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3%' 후발주자 이미지 탈피 전방위 드라이브
작년 수출액 161억달러 전체 반도체 32% '희망' 보여
작년 수출액 161억달러 전체 반도체 32% '희망' 보여
■ 미래 반도체 시장 격전지 시스템반도체
우리나라를 흔히 반도체 강국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는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반도체에 한정된 것이다. 보통 비메모리로 분류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반도체 후진국이다. 메모리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게 차지하는 최강자이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점유율 3% 수준의 후발주자다.
1983년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도쿄 선언 이후 지난 28년간 우리나라는 메모리로 `반도체 신화`를 써내려왔다. 국내 모든 반도체 기업들이 D램 등 메모리 개발경쟁에 뛰어들며 불과 10년 남짓만에 `세계 최초'의 메모리 개발 성과들을 쏟아내며 메모리 강국의 기틀을 닦았지만, 누구 하나 시스템반도체 사업에는 적극 뛰어들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1위 맹주로 군림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선 여전히 초라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의 대표적인 수요처 가군데 하나인 자동차 산업의 경우, 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럽이 강하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이 강한 것은 자동차라는 시스템 덩어리 내부를 채우고 있는 부품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자리잡은 자동차용 반도체는 유럽의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등이 세계 최강이라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자동차 한 대 원가에서 반도체 등 전자부품 비중이 조만간 40%를 차지할 정도로 미래 자동차 기술의 경쟁력은 기계가 아니라 전자기술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자동차용 반도체 국산화율은 0%다. 자동차용 반도체 전량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스템반도체의 높은 외산 의존도 현상은 휴대전화, 디지털TV, 조선, 항공 등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다. 하나의 시스템을 만드는 제조업의 경쟁력은 그 안을 채우는 핵심부품 기술에 달려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자동차ㆍ조선ㆍ휴대전화ㆍTV 등 세트 제품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유지하려면 핵심인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래서 나오는 얘기다. 시스템을 수출해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왜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해야 하는지 명백해진다.
특히 자동차ㆍ조선ㆍ의료ㆍ기계ㆍ건설ㆍ섬유ㆍ국방ㆍ에너지ㆍ조명ㆍ로봇 등 전통 산업과 IT의 융합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IT융합 빅뱅 시기'를 맞아 IT융합 산업의 가장 밑바탕을 이루는 시스템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져가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여전히 갈길 멀지만 희망이 보인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합해 총 3040억달러였다. 이 가운데 프로세서, 로직IC, 아날로그IC 등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2353억달러로 약 77%를 차지했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687억달러로 23% 수준이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수년째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데 반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전년대비 3.4% 감소한 664억달러에 그치는 반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 수요 증가로 전년대비 5.2% 증가한 247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아이서플라이는 전망했다.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인텔ㆍ퀄컴ㆍ브로드컴 등을 앞세운 미국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일본(22%), 유럽연합(11%), 대만(6%) 순이다. 우리나라는 점유율 3%로 대만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시스템반도체 수입액은 186억달러이고, 수출액은 161억달러로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지금껏 단 한 번도 무역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설계전문기업(팹리스 반도체 기업) 가운데 매출이 2억1600만달러로 가장 많은 실리콘웍스의 지난해 세계 팹리스 기업 순위는 51위에 그쳤다. 1위 퀄컴(72억달러) 매출의 정확히 3% 수준이었다.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의 지난해 매출은 5억3000만달러로 세계 파운리드 기업 매출 순위에서 7위를 차지하는데 머물렀다.
이같은 상황이지만 조금씩 우리에게도 희망이 엿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09년 122억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161억달러로 31% 가량 증가하면서 전체 작년 반도체 수출액(507억달러)의 약 32%를 차지했다. 올해는 약 191억달러 수출로 전체 반도체 수출 예상액 525억달러의 3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올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투자액은 약 41억달러로 전년대비 무려 96.8%나 증가,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설 것으로 파악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시스템반도체 매출로 20위권 밖에 있던 삼성전자는 2009년 13위로 뛰어올랐고, 작년엔 10위로 올라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이미지센서(CIS)를 비롯해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스마트카드IC 등 다양한 개별 시스템반도체에서 경쟁력을 쌓으며 이들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사업을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사업부문에서 올해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2015년까진 세계 3위로 도약하기 위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산업계 시스템반도체 드라이브 건다= 정부와 삼성전자ㆍ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은 물론 국내 중소 팹리스 반도체 기업들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과감한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지경부는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 올해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올해 191억원, 13년까지 700억원) 계획에 따라 4세대 이동통신용 베이스밴드 모뎀칩, AP(모바일CPU), RFIC(고주파칩) 등 핵심부품개발에 나선다.
또 시스템반도체 상용화기술개발(올해 150억원, 2015년까지 1138억원) 사업에 따라 자동차용(브레이크 제어칩, 차간거리제어칩, 모터제어칩 등), 디지털TV용(신호변환칩, 화질개선칩, 튜너칩 등) 등 차세대 주력 시스템반도체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시스템반도체진흥센터 주관으로 서울대ㆍ고려대ㆍ성균관대ㆍKAIST 등 여러 대학이 손을 맞잡고 올해 시스템반도체 관련 석박사급 인력 100여명을 양성하는 등 인재 양성 계획에도 착수했다. 또 정부와 업계는 작년 1차 조성한 600억원 규모의 반도체펀드에 올해 하반기 900억원을 추가 조성, 팹리스 등 중소 반도체기업에 집중 투자키로 했다. 이밖에 2015년까지 글로벌 스타 팹리스 기업 10개사 육성 사업을 비롯해 경기판교 테크노밸리와 충북 테크노파크를 연결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ITㆍ자동차ㆍ조선 등 주력 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가르는 시스템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동반육성 전략을 수립해 내달 발표하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김승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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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흔히 반도체 강국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는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반도체에 한정된 것이다. 보통 비메모리로 분류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반도체 후진국이다. 메모리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게 차지하는 최강자이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점유율 3% 수준의 후발주자다.
1983년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도쿄 선언 이후 지난 28년간 우리나라는 메모리로 `반도체 신화`를 써내려왔다. 국내 모든 반도체 기업들이 D램 등 메모리 개발경쟁에 뛰어들며 불과 10년 남짓만에 `세계 최초'의 메모리 개발 성과들을 쏟아내며 메모리 강국의 기틀을 닦았지만, 누구 하나 시스템반도체 사업에는 적극 뛰어들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1위 맹주로 군림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선 여전히 초라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의 대표적인 수요처 가군데 하나인 자동차 산업의 경우, 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럽이 강하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이 강한 것은 자동차라는 시스템 덩어리 내부를 채우고 있는 부품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자리잡은 자동차용 반도체는 유럽의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등이 세계 최강이라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자동차 한 대 원가에서 반도체 등 전자부품 비중이 조만간 40%를 차지할 정도로 미래 자동차 기술의 경쟁력은 기계가 아니라 전자기술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자동차용 반도체 국산화율은 0%다. 자동차용 반도체 전량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스템반도체의 높은 외산 의존도 현상은 휴대전화, 디지털TV, 조선, 항공 등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다. 하나의 시스템을 만드는 제조업의 경쟁력은 그 안을 채우는 핵심부품 기술에 달려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자동차ㆍ조선ㆍ휴대전화ㆍTV 등 세트 제품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유지하려면 핵심인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래서 나오는 얘기다. 시스템을 수출해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왜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해야 하는지 명백해진다.
특히 자동차ㆍ조선ㆍ의료ㆍ기계ㆍ건설ㆍ섬유ㆍ국방ㆍ에너지ㆍ조명ㆍ로봇 등 전통 산업과 IT의 융합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IT융합 빅뱅 시기'를 맞아 IT융합 산업의 가장 밑바탕을 이루는 시스템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져가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여전히 갈길 멀지만 희망이 보인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합해 총 3040억달러였다. 이 가운데 프로세서, 로직IC, 아날로그IC 등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2353억달러로 약 77%를 차지했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687억달러로 23% 수준이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수년째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데 반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전년대비 3.4% 감소한 664억달러에 그치는 반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 수요 증가로 전년대비 5.2% 증가한 247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아이서플라이는 전망했다.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인텔ㆍ퀄컴ㆍ브로드컴 등을 앞세운 미국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일본(22%), 유럽연합(11%), 대만(6%) 순이다. 우리나라는 점유율 3%로 대만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시스템반도체 수입액은 186억달러이고, 수출액은 161억달러로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지금껏 단 한 번도 무역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설계전문기업(팹리스 반도체 기업) 가운데 매출이 2억1600만달러로 가장 많은 실리콘웍스의 지난해 세계 팹리스 기업 순위는 51위에 그쳤다. 1위 퀄컴(72억달러) 매출의 정확히 3% 수준이었다.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의 지난해 매출은 5억3000만달러로 세계 파운리드 기업 매출 순위에서 7위를 차지하는데 머물렀다.
이같은 상황이지만 조금씩 우리에게도 희망이 엿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09년 122억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161억달러로 31% 가량 증가하면서 전체 작년 반도체 수출액(507억달러)의 약 32%를 차지했다. 올해는 약 191억달러 수출로 전체 반도체 수출 예상액 525억달러의 3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올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투자액은 약 41억달러로 전년대비 무려 96.8%나 증가,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설 것으로 파악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시스템반도체 매출로 20위권 밖에 있던 삼성전자는 2009년 13위로 뛰어올랐고, 작년엔 10위로 올라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이미지센서(CIS)를 비롯해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스마트카드IC 등 다양한 개별 시스템반도체에서 경쟁력을 쌓으며 이들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사업을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사업부문에서 올해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2015년까진 세계 3위로 도약하기 위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산업계 시스템반도체 드라이브 건다= 정부와 삼성전자ㆍ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은 물론 국내 중소 팹리스 반도체 기업들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과감한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지경부는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 올해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올해 191억원, 13년까지 700억원) 계획에 따라 4세대 이동통신용 베이스밴드 모뎀칩, AP(모바일CPU), RFIC(고주파칩) 등 핵심부품개발에 나선다.
또 시스템반도체 상용화기술개발(올해 150억원, 2015년까지 1138억원) 사업에 따라 자동차용(브레이크 제어칩, 차간거리제어칩, 모터제어칩 등), 디지털TV용(신호변환칩, 화질개선칩, 튜너칩 등) 등 차세대 주력 시스템반도체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시스템반도체진흥센터 주관으로 서울대ㆍ고려대ㆍ성균관대ㆍKAIST 등 여러 대학이 손을 맞잡고 올해 시스템반도체 관련 석박사급 인력 100여명을 양성하는 등 인재 양성 계획에도 착수했다. 또 정부와 업계는 작년 1차 조성한 600억원 규모의 반도체펀드에 올해 하반기 900억원을 추가 조성, 팹리스 등 중소 반도체기업에 집중 투자키로 했다. 이밖에 2015년까지 글로벌 스타 팹리스 기업 10개사 육성 사업을 비롯해 경기판교 테크노밸리와 충북 테크노파크를 연결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ITㆍ자동차ㆍ조선 등 주력 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가르는 시스템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동반육성 전략을 수립해 내달 발표하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김승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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