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국제 표준ㆍ인증 주도적 참여하자

정호원 고려대 경영대 경영학과 교수

  •  
  • 입력: 2010-11-24 21:29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DT 시론] 국제 표준ㆍ인증 주도적 참여하자
지난 11월 첫 주에 국제표준화 기구인 ISO/IEC의 `시스템 공학 및 소프트웨어 공학' 프로세스 심사 국제표준화 회의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개최되었다. 지난 봄 총회에 이어 이번에 개최된 중간회의는 까다로운 보안 절차에도 불구하고 총회에 못지 않게 붐벼 국제표준화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볼 수 있었다. 그 동안 시스템 공학 및 소프트웨어 공학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모든 IT 제품이나 시스템에 근간으로 그 가치를 높이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공통적으로 인식해온 반면에 국제적인 이해 관계는 거의 없어 타 IT 분야의 표준화에 비해 덜 중요하다고 여겨졌었다. 그러나 표준화 분야의 확대와 국제적인 관심의 증가에 따라 표준화에 참여하는 참가자 수는 점점 늘어 올해는 많은 나라에서 200여명의 대표단이 참여하였고 우리나라 역시 10명 이상의 대표단을 파견하였다.

필자가 참가하는 SPICE(Software Process Improvement and Capability determination)로 알려진 `프로세스 심사' 표준화 분과에서는 표준의 국제적인 이해 관계가 점점 더 복잡해 가고 있다. 현재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프로세스 심사 표준이 완결되어, 유럽을 중심으로 기업 내 프로세스 개선뿐만 아니라 정부조달과 기업간 거래에서 그 사용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일부 유럽계 기업은 우리나라의 협력 업체에도 SPICE 심사를 강제화하고 있으나, 이 협력업체들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해외로부터 이러한 프로세스 개선과 심사 요구는 점점 확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ISO 밖에서 도메인 프로세스 분야의 `산업표준' 개발 역시 ISO 표준화만큼 중요하게 진행되고 있어 간과해서는 안될 표준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 표준화이다. 자동차에서는 현재 약 100만 라인의 프로그램이 200~300여 종류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자동차의 진화의 70% 정도는 소프트웨어의 진화로 추정하고 있고, 5년 내에는 1000만 라인의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에 들어 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분야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표준은 AutomotiveSPICE인데, 이 표준은SPICE 사용자 그룹이 모여 만든 `산업 표준'으로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심사 국제 표준인 ISO/IEC 15504-5에 자동차 관련 일부 프로세스를 더한 표준이다. 이 표준은 유럽,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로세스 심사에서 사용될 수 있는 표준이다. 따라서 국산 차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해외 심사원으로부터 AutomotiveSPICE 심사를 받아야 함으로 수고로움과 금전적인 낭비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의료분야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프로세스 표준 역시 일부 전문가가 국제 표준화 영역 밖에서 MediSPICE라는 이름을 가지고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역시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심사 국제 표준인 ISO/IEC 15504-5에 의료관련 프로세스와 안전성 관련 프로세스를 더한 것으로 유럽과 미국의 법 규정까지 반영하여 이 심사를 받아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미국의 식품의약청(FDA)이 요구하는 의료장비에 포함되는 소프트웨어 관련 요구 사항도 만족하도록 개발하고 있어 표준 적용 범위에서는 국제표준 수준이다.

위에서 들은 예는 국제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어 보이는 프로세스 표준으로 국제표준에 근거하면서도 일부 사업자를 중심으로 개발한 산업표준이다. 물론 AutomotiveSPICE가 활성화되지 않은 초창기에는 SPICE 심사 결과를 대신 인정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자동차 분야에서 SPICE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즉, 우리나라 산업에 정작 영향을 크게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표준이 국제표준이 아닌 산업표준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ISO 장외 표준화가 ISO 내의 표준화만큼 중요해지고 있는데, 이는 산업 표준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ISO 국제표준화에서도 참여하는 전문가이고 이해 관계가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추진하는 표준화이므로 그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또한 이로 인해 초기 참가자들은 프로세스 심사나 인증을 통한 사업기회의 확대 등을 추구 할 수 있다.

표준화와 표준에 따른 인증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물론 ISO 9000 의 경우 논란점은 있지만 일반적으로 국제기관이 인증에 직접 관여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즉, 표준에 따른 인증은 국제기구가 담당하지 않으며, 일부 기관이나 전문가가 모여 인증/인정 기관을 만들고 ISO의 인증기관 요건을 준수 하면서 국제 수준의 민간 단체로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필자가 설립에 참여한AutomotiveSPICE 프로세스 인정/인증기관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설립되었고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는 일부 표준 전문가에게 국제표준화에 대한 지원은 있으나 국제수준의 단체 표준과 인증관련 활동에 대한 지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산업활동을 정부가 지원할 만큼 여유가 없을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국제수준의 단체표준과 인증 작업에 참가하여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며 해외 기업에 컨설팅을 해 줄 수준이 되어야 진정한 일류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