밀고 있었지만, 기술력 뿐만 아니라 상용성면에서 와이브로에 비한면 한참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기존 음성통화 중심의 패킷망의 한계에서 벗어나 모바일 데이터 전송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OFDM 신기술을 최초 초 상용화하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모았다. 뒤늦게 경쟁기술인 LTE가 상용화됐지만, 전파 효율성이 뛰어난 시분할 기술의 특성을 앞세워 기술우위를 입증해보인바 있다.
와이브로로 한참 뒤쳐져있는 유럽과 미국의 콧대높은 IT 기업들을 따 돌리고, 누구도 아직 가보지 않은 `4G(세대) 신세계'를 우리 기업들이, 우리 연구진들이 가장 먼저 치고 나가자는 꿈은 그렇게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와이브로는 2006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끝없는 추락의 길로 들어섰다. 정부는 겉으로는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제시했지만, 매번 타이밍 놓친 뒷북정책으로 실패를 자처했다. 지금도 국내 정보통신 전문가 상당수들은"2000년대 중반 정부가 와이브로 음성서비스 허용을 조금만 앞당겼어도 와이브로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와이브로는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이미 오래전에 고사한 와이브로 카드를 쥐고 있던 정부마저 LTE-TDD 시장으로 문호를 개방키로 하면서,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시장의 흐름, 기술의 트렌드를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LTE-TDD로 가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으면 더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와이브로 자리를 LTE-TDD에 내준다 해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 스스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주도하고, 또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자 했던 도전정신, `와이브로 정신'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경섭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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