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석 클루닉스 대표
클라우드가 화두이다. 그러나 클라우드 적용해서 큰 성과를 봤다는 대기업을 보았는가? 클라우드라면 막연히 가상화나 가상 데스크탑을 떠올리거나,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왜 적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코가 사내의 연구개발(R&D) 시스템을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해 2년 가까이 성과를 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대기업 R&D에 사용되는 IT 시스템은 한 카피에 수 천만원에 이르는 값비싼 공학용 소프트웨어를 초고성능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보통 PC보다 훨씬 빠른 고가의 공학용 워크스테이션이나 고성능 PC를 연구인력 개인들마다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것이 사실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한 카피에 몇 천만원씩 하는 프로그램을 개인별, 부서별로 중복해 사주다 보니 투자비용이 과다해지는 문제도 있고, 사기는 많이 사지만 모든 사람에게 주지는 못하다 보니, 옆 사람 퇴근하면 그 사람 PC에 있는 프로그램은 못 쓰기도 한다. 몇 천만원짜리 프로그램을 실행할 PC가 느려서 설계해석 작업이 오래 걸릴 때도 있다.
게다가 투자나 관리부서 입장에서는, 거액을 들여 몇 천만원짜리 프로그램을 몇 백 카피씩 사 줬는데도 하루에 얼마나 쓰는지, 일년에 몇 번이나 쓰는지, 공유해서 나눠 쓸 수는 없는 건지, 어떤 프로그램이 더 중요하니까 더 사주고 어떤 것은 덜 사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문제가 생긴다. 결정적으로는 개인용 컴퓨터에 연구개발 결과물이 저장되다 보니, 언제 자료가 유출될지 알 수 없는 보안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고성능 병렬 서버 컴퓨터를 사서 중앙에 놓고, 그런 고가의 프로그램을 여기에 통합 설치한 후 웹 브라우저로 접속해서 프로그램을 공유해 쓰게 하면 다 해결된다.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용되지 않고 있는 라이선스를 찾아 쓸 수 있어서, 모든 사람이 사달라는 만큼 다 사주지 않아도 되고, 자원이 모자라니 더 사달라는 얘기가 사라져 버린다. 개인 PC보다 훨씬 빠른 병렬 서버에서 수 십개씩 CPU를 써서 작업이 처리되니 몸값 비싼 연구원들의 대기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더구나 기밀인 연구 결과물이 PC에 저장되지 않고 서버에 저장되니 보안 관리도 쉬워지고, 검색과 공유가 쉬워져 부서내, 부서간 협업도 쉬워진다. 프로그램별 CPU 사용률이 측정되니, 어떤 프로그램이 얼마나 사용되는지, 내년에는 어떤 프로그램 유지비용은 줄이고 어떤 프로그램은 더 사줘야 할지 일목 요연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포스코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몰랐지만, 개별적으로 투자, 운영되던 자원을 통합 공유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얻을 수 있는 장점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설계해석 통합 시스템'이 구축되었고, 매년 수 십억원에 달하는 설계해석 프로그램 구입ㆍ유지비용을 1/2로 줄였다고 한다. 제품 및 기술 개발 기간도 1/2 가까이 줄었다 하니 생산성은 4배가 된 셈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기술을 2배 더 빨리 시장에 낸다는 것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공학용 소프트웨어를 웹 상에서 사용한다는 것이 속도나 네트워크 문제 때문에 가능하겠는가 궁금할 수도 있다. 사실 예전의 SBC(서버 기반 컴퓨팅)는 이 문제로 인해 공학용 SW를 원격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최근의 기술 진보는 저속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고화질, 고품질의 원격 그래픽을 가능하게 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포스코의 성공은 R&D를 수행하는 국내 대기업 전체와 국가 출연 연구소의 R&D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약 50조원이 예산이 R&D에 집행되고, 그 중 1조원 가까운 비용이 연구 개발을 위한 컴퓨터 시스템과 과학 공학용 소프트웨어 비용으로 지출된다. 그러나 그렇게 도입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연간 며칠이나 사용되고, 일일 가동률이 몇 %나 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만일 현대차의 용접 로봇이나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의 연간 가동률을 알 수 없다면, 해당 장비의 도입 책임자나 관리자는 심각한 질책을 받겠지만, 1조에 달하는 R&D 관련 IT 자원에 대해 누구도 사용률을 모른다는 것은 최첨단이라는 IT 부문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흔히 클라우드 그러면 가상 데스크탑이나 가상화, 가상서버 임대 등을 생각한다. 그러나 클라우드의 진정한 가치는 그런 기술적 사항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합과 공유를 통해 자원 사용률을 높이고, 가용 자원을 늘려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개인별로 분산된 유지보수관리 부담을 줄여 보안과 공유, 관리의 편리성을 강화하는데 있다.
이러한 클라우드의 본질보다 첨단 기술 자체에만 집중해 가상화 등 솔루션 도입에 매몰되거나, "어려운 건 싫어. 하던대로 하고, 남들 다 쓰면 그 때 하지"하며 외면한다면 클라우드가 가져올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의 혁신 기회를 놓치는 꼴이 될 것이다.
혁신은 의외로 단순하다. 기존의 IT 예산으로 통합을 추진하면 된다. 그것이 우리 대기업들과 국가 출연 연구소들의 기술 개발 능력을 배가시키고,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코가 사내의 연구개발(R&D) 시스템을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해 2년 가까이 성과를 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대기업 R&D에 사용되는 IT 시스템은 한 카피에 수 천만원에 이르는 값비싼 공학용 소프트웨어를 초고성능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보통 PC보다 훨씬 빠른 고가의 공학용 워크스테이션이나 고성능 PC를 연구인력 개인들마다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것이 사실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한 카피에 몇 천만원씩 하는 프로그램을 개인별, 부서별로 중복해 사주다 보니 투자비용이 과다해지는 문제도 있고, 사기는 많이 사지만 모든 사람에게 주지는 못하다 보니, 옆 사람 퇴근하면 그 사람 PC에 있는 프로그램은 못 쓰기도 한다. 몇 천만원짜리 프로그램을 실행할 PC가 느려서 설계해석 작업이 오래 걸릴 때도 있다.
게다가 투자나 관리부서 입장에서는, 거액을 들여 몇 천만원짜리 프로그램을 몇 백 카피씩 사 줬는데도 하루에 얼마나 쓰는지, 일년에 몇 번이나 쓰는지, 공유해서 나눠 쓸 수는 없는 건지, 어떤 프로그램이 더 중요하니까 더 사주고 어떤 것은 덜 사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문제가 생긴다. 결정적으로는 개인용 컴퓨터에 연구개발 결과물이 저장되다 보니, 언제 자료가 유출될지 알 수 없는 보안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고성능 병렬 서버 컴퓨터를 사서 중앙에 놓고, 그런 고가의 프로그램을 여기에 통합 설치한 후 웹 브라우저로 접속해서 프로그램을 공유해 쓰게 하면 다 해결된다.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용되지 않고 있는 라이선스를 찾아 쓸 수 있어서, 모든 사람이 사달라는 만큼 다 사주지 않아도 되고, 자원이 모자라니 더 사달라는 얘기가 사라져 버린다. 개인 PC보다 훨씬 빠른 병렬 서버에서 수 십개씩 CPU를 써서 작업이 처리되니 몸값 비싼 연구원들의 대기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더구나 기밀인 연구 결과물이 PC에 저장되지 않고 서버에 저장되니 보안 관리도 쉬워지고, 검색과 공유가 쉬워져 부서내, 부서간 협업도 쉬워진다. 프로그램별 CPU 사용률이 측정되니, 어떤 프로그램이 얼마나 사용되는지, 내년에는 어떤 프로그램 유지비용은 줄이고 어떤 프로그램은 더 사줘야 할지 일목 요연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포스코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몰랐지만, 개별적으로 투자, 운영되던 자원을 통합 공유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얻을 수 있는 장점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설계해석 통합 시스템'이 구축되었고, 매년 수 십억원에 달하는 설계해석 프로그램 구입ㆍ유지비용을 1/2로 줄였다고 한다. 제품 및 기술 개발 기간도 1/2 가까이 줄었다 하니 생산성은 4배가 된 셈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기술을 2배 더 빨리 시장에 낸다는 것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공학용 소프트웨어를 웹 상에서 사용한다는 것이 속도나 네트워크 문제 때문에 가능하겠는가 궁금할 수도 있다. 사실 예전의 SBC(서버 기반 컴퓨팅)는 이 문제로 인해 공학용 SW를 원격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최근의 기술 진보는 저속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고화질, 고품질의 원격 그래픽을 가능하게 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포스코의 성공은 R&D를 수행하는 국내 대기업 전체와 국가 출연 연구소의 R&D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약 50조원이 예산이 R&D에 집행되고, 그 중 1조원 가까운 비용이 연구 개발을 위한 컴퓨터 시스템과 과학 공학용 소프트웨어 비용으로 지출된다. 그러나 그렇게 도입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연간 며칠이나 사용되고, 일일 가동률이 몇 %나 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만일 현대차의 용접 로봇이나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의 연간 가동률을 알 수 없다면, 해당 장비의 도입 책임자나 관리자는 심각한 질책을 받겠지만, 1조에 달하는 R&D 관련 IT 자원에 대해 누구도 사용률을 모른다는 것은 최첨단이라는 IT 부문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흔히 클라우드 그러면 가상 데스크탑이나 가상화, 가상서버 임대 등을 생각한다. 그러나 클라우드의 진정한 가치는 그런 기술적 사항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합과 공유를 통해 자원 사용률을 높이고, 가용 자원을 늘려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개인별로 분산된 유지보수관리 부담을 줄여 보안과 공유, 관리의 편리성을 강화하는데 있다.
이러한 클라우드의 본질보다 첨단 기술 자체에만 집중해 가상화 등 솔루션 도입에 매몰되거나, "어려운 건 싫어. 하던대로 하고, 남들 다 쓰면 그 때 하지"하며 외면한다면 클라우드가 가져올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의 혁신 기회를 놓치는 꼴이 될 것이다.
혁신은 의외로 단순하다. 기존의 IT 예산으로 통합을 추진하면 된다. 그것이 우리 대기업들과 국가 출연 연구소들의 기술 개발 능력을 배가시키고,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