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ㆍ괴산ㆍ산청ㆍ중국서 재배 시작… 전문기업 설립 계획도
■ 그린 프론티어 산업현장을 가다
(4) 콩 산업화 뛰어든 '마크프로'
쥐눈이, 아주까리, 오리알, 준저리, 납떼기, 한아가리, 우렁…….
친근감이 느껴지는 이 이름들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재래종 콩의 명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콩 원산지 중 한 곳이고,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콩을 심고 먹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에 걸맞게 다른 어떤 나라보다 다양하고 특색 있는 재래종 콩 종자를 보유하고 있고, 농업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가 보관하고 있는 고유 재래종 콩만 해도 8100여 종에 이른다.
그러나 국산콩은 재배환경, 수확량 등에서 수입콩에 비해 크게 밀리고, 현재 국내 콩 시장의 주인공은 수입콩들이다. 국내 곡물종자 공급을 정부가 도맡아 하는 구조이다 보니 종자산업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고, 그나마 있던 종자기업들마저 IMF 외환위기 당시 다국적 기업들에 인수돼 종자산업이 뿌리째 흔들렸다.
현재 국내 콩시장 규모는 약 140만톤, 약 1조5000억원대에 이르지만 국내 콩 생산량은 약 12만∼13만톤에 그쳐 대부분 수입콩에 의존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원산지 국가로서 자존심은 찾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국내 콩 산업화의 새 장을 열어가는 기업이 있다. 농업이나 종자와는 거리가 먼 지식재산권 전문기업 `마크프로'(대표 차상진)가 그 주인공.
지식재산권 관리와 기술사업화 지원이 주 사업영역인 마크프로는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 중 작물유전체사업단(단장 최양도)의 기술사업화와 마케팅을 지원하다 종자산업의 가능성에 새로 눈을 뜨고 직접 기술사업화에 뛰어들었다.
경상대 정종일 교수(식물자원환경학부)가 8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비린내와 알레르기, 소화불량 원인 단백질을 모두 없앤 서리태(개척1호)와 노란콩(개척2호) 기술을 사들여 사업권을 확보한 데 이어 제주(7만2000평), 괴산(1만4400평), 산청(1만6700평) 등에 올해부터 콩을 심고 경작하기 시작했다. 이 콩들은 일반 콩에 비해 훨씬 고소하고 맛있을 뿐만 아니라 소화가 잘 되고, 두부로 만들었을 때 생산량이 많은 강점이 있다.
마크프로는 제주농업기술원, 제주도청, 괴산군, 충북도청 등 지자체들과 협력하는 동시에 자체 사업화를 위해 종자 생산에서 유통, 가공까지 전체를 포괄하는 전문기업인 `크롭스SPC(Crops SPC)'를 하반기 중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특산 콩, 두유, 두부, 장류 등을 상품화함으로써 고품질 종자 기반 식품산업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중국 선양, 인도 등에서도 재배를 하고 있고, 정종일 교수의 비린내 없는 검정콩(경상3호), 영남대 박의호 교수의 콩나물용 콩(영양, 소영) 등으로 사업화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마크프로 이정철 기술거래사업화본부장(사진)은 "콩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려고 시장구조를 들여다보니,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 국산 종자의 명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콩을 지킬 수 있겠다는 다소 거창한 접근으로 사업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지자체를 방문했지만 별 성과를 얻지 못하다가 제주도 농업기술원 김우일 국장(현 농진청 근무)을 만나 기회를 얻었다. 김 국장은 이 종자를 받아들고 2년간 시험재배를 하고는 작년에 직접 메주를 쒀 된장을 담그고 두부를 만들었다. 된장과 두부의 품질에서 확실한 차이를 느낀 김 국장은 올해 3톤을 종자로 심었다. 3톤에서 길러져 얻는 60톤 중 30톤은 내년 종자로, 나머지 30톤은 두부, 두유, 장류 등 가공식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제주, 괴산, 산청 등 각 지자체가 스스로 사업을 펼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특히 제주는 거문오름을 검정색 식품으로 특색화한 `블랙푸드밸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괴산과 산청은 농민들이 스스로 농업법인을 만들어 사업화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최소 일주일에 한번은 지방 출장을 간다는 이 본부장은 요즘 유난히 잦은 비 때문에 하늘을 쳐다보는 일이 잦다. 제주는 실제로 비 때문에 파종시기가 늦어지기도 했고 산청과 괴산은 습해를 입거나 일부 밭이 유실되기도 했다. 기후뿐만 아니라 공짜 종자에 익숙한 농민들을 설득하고 소극적인 공무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과정 전체가 험난한 과정이었다.
"사업화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은 다 겪었다"고 말하는 이 본부장은 "여기까지 온 게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콩 60톤을 생산하고, 생산한 콩의 소비 판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내년에 30톤을 심을 땅을 확보해야 한다. 이 사업을 알리는 초기 마케팅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 본부장은 "먹거리 분야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현장에서 보면 열악하기 그지없다"며 "농업과 종자산업 활성화를 위해 퍼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될 만한 분야에 대한 선택적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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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콩 산업화 뛰어든 '마크프로'
쥐눈이, 아주까리, 오리알, 준저리, 납떼기, 한아가리, 우렁…….
친근감이 느껴지는 이 이름들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재래종 콩의 명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콩 원산지 중 한 곳이고,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콩을 심고 먹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에 걸맞게 다른 어떤 나라보다 다양하고 특색 있는 재래종 콩 종자를 보유하고 있고, 농업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가 보관하고 있는 고유 재래종 콩만 해도 8100여 종에 이른다.
그러나 국산콩은 재배환경, 수확량 등에서 수입콩에 비해 크게 밀리고, 현재 국내 콩 시장의 주인공은 수입콩들이다. 국내 곡물종자 공급을 정부가 도맡아 하는 구조이다 보니 종자산업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고, 그나마 있던 종자기업들마저 IMF 외환위기 당시 다국적 기업들에 인수돼 종자산업이 뿌리째 흔들렸다.
현재 국내 콩시장 규모는 약 140만톤, 약 1조5000억원대에 이르지만 국내 콩 생산량은 약 12만∼13만톤에 그쳐 대부분 수입콩에 의존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원산지 국가로서 자존심은 찾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국내 콩 산업화의 새 장을 열어가는 기업이 있다. 농업이나 종자와는 거리가 먼 지식재산권 전문기업 `마크프로'(대표 차상진)가 그 주인공.
지식재산권 관리와 기술사업화 지원이 주 사업영역인 마크프로는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 중 작물유전체사업단(단장 최양도)의 기술사업화와 마케팅을 지원하다 종자산업의 가능성에 새로 눈을 뜨고 직접 기술사업화에 뛰어들었다.
경상대 정종일 교수(식물자원환경학부)가 8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비린내와 알레르기, 소화불량 원인 단백질을 모두 없앤 서리태(개척1호)와 노란콩(개척2호) 기술을 사들여 사업권을 확보한 데 이어 제주(7만2000평), 괴산(1만4400평), 산청(1만6700평) 등에 올해부터 콩을 심고 경작하기 시작했다. 이 콩들은 일반 콩에 비해 훨씬 고소하고 맛있을 뿐만 아니라 소화가 잘 되고, 두부로 만들었을 때 생산량이 많은 강점이 있다.
마크프로는 제주농업기술원, 제주도청, 괴산군, 충북도청 등 지자체들과 협력하는 동시에 자체 사업화를 위해 종자 생산에서 유통, 가공까지 전체를 포괄하는 전문기업인 `크롭스SPC(Crops SPC)'를 하반기 중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특산 콩, 두유, 두부, 장류 등을 상품화함으로써 고품질 종자 기반 식품산업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중국 선양, 인도 등에서도 재배를 하고 있고, 정종일 교수의 비린내 없는 검정콩(경상3호), 영남대 박의호 교수의 콩나물용 콩(영양, 소영) 등으로 사업화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마크프로 이정철 기술거래사업화본부장(사진)은 "콩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려고 시장구조를 들여다보니,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 국산 종자의 명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콩을 지킬 수 있겠다는 다소 거창한 접근으로 사업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지자체를 방문했지만 별 성과를 얻지 못하다가 제주도 농업기술원 김우일 국장(현 농진청 근무)을 만나 기회를 얻었다. 김 국장은 이 종자를 받아들고 2년간 시험재배를 하고는 작년에 직접 메주를 쒀 된장을 담그고 두부를 만들었다. 된장과 두부의 품질에서 확실한 차이를 느낀 김 국장은 올해 3톤을 종자로 심었다. 3톤에서 길러져 얻는 60톤 중 30톤은 내년 종자로, 나머지 30톤은 두부, 두유, 장류 등 가공식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제주, 괴산, 산청 등 각 지자체가 스스로 사업을 펼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특히 제주는 거문오름을 검정색 식품으로 특색화한 `블랙푸드밸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괴산과 산청은 농민들이 스스로 농업법인을 만들어 사업화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최소 일주일에 한번은 지방 출장을 간다는 이 본부장은 요즘 유난히 잦은 비 때문에 하늘을 쳐다보는 일이 잦다. 제주는 실제로 비 때문에 파종시기가 늦어지기도 했고 산청과 괴산은 습해를 입거나 일부 밭이 유실되기도 했다. 기후뿐만 아니라 공짜 종자에 익숙한 농민들을 설득하고 소극적인 공무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과정 전체가 험난한 과정이었다.
"사업화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은 다 겪었다"고 말하는 이 본부장은 "여기까지 온 게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콩 60톤을 생산하고, 생산한 콩의 소비 판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내년에 30톤을 심을 땅을 확보해야 한다. 이 사업을 알리는 초기 마케팅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 본부장은 "먹거리 분야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현장에서 보면 열악하기 그지없다"며 "농업과 종자산업 활성화를 위해 퍼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될 만한 분야에 대한 선택적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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