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이용 '라이신' 생산량 확대… 매출 1200억 껑충
■ 그린 프론티어 "산업현장을 가다"
(3) R&D서 아미노산 산업 열쇠찾은 CJ
흙 속에서 살아가면서 당을 먹고 몸 속에 아미노산을 만드는 세균의 일종인 코리네박테리아(Corynebacterium). 크기가 2㎛(1000분의 2㎜)밖에 안 돼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 작은 미생물은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부문에서 `가장 귀하신 몸'으로 통한다.
CJ는 이 박테리아를 이용해 가축 사료첨가제로 쓰이는 아미노산인 `라이신'을 연간 35만톤, 약 7000억원 어치나 생산해 세계시장에 판매한다. 박테리아가 아미노산 생산의 핵심 플랫폼으로 쓰이는 것.
CJ는 특히 2002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분석ㆍ재설계해 생산현장에 투입함으로써 박테리아 하나에서 얻는 라이신 생산량을 30∼40%나 높였다. 지금까지 얻은 매출향상 규모만 따져봐도 12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연구투자비가 10여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잘 한 R&D가 기업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CJ는 연구를 시작한 2002년만 해도 세계 선두권 기업들과 기술격차가 있었지만 10년간 뚝심 있게 연구에 매달린 끝에 세계 정상급 기술보유 기업으로, 라이신 생산량은 중국 GBT, 일본 아지노모토와 선두를 다투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CJ 바이오기술연구소 임상조 소장은 인생의 황금기인 30대를 라이신만 연구하며 보낸 인물이다. 2002년 당시 아미노산팀 과장으로 출발해 연구를 총괄하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고속승진 끝에 2009년 만 39세에 상무로 승진했다. 2009년에는 CJ그룹이 R&D 및 생산부문에서 매년 한명을 선정하는 `온리원 대상'에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임 소장은 "10년전은 인간 유전자지도를 완성하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된 직후였다"며 "게놈분석 기술을 이용하면 라이신 생산에 사용하던 코리네박테리아의 유전자 구조와 기능을 분석해 재설계, 라이신 생산량을 높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R&D 투자비용 부담과 경험부족 때문에 외부 연구자들과 협력하기 위해 21세기 프론티어 미생물유전체사업단에 참여해 공동연구를 펼쳤다. CJ 연구진이 중심이 돼 대학, 연구기관과 협력해 박테리아 전체 유전자를 분석하고 단백질, 대사물질체를 파악하는 연구가 계속됐다.
임 소장은 "박테리아를 구성하는 3000여개 유전자 중 어떤 것이 라이신 생산과 연관돼 있는지 파악하고, 수십개 관련 유전자의 발현시기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재설계했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미생물의 몸 전체를 라이신 생산에 최적화해 다시 창조해낸 것.
연구성과는 3년 후부터 쏟아져 나왔다. 2005년말 개선 균주를 얻어 생산현장에 적용한 후 계속 추가 연구를 펼쳐 매년 효율을 높여왔다. 그 결과 2002년에 비해 같은 양의 포도당을 박테리아에 줘서 얻는 라이신 양이 30% 이상 높아졌다. 늘어난 생산량은 직접적인 매출증가로 이어져 회사는 연 200억원 이상을 더 벌어들이게 됐다.
CJ는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3개 공장에서 이 박테리아를 이용해 라이신을 생산하고 있다. 미생물유전체사업단은 내년이면 종료되지만 CJ의 연구는 계속된다. 임 소장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수율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며 계속 연구를 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연구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은 글루타민산나트륨(MSG)과 핵산조미료 생산에도 적용됐을 뿐 아니라 다른 아미노산 생산을 위한 플랫폼 기술로도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생산 중인 라이신, 스레오닌, 트립토판과 함께 4대 가축사료용 아미노산으로 꼽히는 메치오닌을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공장이 완공되면 세계 최초로 화학공정이 아닌 미생물을 이용해 메치오닌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기록된다.
임 소장은 "공장이 완공되면 4대 사료 아미노산을 모두 미생물로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가 된다"며 "세계 아미노산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일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화학공정이 아니라 미생물을 이용하면 부산물과 화학폐기물이 적어 훨씬 친환경적으로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 CJ가 판매하는 MSG, 핵산조미료도 모두 미생물 발효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연구소는 이와 함께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바이러스의 일정인 `박테리아파지'를 이용해 가축 사료용 항생제를 대체하는 물질을 개발, 지난해말 제품 출시로 이어지도록 했고, 최근에는 원유가 아니라 자연계에서 포도당, 원당 등을 발효시켜 플라스틱을 만드는 `바이오플라스틱' 연구를 펼치고 있다. 또 미생물 발효에 포도당이나 원당이 아니라 야자껍데기, 사탕수수 속대 등을 원료로 쓰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연구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산업화되면 작년 1조2000억원이었던 CJ의 바이오사업 규모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그 안에는 육안으로 잘 안 보이는 미생물을 정복한 과학기술의 힘이 숨어있다.
임 소장은 "식량, 환경, 에너지 등 인류가 해결하지 못하는 많은 문제의 답이 미생물 안에 들어있다"며 "CJ를 미생물바이오 시장에서 최고 기업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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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D서 아미노산 산업 열쇠찾은 CJ
흙 속에서 살아가면서 당을 먹고 몸 속에 아미노산을 만드는 세균의 일종인 코리네박테리아(Corynebacterium). 크기가 2㎛(1000분의 2㎜)밖에 안 돼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 작은 미생물은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부문에서 `가장 귀하신 몸'으로 통한다.
CJ는 이 박테리아를 이용해 가축 사료첨가제로 쓰이는 아미노산인 `라이신'을 연간 35만톤, 약 7000억원 어치나 생산해 세계시장에 판매한다. 박테리아가 아미노산 생산의 핵심 플랫폼으로 쓰이는 것.
CJ는 특히 2002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분석ㆍ재설계해 생산현장에 투입함으로써 박테리아 하나에서 얻는 라이신 생산량을 30∼40%나 높였다. 지금까지 얻은 매출향상 규모만 따져봐도 12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연구투자비가 10여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잘 한 R&D가 기업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CJ는 연구를 시작한 2002년만 해도 세계 선두권 기업들과 기술격차가 있었지만 10년간 뚝심 있게 연구에 매달린 끝에 세계 정상급 기술보유 기업으로, 라이신 생산량은 중국 GBT, 일본 아지노모토와 선두를 다투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CJ 바이오기술연구소 임상조 소장은 인생의 황금기인 30대를 라이신만 연구하며 보낸 인물이다. 2002년 당시 아미노산팀 과장으로 출발해 연구를 총괄하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고속승진 끝에 2009년 만 39세에 상무로 승진했다. 2009년에는 CJ그룹이 R&D 및 생산부문에서 매년 한명을 선정하는 `온리원 대상'에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임 소장은 "10년전은 인간 유전자지도를 완성하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된 직후였다"며 "게놈분석 기술을 이용하면 라이신 생산에 사용하던 코리네박테리아의 유전자 구조와 기능을 분석해 재설계, 라이신 생산량을 높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R&D 투자비용 부담과 경험부족 때문에 외부 연구자들과 협력하기 위해 21세기 프론티어 미생물유전체사업단에 참여해 공동연구를 펼쳤다. CJ 연구진이 중심이 돼 대학, 연구기관과 협력해 박테리아 전체 유전자를 분석하고 단백질, 대사물질체를 파악하는 연구가 계속됐다.
임 소장은 "박테리아를 구성하는 3000여개 유전자 중 어떤 것이 라이신 생산과 연관돼 있는지 파악하고, 수십개 관련 유전자의 발현시기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재설계했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미생물의 몸 전체를 라이신 생산에 최적화해 다시 창조해낸 것.
연구성과는 3년 후부터 쏟아져 나왔다. 2005년말 개선 균주를 얻어 생산현장에 적용한 후 계속 추가 연구를 펼쳐 매년 효율을 높여왔다. 그 결과 2002년에 비해 같은 양의 포도당을 박테리아에 줘서 얻는 라이신 양이 30% 이상 높아졌다. 늘어난 생산량은 직접적인 매출증가로 이어져 회사는 연 200억원 이상을 더 벌어들이게 됐다.
CJ는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3개 공장에서 이 박테리아를 이용해 라이신을 생산하고 있다. 미생물유전체사업단은 내년이면 종료되지만 CJ의 연구는 계속된다. 임 소장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수율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며 계속 연구를 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연구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은 글루타민산나트륨(MSG)과 핵산조미료 생산에도 적용됐을 뿐 아니라 다른 아미노산 생산을 위한 플랫폼 기술로도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생산 중인 라이신, 스레오닌, 트립토판과 함께 4대 가축사료용 아미노산으로 꼽히는 메치오닌을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공장이 완공되면 세계 최초로 화학공정이 아닌 미생물을 이용해 메치오닌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기록된다.
임 소장은 "공장이 완공되면 4대 사료 아미노산을 모두 미생물로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가 된다"며 "세계 아미노산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일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화학공정이 아니라 미생물을 이용하면 부산물과 화학폐기물이 적어 훨씬 친환경적으로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 CJ가 판매하는 MSG, 핵산조미료도 모두 미생물 발효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연구소는 이와 함께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바이러스의 일정인 `박테리아파지'를 이용해 가축 사료용 항생제를 대체하는 물질을 개발, 지난해말 제품 출시로 이어지도록 했고, 최근에는 원유가 아니라 자연계에서 포도당, 원당 등을 발효시켜 플라스틱을 만드는 `바이오플라스틱' 연구를 펼치고 있다. 또 미생물 발효에 포도당이나 원당이 아니라 야자껍데기, 사탕수수 속대 등을 원료로 쓰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연구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산업화되면 작년 1조2000억원이었던 CJ의 바이오사업 규모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그 안에는 육안으로 잘 안 보이는 미생물을 정복한 과학기술의 힘이 숨어있다.
임 소장은 "식량, 환경, 에너지 등 인류가 해결하지 못하는 많은 문제의 답이 미생물 안에 들어있다"며 "CJ를 미생물바이오 시장에서 최고 기업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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