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협력사 이익배분 넘어 유기체적 협력 도모
기술ㆍ인력ㆍ자금ㆍ판로등 종합적 지원체계 도입돼야
기술ㆍ인력ㆍ자금ㆍ판로등 종합적 지원체계 도입돼야
■ 2010 뉴 희망 프로젝트 ‘상생’
동양 철학에서는 의(義ㆍ의로움)와 이(利ㆍ이윤추구)를 구분하고 있다. 의는 공적인 영역의 것으로, 이는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논어에 등장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이를 보고 의를 생각한다)는 공적인 영역의 의를 사적인 영역의 이의 앞에 세움으로써 의로움의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의가 전부이고 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올바르게 이를 추구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의와 이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견리사의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합당한 의리와 명분이 있다면 이윤 추구는 정당하다는 논리인 셈이다.
의를 살핀 후에 이를 담는다는 견리사의는 한국, 중국, 일본을 대표했던 상인들의 정신을 관통했던 철학이자 가치관이기도 했다. 조선의 거상 임상옥이 그랬고 중국 상업의 신으로 불리는 호설암 역시 의를 강조했다.
이윤 추구에 대한 이런 아시아적 가치의 재발견은 현대 기업의 갈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상생, 나눔, 지속가능발전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견리사의의 현대판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서 열린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ㆍ일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의(義)를 앞에 두고 이(利)를 생각했던 아시아 고유의 경영철학은 환경, 노동, 인권, 반부패와 같은 국제표준 도입에 토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UNGC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2000년 유엔에서 발족한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최 회장은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한ㆍ중ㆍ일 3국이 이제 서구기업과 같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것을 요구받고 있고 아시아적 가치의 재발견이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구의 자본주의와 합리적 기업문화를 받아들이며 성장한 아시아 기업은 이제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당연히 이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 의식과 실천이 필요한 때다. 최 회장의 발언은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서구의 합리주의적 기업문화와는 색깔이 다른 동양적 가치관의 반영이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은 산업혁명이 절정기에 달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다. 20세기 산업혁명이후 기업활동은 확대됐고 이로 인해 인류의 물질적 풍요는 전례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그러나 산업발전의 그늘에는 자연과 환경의 파괴, 부의 불균형이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에 이른다. 따라서 이런 부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나아가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를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런 시대적 배경과 함께 기업들도 단순히 영리추구기관이 아닌 사회적 책임기관으로 거듭남을 요구받게된다. 서구적으로 표현하자만 `위대한(Great) 기업', 동양적으로 표현하자면 `의(義)로운 기업'의 시대적 등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의로운 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AT&T, GE, 삼성전자, LG전자, KT, SK텔레콤 등이 참여하는 WBCSD(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회)는 의로운 기업의 키워드로 상생과 나눔을 꼽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펼치는 사회적 책임 활동 역시 나눔과 상생을 큰 주제로 하고 있다.
나눔과 상생의 대상은 다양하다. 중소협력사들과의 상생, 환경보호와 노동권리 확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 인재양성 등이 세부적인 주제들이다.
디지털타임스는 이 가운데 기업활동의 근간이 되는 기업과 기업간, 특히 한국 산업의 특징가운데 하나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나눔과 상생을 연중 기획으로 다룬다.
다행인 것은 최근의 대기업과 협력사들간의 관계는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지만, 기존의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분위기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협력 모델만이 서로의 동반성장을 보장하고, 나아가 미래 경쟁력 확보의 반석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간의 상생은 이제 단순한 `이익 분배'(Profit sharing) 차원을 넘어 유기체적 협력으로 승화시켜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른바 산업군 생태계의 필요성이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과 협력사간 상생활동 내용이 최근에 보여주는 것 일색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협력사에 대한 투자가 기술, 인력, 자금, 판로 등 4대 포인트에 집중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의 투자 패턴은 어느 한 곳에만 쏠려있어 효과가 한시적이거나 반감되는 측면이 있었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기술, 인력, 자금, 판로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지닌 자금과 중소기업이 지닌 유연한 연구개발 능력을 신속하게 이어주는 가교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은 자본이 있는 반면 느리고, 중소기업은 보다 유연하고 연구개발이 빠르기 때문에 이를 신속하게 연계하면 그 만큼 상승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과 중소업체간 정보공유도 필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시장에 대한 정보 공유가 될 때 맞춤형 기술개발과 판매촉진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이나 저 출산 등의 사회문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차원에서 다뤄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 업체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따르면, 상생과 지속가능경영 사례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총매출이익, 매출대비 이익률, 자본대비 이익률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도 견리사의 정신으로 재무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협력사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 사장단 모임인 삼성사장단협의회가 상생 프로그램을 주도한다. 삼성그룹의 상생 프로그램은 협력사별 맞춤형지원, 협력사간 시너지창출에 초첨이 맞춰진 것이 특징이다.
LG그룹은 중소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인 대금 결제 기간을 단축하고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등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또 협력회사와의 거래실적을 바탕으로 은행에서 운영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미래채권 담보대출' 등의 다양한 금융지원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SK그룹은 SK상생경영위원회라는 그룹 단위 상생경영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이 위원회는 그룹과 1차 협력업체와의 상생 협력은 물론 그룹의 상생경영이 2, 3차 협력업체에도 파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응열기자 uykim@
동양 철학에서는 의(義ㆍ의로움)와 이(利ㆍ이윤추구)를 구분하고 있다. 의는 공적인 영역의 것으로, 이는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논어에 등장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이를 보고 의를 생각한다)는 공적인 영역의 의를 사적인 영역의 이의 앞에 세움으로써 의로움의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의가 전부이고 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올바르게 이를 추구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의와 이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견리사의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합당한 의리와 명분이 있다면 이윤 추구는 정당하다는 논리인 셈이다.
의를 살핀 후에 이를 담는다는 견리사의는 한국, 중국, 일본을 대표했던 상인들의 정신을 관통했던 철학이자 가치관이기도 했다. 조선의 거상 임상옥이 그랬고 중국 상업의 신으로 불리는 호설암 역시 의를 강조했다.
이윤 추구에 대한 이런 아시아적 가치의 재발견은 현대 기업의 갈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상생, 나눔, 지속가능발전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견리사의의 현대판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서 열린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ㆍ일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의(義)를 앞에 두고 이(利)를 생각했던 아시아 고유의 경영철학은 환경, 노동, 인권, 반부패와 같은 국제표준 도입에 토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UNGC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2000년 유엔에서 발족한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최 회장은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한ㆍ중ㆍ일 3국이 이제 서구기업과 같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것을 요구받고 있고 아시아적 가치의 재발견이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구의 자본주의와 합리적 기업문화를 받아들이며 성장한 아시아 기업은 이제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당연히 이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 의식과 실천이 필요한 때다. 최 회장의 발언은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서구의 합리주의적 기업문화와는 색깔이 다른 동양적 가치관의 반영이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은 산업혁명이 절정기에 달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다. 20세기 산업혁명이후 기업활동은 확대됐고 이로 인해 인류의 물질적 풍요는 전례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그러나 산업발전의 그늘에는 자연과 환경의 파괴, 부의 불균형이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에 이른다. 따라서 이런 부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나아가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를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런 시대적 배경과 함께 기업들도 단순히 영리추구기관이 아닌 사회적 책임기관으로 거듭남을 요구받게된다. 서구적으로 표현하자만 `위대한(Great) 기업', 동양적으로 표현하자면 `의(義)로운 기업'의 시대적 등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의로운 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AT&T, GE, 삼성전자, LG전자, KT, SK텔레콤 등이 참여하는 WBCSD(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회)는 의로운 기업의 키워드로 상생과 나눔을 꼽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펼치는 사회적 책임 활동 역시 나눔과 상생을 큰 주제로 하고 있다.
나눔과 상생의 대상은 다양하다. 중소협력사들과의 상생, 환경보호와 노동권리 확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 인재양성 등이 세부적인 주제들이다.
디지털타임스는 이 가운데 기업활동의 근간이 되는 기업과 기업간, 특히 한국 산업의 특징가운데 하나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나눔과 상생을 연중 기획으로 다룬다.
다행인 것은 최근의 대기업과 협력사들간의 관계는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지만, 기존의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분위기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협력 모델만이 서로의 동반성장을 보장하고, 나아가 미래 경쟁력 확보의 반석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간의 상생은 이제 단순한 `이익 분배'(Profit sharing) 차원을 넘어 유기체적 협력으로 승화시켜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른바 산업군 생태계의 필요성이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과 협력사간 상생활동 내용이 최근에 보여주는 것 일색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협력사에 대한 투자가 기술, 인력, 자금, 판로 등 4대 포인트에 집중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의 투자 패턴은 어느 한 곳에만 쏠려있어 효과가 한시적이거나 반감되는 측면이 있었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기술, 인력, 자금, 판로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지닌 자금과 중소기업이 지닌 유연한 연구개발 능력을 신속하게 이어주는 가교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은 자본이 있는 반면 느리고, 중소기업은 보다 유연하고 연구개발이 빠르기 때문에 이를 신속하게 연계하면 그 만큼 상승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과 중소업체간 정보공유도 필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시장에 대한 정보 공유가 될 때 맞춤형 기술개발과 판매촉진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이나 저 출산 등의 사회문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차원에서 다뤄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 업체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따르면, 상생과 지속가능경영 사례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총매출이익, 매출대비 이익률, 자본대비 이익률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도 견리사의 정신으로 재무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협력사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 사장단 모임인 삼성사장단협의회가 상생 프로그램을 주도한다. 삼성그룹의 상생 프로그램은 협력사별 맞춤형지원, 협력사간 시너지창출에 초첨이 맞춰진 것이 특징이다.
LG그룹은 중소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인 대금 결제 기간을 단축하고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등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또 협력회사와의 거래실적을 바탕으로 은행에서 운영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미래채권 담보대출' 등의 다양한 금융지원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SK그룹은 SK상생경영위원회라는 그룹 단위 상생경영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이 위원회는 그룹과 1차 협력업체와의 상생 협력은 물론 그룹의 상생경영이 2, 3차 협력업체에도 파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응열기자 uy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