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얼마 전 국내 C사가 미국 D사와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9억1990만 달러(한화 약 1조120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올 해 미국에서 발생한 기업 간 손해배상 소송 중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국내 C사 측이 미국 D사 임원 출신 직원과의 이메일 기록을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미국 법원은 배심원들로 하여금 C사가 인멸한 증거들이 C사에게는 불리하고 D에게 유리한 증거였을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국내 C사는 소송에서 패소하고 엄청난 배상액을 물게 된 것이다.
미국은 소송 증거개시 요구에 응하지 못하고 상대편이 요구한 소송증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을 경우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면 고의적인 증거인멸로 판단하고 막대한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증거개시제도를 민사소송법 내에 두고 있다.
최근 들어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내 기업들이 이메일 등 소송증거자료의 삭제나 보존 실패 등의 이유로 미국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8년 전 국내 S사가 미국 M사와의 분쟁 시 법정증거물인 이메일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56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 바 있었지만, 당시에는 생소하고 우리와는 직접적인 상관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왔던 미국의 증거개시제도가 이제 우리 기업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은 타 국가의 사업행위가 자국 시장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경우 자국 민사소송법을 적용하여 타국의 기업들에게 증거개시 의무 준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유럽 기업들과의 소송에서 증거개시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미국의 증거개시제도 준수는 필수적인 조건이 되고 있다. 특히 한ㆍ미 FTA 시대를 맞아 미국과의 무역 거래 확대와 법률시장 개방으로 인해 대형 특허괴물과 거대 로펌을 앞세운 미국기업과의 다양한 소송이 벌어지게 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국내 민사소송법에 관련 조항이 없다고 항변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미국 대기업들이 수백 명의 사내 변호사를 고용하여 사내 법무팀을 두고 법적 분쟁과 각종 소송에 대비하여 이메일 등 전자기록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못한 우리 기업들이 소송에서 그들과 동등한 게임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증거개시요구에 의해 우리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와 달리 미국 법체계에서는 민사증거에 대해서도 증거능력 판단에 엄격한 진정성 기준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지금까지의 국내 소송 관행으로 대응한다면 증거개시 불이행으로 곤란을 겪거나 증거 자체가 기각되어 소송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사법체제 차원에서 이러한 국제적 차원의 소송 관행 변화와 요구를 받아들여 관련 법제 개선 등 변화가 모색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차원에서도 미국 민사소송법에 요구하는 법적 증거능력 요건을 만족시키는 수준으로 증거를 보존하고 적시에 제출할 수 있는 능력을 미리 갖추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증거개시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도 소송관련 증거의 진정성ㆍ무결성ㆍ신뢰성 유지를 위한 기록 보존관행과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이미 저장된 전자증거들의 진정성ㆍ무결성ㆍ신뢰성을 높은 수준으로 보장해주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공전소)라는 국가적으로 공인된 신뢰기관을 갖추고 있다. 이미 공전소의 경우 미국 전자증거 표준과 법적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높은 수준의 보존 인프라와 절차들을 갖추고 있으므로 증거개시제도 준수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향후 한ㆍ미 FTA로 인해 증가가 예상되는 소송위험에 대비하여 기업들은 증거수집과 증거개시를 위해 전략적으로 공전소를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으며, 국내 기업 보호와 국가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이러한 제도와 관행이 자리 잡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가적인 홍보와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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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진행 과정에서 국내 C사 측이 미국 D사 임원 출신 직원과의 이메일 기록을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미국 법원은 배심원들로 하여금 C사가 인멸한 증거들이 C사에게는 불리하고 D에게 유리한 증거였을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국내 C사는 소송에서 패소하고 엄청난 배상액을 물게 된 것이다.
미국은 소송 증거개시 요구에 응하지 못하고 상대편이 요구한 소송증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을 경우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면 고의적인 증거인멸로 판단하고 막대한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증거개시제도를 민사소송법 내에 두고 있다.
최근 들어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내 기업들이 이메일 등 소송증거자료의 삭제나 보존 실패 등의 이유로 미국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8년 전 국내 S사가 미국 M사와의 분쟁 시 법정증거물인 이메일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56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 바 있었지만, 당시에는 생소하고 우리와는 직접적인 상관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왔던 미국의 증거개시제도가 이제 우리 기업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은 타 국가의 사업행위가 자국 시장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경우 자국 민사소송법을 적용하여 타국의 기업들에게 증거개시 의무 준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유럽 기업들과의 소송에서 증거개시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미국의 증거개시제도 준수는 필수적인 조건이 되고 있다. 특히 한ㆍ미 FTA 시대를 맞아 미국과의 무역 거래 확대와 법률시장 개방으로 인해 대형 특허괴물과 거대 로펌을 앞세운 미국기업과의 다양한 소송이 벌어지게 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국내 민사소송법에 관련 조항이 없다고 항변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미국 대기업들이 수백 명의 사내 변호사를 고용하여 사내 법무팀을 두고 법적 분쟁과 각종 소송에 대비하여 이메일 등 전자기록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못한 우리 기업들이 소송에서 그들과 동등한 게임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증거개시요구에 의해 우리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와 달리 미국 법체계에서는 민사증거에 대해서도 증거능력 판단에 엄격한 진정성 기준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지금까지의 국내 소송 관행으로 대응한다면 증거개시 불이행으로 곤란을 겪거나 증거 자체가 기각되어 소송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사법체제 차원에서 이러한 국제적 차원의 소송 관행 변화와 요구를 받아들여 관련 법제 개선 등 변화가 모색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차원에서도 미국 민사소송법에 요구하는 법적 증거능력 요건을 만족시키는 수준으로 증거를 보존하고 적시에 제출할 수 있는 능력을 미리 갖추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증거개시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도 소송관련 증거의 진정성ㆍ무결성ㆍ신뢰성 유지를 위한 기록 보존관행과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이미 저장된 전자증거들의 진정성ㆍ무결성ㆍ신뢰성을 높은 수준으로 보장해주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공전소)라는 국가적으로 공인된 신뢰기관을 갖추고 있다. 이미 공전소의 경우 미국 전자증거 표준과 법적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높은 수준의 보존 인프라와 절차들을 갖추고 있으므로 증거개시제도 준수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향후 한ㆍ미 FTA로 인해 증가가 예상되는 소송위험에 대비하여 기업들은 증거수집과 증거개시를 위해 전략적으로 공전소를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으며, 국내 기업 보호와 국가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이러한 제도와 관행이 자리 잡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가적인 홍보와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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