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스마트폰 생태계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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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4-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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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만에 다시 애플사의 제품을 구입했다. 이번에 산 물건은 아이폰이다. 볼수록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부드러운 곡선의 외형 디자인에 더하여 손가락으로 다루는 인터페이스,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받는 풍부한 앱의 존재는 아이폰을 아이폰 답게 한다. 아이폰을 좋아라 사용하면서도 우리 산업과 모바일 생태계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이는 애플사가 취하고 있는 폐쇄적 정책 때문이다. 아이폰이 국내 무선인터넷을 활성화시키고 개발자에게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생태계를 선보인 공로는 인정하지만, 심화되는 애플사의 폐쇄적 정책에 대하여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스마트폰에서 후발인 우리 기업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폐쇄적 정책으로 선두주자가 시장 점유와 기술확산에 실패한 사례는 애플사의 개인용 컴퓨터와 마이스페이스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외부 개발자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이 응용 소프트웨어의 다양성이나 혁신을 촉진하는 면에서 폐쇄형 시스템 보다 더 우수하다는 믿음으로 굳어졌다.

애플사는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나? 개방형 앱 거래처인 앱스토어를 개설하였지만 그 운영에서는 폐쇄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사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으면 아이폰 용 앱을 유통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등록심사 제도를 이용하여 경쟁사의 제품 등록을 거부하여 지탄을 받고있다. 더구나 한번 개발로 경쟁 앱스토어에도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자사의 도구로 작성되지 않은 앱의 등재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사용자의 앱 선택권과 공정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이는 여러 나라에서 소송에 휘말렸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끼워 팔기보다 더 심각하다.

애플사의 폐쇄적 정책은 우리 모바일 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우리들끼리만 사용하는 앱도 애플사에 등록하여야 하고 유료일 때는 30%의 애플사 수수료는 물론이고 미국 세금도 납부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아이애드(iAd) 플랫폼이 도입되면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 기업의 광고 앱도 애플사를 통해야 하고 그 광고 수입의 40%를 내 주어야 한다. 콧대가 높은 애플사는 통신사에게 수익의 일부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쯤되면 아이폰 도입이 단순한 스마트 폰 장비의 도입이 아니라, 통신과 SW, 나아가 광고서비스 생태계를 고스란히 내어 맡기는 꼴이 되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앱스토어는 단순히 앱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개최된 한 학회에 가보니 모든 프로그램 안내를 앱으로 한다. 많은 미국 대학들이 등록 및 수업 안내, 심지어는 강의록까지 앱으로 발표한다. 뉴욕시에서는 공공정보를 위한 앱 경진대회를 열어서 아이폰 확산을 부추겼다. 우리의 공공정보도 애플사의 앱스토어를 거쳐야 한다면 이는 국가 안보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앱 선택권의 보호와 공정경쟁 확산의 의지가 있더라도 애플사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공개소프트웨어의 지원이다. 기기 생산에서 경쟁력이 있는 우리 기업들과 개발자들이 소스코드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스마트 폰 플랫폼 개발에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공개소프트웨어는 개발자들의 참여에 의하여 성장한다. 우리 기업들이 전 세계의 개발자들과 협력하여 우수한 성능의 개방형 스마트폰과 공유 생태계를 만들어서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과 그 혜택을 나누기를 기대한다.

◇ `이슈와 전망' 필진으로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가 합류합니다.

△KAIST 소프트웨어정책연구센터 소장 △국가DB포럼 공동의장 △AppCenter 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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