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신용카드사들이 지난해 신규회원을 모집하는데 쓴 판촉비용은 6000억 원이 넘는다. 카드대란이 발생했던 2002년보다도 훨씬 웃도는 규모이다. 카드사들의 과열경쟁 탓에 현재 시장에 뿌려진 신용카드 숫자도 1억2213만장이다. 거리에 나다니는 사람 1인당 5장씩 갖고 있는 셈이다. 카드를 더 발행하는 것은 빚을 더 쓰도록 부추기는 것과 같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크게 늘고 카드 연체율도 상승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카드 사용을 줄이고, 연체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카드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규 회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드대란 때에도 카드사들은 판촉경쟁을 벌이면서 미성년자ㆍ학생ㆍ실업자 등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했다. 신용카드가 신용불량카드가 되고 은행거래가 어려운 서민들의 급전조달 수단 및 신용불량자의 `돌려막기' 수단이 된 것도 이때부터다. 신용카드가 신용상태가 좋은 고객에게 발급되면 금융편의와 신용거래가 확대되지만 신불자에게 발급될 경우 카드발 금융위기가 온다. 정부는 왜 이러한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신용카드 발급을 장려했으며 카드사는 왜 경쟁적으로 카드를 남발했을까
IMF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정부'는 극심한 경기침체를 해소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신용카드사용을 장려했다고 한다. 국세청도 개인소득의 일정 수준이상 카드를 사용해야만 소득공제 혜택을 줬다. 정부가 국민에게 빚을 많이 지도록 권장한 것이다. DJ정권은 신용카드 남발을 통해서 신용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서민 및 신용불량자들을 구원했다. 신용카드의 대중화ㆍ이념화를 추구한 것이다. 그 결과 대규모 신용카드 부실화로 신용불량자가 400만 명에 달했다. 신불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신용사면, 신용회복 등 잦은 신불자 구제조치를 마련했다. 일부 신불자들은 부채상환 노력을 아예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신용카드는 결제제도라기 보다 서민에게 베푸는 복지혜택 내지 분배정책 수단이었던 것이다.
한편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남발은 과당경쟁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2001년을 전후해서 카드발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이것은 거리모집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한 개의 신용카드가 무분별하게 발급되고 이에 따르는 카드사용금액이 연체되고 부실자산이 되는 데에는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 그동안에 또 몇 장의 카드를 발급하면 카드사는 부실여신 비율이 악화되는 것을 돌려막기 내지 지연시킬 수 있다. 이런 조작이 계속되는 동안 신용카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신불자도 양산된다. 그러나 카드발급이 무한히 늘어날 수는 없다. 부실여신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카드사의 경영부실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전형적인 다단계식 사기수법이다. 특히 카드사들은 은행보다 훨씬 고금리로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카드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이다. 식당ㆍ의류상 등 소상인에게는 수수료율이 높고 백화점ㆍ대형 매장 등 신용도가 높은 가맹점에 대해서는 저렴한 것도 저신용 서민들에게 카드 남발을 부추긴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최근 2~3년 동안 저(低)신용자에 대한 카드발급을 크게 늘려 가계부채를 더욱 악화시켰다. 따라서 정부가 국민들로 하여금 빚지도록 권장하는 정책은 지양해야하며 신용카드를 남발하지 않도록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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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규 회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드대란 때에도 카드사들은 판촉경쟁을 벌이면서 미성년자ㆍ학생ㆍ실업자 등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했다. 신용카드가 신용불량카드가 되고 은행거래가 어려운 서민들의 급전조달 수단 및 신용불량자의 `돌려막기' 수단이 된 것도 이때부터다. 신용카드가 신용상태가 좋은 고객에게 발급되면 금융편의와 신용거래가 확대되지만 신불자에게 발급될 경우 카드발 금융위기가 온다. 정부는 왜 이러한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신용카드 발급을 장려했으며 카드사는 왜 경쟁적으로 카드를 남발했을까
IMF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정부'는 극심한 경기침체를 해소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신용카드사용을 장려했다고 한다. 국세청도 개인소득의 일정 수준이상 카드를 사용해야만 소득공제 혜택을 줬다. 정부가 국민에게 빚을 많이 지도록 권장한 것이다. DJ정권은 신용카드 남발을 통해서 신용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서민 및 신용불량자들을 구원했다. 신용카드의 대중화ㆍ이념화를 추구한 것이다. 그 결과 대규모 신용카드 부실화로 신용불량자가 400만 명에 달했다. 신불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신용사면, 신용회복 등 잦은 신불자 구제조치를 마련했다. 일부 신불자들은 부채상환 노력을 아예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신용카드는 결제제도라기 보다 서민에게 베푸는 복지혜택 내지 분배정책 수단이었던 것이다.
한편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남발은 과당경쟁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2001년을 전후해서 카드발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이것은 거리모집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한 개의 신용카드가 무분별하게 발급되고 이에 따르는 카드사용금액이 연체되고 부실자산이 되는 데에는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 그동안에 또 몇 장의 카드를 발급하면 카드사는 부실여신 비율이 악화되는 것을 돌려막기 내지 지연시킬 수 있다. 이런 조작이 계속되는 동안 신용카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신불자도 양산된다. 그러나 카드발급이 무한히 늘어날 수는 없다. 부실여신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카드사의 경영부실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전형적인 다단계식 사기수법이다. 특히 카드사들은 은행보다 훨씬 고금리로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카드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이다. 식당ㆍ의류상 등 소상인에게는 수수료율이 높고 백화점ㆍ대형 매장 등 신용도가 높은 가맹점에 대해서는 저렴한 것도 저신용 서민들에게 카드 남발을 부추긴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최근 2~3년 동안 저(低)신용자에 대한 카드발급을 크게 늘려 가계부채를 더욱 악화시켰다. 따라서 정부가 국민들로 하여금 빚지도록 권장하는 정책은 지양해야하며 신용카드를 남발하지 않도록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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