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출고가 내려야…일정부분 규제 필요 제조사, 보조금 차단 땐 특정업체 쏠림 심화 "자율경쟁 해치고 소비자 선택권 위축" 공감
■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 부활을 진단한다
(중) 이동통신사-제조사 엇갈린 입장
보조금 금지법이 정부와 국회는 물론 사회적인 쟁점으로 떠오르며, 당사자인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간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보조금 규제정책이 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과도한 규제가 시장 위축을 가져오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력 있는 업체에게만 유리하다며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출혈 보조금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도 주장이 엇갈린다. 이통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과도하게 높게 형성된 단말기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단말기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면, 제조사들은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비싼 단말기 가격이 문제"=이동통신사들은 보조금 금지법이 시장에서의 경쟁과 시장자율 원칙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하면서도 일정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보조금으로 활용되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투자 여력과 재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의 한 임원은 "지나친 사업 위축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3사가 일정부분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통3사의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용은 25.1%를 기록했다. 특히 LTE 과열 경쟁이 불붙은 지난 2분기에는 30.2%까지 치솟았다. 한번 쓰고 나면 사라지는 마케팅비용을 네트워크와 디자인 등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게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들은 보조금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통신사간 과열경쟁에 있다고 공감하면서도, 이처럼 과도한 보조금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비싼 단말기 가격을 지목하고 있다.
이석채 KT회장은 지난 10월 "통신 서비스 요금은 3년 전에 비해 내려갔지만 통신비가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말기 출고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며 "통신사는 출고가와 소비자가의 가격 차이를 메우기 위해 보조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며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스마트폰 가격이 해외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삼성 갤럭시S3 32G모델은 출고가가 99만4400원으로, 조사대상 18개국 중 일본의 102만8833원에 이어 이 두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 됐다. 가장 저렴한 국가인 미국의 경우 73만6650원으로 국내 판매 가격과 25만7750원이나 차이난다. 이처럼 비싼 단말기 가격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경우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보조금이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통사들의 전망이다. 특히 보조금이 법적으로 제한될 경우 휴대폰 출고가 인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조사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문제"=반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번 보조금 대란이 일어난 원인이 유통 구조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전국적으로 4만여 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휴대폰 판매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휴대폰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필요한 보조금 경쟁이 판매점에서 촉발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이통사는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통사들의 단말기 출고가 자체가 높다는 지적에는 국내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시장이 이미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강력히 선호하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국내시장이 프리미엄 시장인 점을 감안해 단말기 사양 또한 시장상황에 맞춰 내놓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이용패턴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하는 만큼, 통신요금과 단말기 출고가와의 연관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제조사마다 입장 차이가 크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체 브랜드 경쟁력과 계열사 간 마케팅 시너지를 통해, 소비 수요를 이끌어낼 여력이 있다. 하지만 LG전자와 팬택 등 나머지 제조사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는 힘든 구조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특정 제조사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이통사들 역시 이들의 전략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몰아주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통사의 보조금이 전면 차단될 경우, LG전자와 팬택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자율에는 `공감'=이통사와 제조사는 보조금 금지법이 시장 자율 경쟁을 해치고 소비자 혜택을 오히려 줄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두 업계의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보조금을 통해 소비를 촉진시키고 산업 경쟁을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데,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형사처벌과 같은 과도한 규제는 결국 시장 자율을 해치고 산업을 위축시키게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 역시 현실화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현장조사를 강화한 직후인 지난 10월 이동통신3사간 번호이동건수는 68만47건으로, 전달에 비해 43% 감소했다.
박지성ㆍ김유정 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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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이동통신사-제조사 엇갈린 입장
보조금 금지법이 정부와 국회는 물론 사회적인 쟁점으로 떠오르며, 당사자인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간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보조금 규제정책이 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과도한 규제가 시장 위축을 가져오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력 있는 업체에게만 유리하다며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출혈 보조금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도 주장이 엇갈린다. 이통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과도하게 높게 형성된 단말기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단말기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면, 제조사들은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비싼 단말기 가격이 문제"=이동통신사들은 보조금 금지법이 시장에서의 경쟁과 시장자율 원칙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하면서도 일정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보조금으로 활용되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투자 여력과 재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의 한 임원은 "지나친 사업 위축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3사가 일정부분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통3사의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용은 25.1%를 기록했다. 특히 LTE 과열 경쟁이 불붙은 지난 2분기에는 30.2%까지 치솟았다. 한번 쓰고 나면 사라지는 마케팅비용을 네트워크와 디자인 등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게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들은 보조금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통신사간 과열경쟁에 있다고 공감하면서도, 이처럼 과도한 보조금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비싼 단말기 가격을 지목하고 있다.
이석채 KT회장은 지난 10월 "통신 서비스 요금은 3년 전에 비해 내려갔지만 통신비가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말기 출고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며 "통신사는 출고가와 소비자가의 가격 차이를 메우기 위해 보조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며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스마트폰 가격이 해외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삼성 갤럭시S3 32G모델은 출고가가 99만4400원으로, 조사대상 18개국 중 일본의 102만8833원에 이어 이 두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 됐다. 가장 저렴한 국가인 미국의 경우 73만6650원으로 국내 판매 가격과 25만7750원이나 차이난다. 이처럼 비싼 단말기 가격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경우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보조금이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통사들의 전망이다. 특히 보조금이 법적으로 제한될 경우 휴대폰 출고가 인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조사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문제"=반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번 보조금 대란이 일어난 원인이 유통 구조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전국적으로 4만여 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휴대폰 판매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휴대폰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필요한 보조금 경쟁이 판매점에서 촉발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이통사는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통사들의 단말기 출고가 자체가 높다는 지적에는 국내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시장이 이미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강력히 선호하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국내시장이 프리미엄 시장인 점을 감안해 단말기 사양 또한 시장상황에 맞춰 내놓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이용패턴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하는 만큼, 통신요금과 단말기 출고가와의 연관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제조사마다 입장 차이가 크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체 브랜드 경쟁력과 계열사 간 마케팅 시너지를 통해, 소비 수요를 이끌어낼 여력이 있다. 하지만 LG전자와 팬택 등 나머지 제조사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는 힘든 구조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특정 제조사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이통사들 역시 이들의 전략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몰아주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통사의 보조금이 전면 차단될 경우, LG전자와 팬택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자율에는 `공감'=이통사와 제조사는 보조금 금지법이 시장 자율 경쟁을 해치고 소비자 혜택을 오히려 줄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두 업계의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보조금을 통해 소비를 촉진시키고 산업 경쟁을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데,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형사처벌과 같은 과도한 규제는 결국 시장 자율을 해치고 산업을 위축시키게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 역시 현실화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현장조사를 강화한 직후인 지난 10월 이동통신3사간 번호이동건수는 68만47건으로, 전달에 비해 43% 감소했다.
박지성ㆍ김유정 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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