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원장ㆍ사이버국방학과 교수
사이버공격에 의해 금융전산망이 수일 간 중단된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던 농협사태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농협사태는 이 사건이 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이버영토의 총체적인 위기상황으로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시켜준 계기이자, 7ㆍ7 디도스 사건 이후의 국가 사이버재난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 준 계기였다. 농협사태 대응책으로 지난해 8월 정부는 국가 사이버보안 거버넌스를 포함하여 종합적인 사이버보안 대응방안을 담고 있는 국가 사이버안보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농협사태 1주기를 맞아 우리는제2의 농협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과연 국가 사이버안보 마스터플랜은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사이버재난 대응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 농협사태 이후 정부가 보여준 사이버보안 노력을 진단해보고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필자는 몇 개월 전 정부가 발표한 마스터플랜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 우려는 지금껏 정부는 보안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대응에 급급하다 얼마 후 급조된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곧 흐지부지 되어 결국 더 큰 보안사고에 직면하게 되는 악순환을 계속해왔고, 이번 마스터플랜도 정부의 실천의지와 책임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똑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보건대 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농협사태 이후 지금까지 SK커뮤니케이션ㆍ넥슨ㆍ선관위 등에 대한 사이버공격이 잇달아 발생했지만 국가 사이버보안체계가 마스터플랜 이후에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 것 같지 않다.
마스터플랜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세부 추진방안은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발표되지 않아 신속한 추진을 약속했던 마스터플랜이 무책임하게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걱정된다.마스터플랜에서 온 국민에게 선언했던 사이버공간은 제4의 영토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이버 국토 방어 임무의 방기에 다름 아니다.
둘째, 우리는 마스터플랜이 최초 발표된 이후 진행상황에 대해 관련 내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다. 미국이 국가 사이버보안계획안에 대해 공개적인 회람과 적극적인 의견 청취를 통해 최선의 계획을 도출하려는 노력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셋째, 우리는 여전히 장기적인 대책마련보다는 단기적인 차원의 기술적 대응책만으로 해결하려고 해왔다. 7ㆍ7 디도스 사태 이후 디도스 대응 솔루션 도입에 치중한 결과 지난해 세계를 위협한 지능형지속위협(APT)과 같은 새로운 공격방식이 등장하면 다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넷째, 대부분의 사이버 공격이 공격자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해 결국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사건으로 마무리되었는데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기술적, 법적 해결책들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불신감을 넘어 보안에 대한 불감증과 무관심, 무력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농협사태의 아픔과 교훈을 간직하고 있는 한 우리에게 아직 기회는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정부는 마스터플랜 또한 국민들과의 소중한 약속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은 정치인만 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사이버전쟁과 핵티비즘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해 책임 있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세계적 차원의 사이버안전 강화를 위한 글로벌 규범 수립에 대해 논의하게 될 2013년 서울국제사이버공간회의 주최국으로서 우리는 하루 빨리 제대로 된 국가 사이버보안체계를 수립하여 세계의 모범이 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책임 있고 투명한 국가 사이버보안 강화 노력만이 제2의 농협사태를 막고 사이버영토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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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사태 1주기를 맞아 우리는제2의 농협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과연 국가 사이버안보 마스터플랜은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사이버재난 대응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 농협사태 이후 정부가 보여준 사이버보안 노력을 진단해보고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필자는 몇 개월 전 정부가 발표한 마스터플랜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 우려는 지금껏 정부는 보안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대응에 급급하다 얼마 후 급조된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곧 흐지부지 되어 결국 더 큰 보안사고에 직면하게 되는 악순환을 계속해왔고, 이번 마스터플랜도 정부의 실천의지와 책임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똑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보건대 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농협사태 이후 지금까지 SK커뮤니케이션ㆍ넥슨ㆍ선관위 등에 대한 사이버공격이 잇달아 발생했지만 국가 사이버보안체계가 마스터플랜 이후에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 것 같지 않다.
마스터플랜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세부 추진방안은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발표되지 않아 신속한 추진을 약속했던 마스터플랜이 무책임하게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걱정된다.마스터플랜에서 온 국민에게 선언했던 사이버공간은 제4의 영토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이버 국토 방어 임무의 방기에 다름 아니다.
둘째, 우리는 마스터플랜이 최초 발표된 이후 진행상황에 대해 관련 내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다. 미국이 국가 사이버보안계획안에 대해 공개적인 회람과 적극적인 의견 청취를 통해 최선의 계획을 도출하려는 노력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셋째, 우리는 여전히 장기적인 대책마련보다는 단기적인 차원의 기술적 대응책만으로 해결하려고 해왔다. 7ㆍ7 디도스 사태 이후 디도스 대응 솔루션 도입에 치중한 결과 지난해 세계를 위협한 지능형지속위협(APT)과 같은 새로운 공격방식이 등장하면 다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넷째, 대부분의 사이버 공격이 공격자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해 결국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사건으로 마무리되었는데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기술적, 법적 해결책들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불신감을 넘어 보안에 대한 불감증과 무관심, 무력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농협사태의 아픔과 교훈을 간직하고 있는 한 우리에게 아직 기회는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정부는 마스터플랜 또한 국민들과의 소중한 약속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은 정치인만 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사이버전쟁과 핵티비즘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해 책임 있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세계적 차원의 사이버안전 강화를 위한 글로벌 규범 수립에 대해 논의하게 될 2013년 서울국제사이버공간회의 주최국으로서 우리는 하루 빨리 제대로 된 국가 사이버보안체계를 수립하여 세계의 모범이 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책임 있고 투명한 국가 사이버보안 강화 노력만이 제2의 농협사태를 막고 사이버영토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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