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삶의 질 높이는 뇌 연구

[과학칼럼] 삶의 질 높이는 뇌 연구
    입력: 2010-04-08 20:54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뇌인지측정연구단장
사람의 뇌를 흔히 소우주라고 말하는데, 이는 뇌가 수많은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복잡한 시스템이며 뇌의 활동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뇌 속을 들어다볼 수 있는 측정도구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들의 뇌로 뇌를 연구하는 흥미롭고 도전적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근대 과학기술의 발달과정을 보면 20세기 중반까지는 사람에게 유용한 물질과 기계를 발명하여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주류를 이루었다. 20세기 중반이후에는 정보기술(IT), 생명과학(BT), 나노기술(NT) 분야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에 더하여 인간자체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면서 최근에는 인지기술(CT)이 부각되고 있다.

뇌의 각 부분이 담당하고 있는 기능(뇌기능)을 이해하는 수준에서부터 출발하여 사고, 학습 등 인지과정에 관련된 기능을 이해하는 인지기능의 연구목적은 첫째 우리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이고, 둘째 뇌질환 및 인지장애의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이고, 셋째 뇌의 동작원리를 모방한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뇌인지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인지기능을 측정하는 것이 가정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뇌인지기능의 측정에는 신경세포 수준의 미시적 신호측정에서부터 신경세포집단의 생화학적 또는 전기생리학적 활동을 매핑하는 기술이 있다. 뇌의 실제 정보처리는 천분의 1초 수준의 짧은 시간에 일어나므로 실시간 뇌정보처리 과정을 우수한 시간분해능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뇌파와 뇌자도가 있다. 특히 뇌자도는 뇌신경전류의 정보(크기, 위치 및 방향)를 보여주는데, 외부자극에 대한 순간적인 뇌의 반응을 이해하거나 서로 다른 영역에서 연결된 네트워크를 이해하는데 유용하다.

생화학적 정보나 전기생리학적 정보는 MRI 등과 같은 해부학적 좌표에 표시해야 영상화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개별적인 정보의 통합을 뛰어넘어 최근에는 상보적인 측정결과간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PET와 fMRI 데이터를 융합한다든지, fMRI와 뇌파를 동시에 측정한다든지, fMRI와 뇌자도 데이터를 융합하는 것이 새로운 추세이다.

뇌인지기능의 근간이 되는 뇌신경활동은 시간적으로 변하는 현상이며, 미약한 활동이기 때문에 미약한 뇌 신경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고감도 신호측정기술과 시간 및 공간분해능이 우수한 뇌영상기술이 필요하다. 뇌자도는 뇌신경회로의 전류에 의해 발생되는 자기장을 고감도 초전도자기센서(SQUID)로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신경전류의 공간적 정보를 매핑할 수 있으므로 뇌기능 진단과 뇌인지과정 측정에 적합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고차 인지기능 연구를 위해서는 뇌신경 집단간의 연결성 이해가 필요한데, 공간분해능과 시간분해능이 양호한 뇌자도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뇌자도를 이용한 뇌인지기능 측정의 핵심은 신호의 측정 감도를 높이는 일이며, 뇌자도 측정기술은 자기장 분포를 측정하고 수학적 역문제 기법을 사용하여 뇌 속의 전류활동을 추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뇌신경활동을 간접적으로 측정한다고 볼 수 있는데, 뇌신경 활동부위를 직접 측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준연 뇌인지측정연구단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방법이 BMR(brain magnetic resonance) 기술이다. BMR은 뇌신경활동을 직접 이미징하는 방법으로 이를 위해서는 극저자장 자기공명기술의 개발이 우선 요구된다.

극저자장 자기공명기술은 기존의 1 테슬라 수준의 고자장 자기공명기술에 대비되는 기술로, 고자장 자기공명기술에 비해 매우 낮은 자기장 세기인 마이크로 테슬라 수준의 자기장을 사용한다. 마이크로 테슬라 수준의 직류자기장이 뇌에 가해지면 뇌 속 수소원자의 공명주파수 (Larmor 주파수)가 수십 Hz 영역으로 낮아진다. 한편 뇌인지 활동에 의한 자기장신호의 주파수가 수십 Hz 영역의 저주파이므로, 뇌활동에 의한 자기장신호 주파수가 외부 직류자기장에 의한 공명주파수와 일치하면 자기공명신호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때 발생하는 공명신호의 변화를 기존의 자기공명 방법과 유사하게 이미징 함으로써 신경활동의 직접 측정이 가능하다.뇌인지측정연구단에서는 이미 마이크로 테슬라 자기장에서 자기공명 신호의 관측에 성공하였으며, 소형 동물에 대해 자기공명영상(MRI)을 얻기 위한 실험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극저자장 자기공명기술이 개발되면 기존의 뇌자도 장치와 결합하여, 뇌자도신호 측정과 자기공명영상을 하나의 장치로 얻을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과학과 철학을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가 측정이 가능한가 여부이다. 즉, 측정이 가능해야 과학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선진표준기관에서는 불가능한 것의 측정 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지, 마음, 정신, 감성 등 과거에는 철학적 이슈였던 분야들이 측정기술의 발달로 과학으로 정립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뇌인지 측정연구는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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