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거미의 단백질 분해효소ㆍ하늘소의 목재 분해효소 상품화 해외수출
■ 그린 프론티어 산업현장을 가다
(14) '곤충연금술사' 생명연 박호용 박사
지난 10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호용 박사(곤충소재연구센터장) 연구실은 각종 책과 보고서, 논문, 연구자료 등으로 수북했다. 그가 얼마나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흔적과도 같은 것들이다. 그 중에서 곤충도감에서 봤을 법한 곤충을 찍어놓은 액자도 눈에 뗬다. `곤충 연금술사'로 불리는 박 박사의 면모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의 연구는 곤충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7년 생명연에 온 뒤로 줄곧 곤충연구에만 전념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곤충이 그의 연구대상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광활한 바다에서 석유를 발굴하기 위해 시추하는 것과 같은 힘든 연구를 하고 있다.
박 박사는 "곤충은 현존 지구상의 생물 중 가장 많은 종을 차지하고 있고 다양한 외부환경에 대한 탁월한 적응능력을 갖고 있어 세계 도처에 아직까지 서식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곤충의 특성을 볼 때 인간에게 유용하거나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해야 할 연구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곤충에 대한 그의 노력은 지난 2000년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을 통해 빛을 바라고 있다. 단지 연구를 통해 창출된 논문, 특허 등에 얽매이지 않고 이를 사업화로 연계시켜 결실을 맺는 이른바 `연구개발ㆍ비즈니스(R&DB)'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R&DB 모델은 `아이디어-연구개발-사업화-매출'로 이어지는 전 주기적 시스템을 일컫는다.
특히 박 박사의 아이디어는 성공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원천기술로 확보한 뒤 산업체와 연계를 통해 사업화로 이어져 매출을 창출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R&DB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창출된 연구성과들이 산업체에 이전돼 종료되는 대부분 R&DB 시스템에서 박 박사는 직접 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한 단계 더 진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박 박사의 R&DB는 무당거미와 털두꺼비하늘소가 맡았다. 그리고 산업체는 박 박사가 지난 2000년 창업해 현재 비상임 기술이사를 맡고 있는 인섹트바이오텍이 담당한다.
그는 21세기 프론티어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무당거미에서 단백질 분해효소 중의 일종인 `아라자임(Arazyme)'이라는 고효율 효소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무당거미는 먹이를 잡으면 자신의 소화효소를 먹이에 찔러 넣어 20∼30분간 기다렸다가 먹이의 몸이 껍질만 남긴 채 흐물흐물해 지면 먹이를 먹는다. 이러한 광경을 지켜본 박 박사는 `거미의 단백질 분해능력이 이렇게까지 탁월한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갖고 연구개발에 나서 아라자임이 그 비밀이었음을 규명해 냈다.
아라자임은 사료첨가제, 화장품, 기능성 식품 등의 다양한 상품으로 인섹트바이오텍을 통해 미국, 일본, 브라질, 동남아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박 박사는 아라자임의 성공에 이어 털두꺼비하늘소에 주목했다. 하늘소의 애벌레가 나무 속에서 생존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애벌레가 어떻게 나무 속에서 자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그렇다면 하늘소에는 나무를 분해하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는 확신을 갖고 다시 연구에 매진했다. 마침 아라자임의 성공을 가져 준 21세기 프론티어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의 과제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6년간의 연구 끝에 하늘소에서 목재나 쌀겨, 콩껍질 등을 쉽게 분해할 수 있는 고효율 효소인 `자일라나제(xylanase)'를 추출할 수 있었다.
자일라나제는 탄수화물 분해효소의 일종으로 나무와 곡물 껍질의 대부분을 구성하면서 동물들의 먹이 소화 및 흡수를 방해하는 헤미셀룰로스, 자일란 등의 물질을 효율적으로 분해하는 특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당시 사료용 곡물가격이 급등했던 상황이라 사료용 곡물의 소화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일라나제와 같은 고효율 바이오 효소는 동물사료 첨가제로 제격이었다.
이 기술 역시 인센트바이오텍에 이전돼 동물사료 첨가제로 활용되고 있으며, 2008년에는 관련 기술을 말레이시아 기업에 수출키로 하고 산업용 고효율 바이오효소 생산을 위한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등 또다시 새로운 `R&DB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프론티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전 주기 R&DB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연구개발 단계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산업체와 긴밀한 연구협력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라는 게 박 박사의 설명이다. 여기에 사업화 이후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섰기에 가능했다.
박 박사는 이 모든 것이 장기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연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 준 프론티어 사업이 있었기에 더욱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호용 박사는 "프론티어 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됐고, 연구소와 산업체가 연구개발과 사업화 과정에서 기능적인 역할을 분담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었기에 우리가 `프론티어 사업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면서 "프론티어 사업처럼 장기간에 걸쳐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과 사업은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역량을 한층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사진설명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호용 박사가 실험실에서 곤충에서 고효율 효소를 추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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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곤충연금술사' 생명연 박호용 박사
지난 10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호용 박사(곤충소재연구센터장) 연구실은 각종 책과 보고서, 논문, 연구자료 등으로 수북했다. 그가 얼마나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흔적과도 같은 것들이다. 그 중에서 곤충도감에서 봤을 법한 곤충을 찍어놓은 액자도 눈에 뗬다. `곤충 연금술사'로 불리는 박 박사의 면모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의 연구는 곤충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7년 생명연에 온 뒤로 줄곧 곤충연구에만 전념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곤충이 그의 연구대상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광활한 바다에서 석유를 발굴하기 위해 시추하는 것과 같은 힘든 연구를 하고 있다.
박 박사는 "곤충은 현존 지구상의 생물 중 가장 많은 종을 차지하고 있고 다양한 외부환경에 대한 탁월한 적응능력을 갖고 있어 세계 도처에 아직까지 서식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곤충의 특성을 볼 때 인간에게 유용하거나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해야 할 연구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곤충에 대한 그의 노력은 지난 2000년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을 통해 빛을 바라고 있다. 단지 연구를 통해 창출된 논문, 특허 등에 얽매이지 않고 이를 사업화로 연계시켜 결실을 맺는 이른바 `연구개발ㆍ비즈니스(R&DB)'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R&DB 모델은 `아이디어-연구개발-사업화-매출'로 이어지는 전 주기적 시스템을 일컫는다.
특히 박 박사의 아이디어는 성공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원천기술로 확보한 뒤 산업체와 연계를 통해 사업화로 이어져 매출을 창출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R&DB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창출된 연구성과들이 산업체에 이전돼 종료되는 대부분 R&DB 시스템에서 박 박사는 직접 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한 단계 더 진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박 박사의 R&DB는 무당거미와 털두꺼비하늘소가 맡았다. 그리고 산업체는 박 박사가 지난 2000년 창업해 현재 비상임 기술이사를 맡고 있는 인섹트바이오텍이 담당한다.
그는 21세기 프론티어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무당거미에서 단백질 분해효소 중의 일종인 `아라자임(Arazyme)'이라는 고효율 효소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무당거미는 먹이를 잡으면 자신의 소화효소를 먹이에 찔러 넣어 20∼30분간 기다렸다가 먹이의 몸이 껍질만 남긴 채 흐물흐물해 지면 먹이를 먹는다. 이러한 광경을 지켜본 박 박사는 `거미의 단백질 분해능력이 이렇게까지 탁월한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갖고 연구개발에 나서 아라자임이 그 비밀이었음을 규명해 냈다.
아라자임은 사료첨가제, 화장품, 기능성 식품 등의 다양한 상품으로 인섹트바이오텍을 통해 미국, 일본, 브라질, 동남아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박 박사는 아라자임의 성공에 이어 털두꺼비하늘소에 주목했다. 하늘소의 애벌레가 나무 속에서 생존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애벌레가 어떻게 나무 속에서 자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그렇다면 하늘소에는 나무를 분해하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는 확신을 갖고 다시 연구에 매진했다. 마침 아라자임의 성공을 가져 준 21세기 프론티어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의 과제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6년간의 연구 끝에 하늘소에서 목재나 쌀겨, 콩껍질 등을 쉽게 분해할 수 있는 고효율 효소인 `자일라나제(xylanase)'를 추출할 수 있었다.
자일라나제는 탄수화물 분해효소의 일종으로 나무와 곡물 껍질의 대부분을 구성하면서 동물들의 먹이 소화 및 흡수를 방해하는 헤미셀룰로스, 자일란 등의 물질을 효율적으로 분해하는 특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당시 사료용 곡물가격이 급등했던 상황이라 사료용 곡물의 소화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일라나제와 같은 고효율 바이오 효소는 동물사료 첨가제로 제격이었다.
이 기술 역시 인센트바이오텍에 이전돼 동물사료 첨가제로 활용되고 있으며, 2008년에는 관련 기술을 말레이시아 기업에 수출키로 하고 산업용 고효율 바이오효소 생산을 위한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등 또다시 새로운 `R&DB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프론티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전 주기 R&DB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연구개발 단계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산업체와 긴밀한 연구협력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라는 게 박 박사의 설명이다. 여기에 사업화 이후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섰기에 가능했다.
박 박사는 이 모든 것이 장기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연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 준 프론티어 사업이 있었기에 더욱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호용 박사는 "프론티어 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됐고, 연구소와 산업체가 연구개발과 사업화 과정에서 기능적인 역할을 분담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었기에 우리가 `프론티어 사업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면서 "프론티어 사업처럼 장기간에 걸쳐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과 사업은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역량을 한층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사진설명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호용 박사가 실험실에서 곤충에서 고효율 효소를 추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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