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부터 하도급법이 시행되어 대기업의 하청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해 손해액의 최고 3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상수준이 과도하여 소송남발의 우려가 있고 배상대상도 악의적인 경우를 넘어서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는 데다 기술탈취의 입증책임을 소송하는 하청중소기업이 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소송을 당한 대기업이 기술탈취가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등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그런데 최근 경제민주화 바람에 편승하여 이 징벌적 배상의 배상수준을 10배까지 늘리고 배상대상도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와 계열기업 일감몰아주기 까지 확대하자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하청기업의 기술개발과 적정 납품단가 보장은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일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은 주로 대기업이 수출하는 최종재의 경우 세계 일류 상품이 많다. 이제 세계일류가 아니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국내에서 주로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부품소재 산업의 기술력이 따라오지 못하여 국산 부품소재 사용률이 낮고 그 결과 수출의 국내파급효과가 크지 않고 만성적인 대일 무역역조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품소재의 국산화율 제고는 한국경제의 오래된 숙원과제임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하청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는 경우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유인이 없어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22.1%가 기술을 탈취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기술보호가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과 하청중소기업 간의 납품단가 문제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청중소기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갖은 노력으로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로 원가를 절감해도 하청기업의 경영실태를 유리알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압력으로 중소기업의 이익률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기술탈취와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근절을 위한 공정거래 차원의 대책 마련이 긴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과도한 징벌적 배상제도는 많은 문제점이 수반된다. 우선 소송남발 유발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배상배수가 많을 수록 소송을 통한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입증책임도 소송기업이 지지 않기 때문에 거래선이 바뀌거나 할 때는 일단 질러보자는 식의 소송남발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응해야 하는 대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는 물론 소송비용의 고객부담 전가 우려도 있다.
결국은 많은 대기업들이 하청거래선을 외국업체로 옮기는 경우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부품소재의 국산화율 제고와 수출의 국내파급효과 증대는 커녕 심할 경우에는 중소납품업체가 공멸하게 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배상수준을 10배까지로 늘리고 배상대상을 막연한 기술탈취나 판단에 논란이 적지 않은 납품단가 부당인하나 물품수령 거부까지 확대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결여된 무리한 주장일 뿐 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하청중소기업에게도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 소송대상을 악의에 의한 경우로 한정하는 등 엄격히 제한하고 증거주의에 의하며 배상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하여 공정거래의 취지는 살리면서 공멸을 피할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ㆍ아시아금융학회장
중소하청기업의 기술개발과 적정 납품단가 보장은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일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은 주로 대기업이 수출하는 최종재의 경우 세계 일류 상품이 많다. 이제 세계일류가 아니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국내에서 주로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부품소재 산업의 기술력이 따라오지 못하여 국산 부품소재 사용률이 낮고 그 결과 수출의 국내파급효과가 크지 않고 만성적인 대일 무역역조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품소재의 국산화율 제고는 한국경제의 오래된 숙원과제임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하청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는 경우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유인이 없어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22.1%가 기술을 탈취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기술보호가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과 하청중소기업 간의 납품단가 문제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청중소기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갖은 노력으로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로 원가를 절감해도 하청기업의 경영실태를 유리알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압력으로 중소기업의 이익률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기술탈취와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근절을 위한 공정거래 차원의 대책 마련이 긴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과도한 징벌적 배상제도는 많은 문제점이 수반된다. 우선 소송남발 유발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배상배수가 많을 수록 소송을 통한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입증책임도 소송기업이 지지 않기 때문에 거래선이 바뀌거나 할 때는 일단 질러보자는 식의 소송남발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응해야 하는 대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는 물론 소송비용의 고객부담 전가 우려도 있다.
결국은 많은 대기업들이 하청거래선을 외국업체로 옮기는 경우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부품소재의 국산화율 제고와 수출의 국내파급효과 증대는 커녕 심할 경우에는 중소납품업체가 공멸하게 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배상수준을 10배까지로 늘리고 배상대상을 막연한 기술탈취나 판단에 논란이 적지 않은 납품단가 부당인하나 물품수령 거부까지 확대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결여된 무리한 주장일 뿐 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하청중소기업에게도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 소송대상을 악의에 의한 경우로 한정하는 등 엄격히 제한하고 증거주의에 의하며 배상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하여 공정거래의 취지는 살리면서 공멸을 피할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ㆍ아시아금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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