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쟁 추동력 제공… 재판매 활성화 등 필요
■ 방송통신 이슈 점검
(2) 합리적인 요금인하 경쟁정책
이동통신 요금을 둘러싼 `싸다 vs 비싸다'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런 논란은 정부가 나서서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인위적 요금인하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돼 왔다.
올해 역시 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시민단체는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서 저마다의 시각으로 요금인하 해법을 고민중이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시각은 오히려 시장과 소비자를 혼란시켜 왔다.
올해는 소비자원이 한국의 이동전화 음성 요금이 지난해 0.1443달러로, 우리나라와 통화량이 비슷한 미국ㆍ영국ㆍ홍콩 등 주요 15개국 평균(0.1024 달러)을 웃돌며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히면서 논쟁이 촉발됐다.
방통위와 이통사는 즉각 소비자원의 조사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반박했고, 소비자원은 다음날 다시 재반박했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30개 회원국 통신요금 비교 발표 후에는 논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왜 해마다 이런 논쟁을 되풀이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성공하지 못한 경쟁정책과 이 때문에 생긴 반쪽자리 시장경쟁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기업의 지상과제 가운데 하나는 원가와 비용절감, 기술혁신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춰가는 것이다. 물론 이는 시장경쟁을 통해 기업이 스스로 이뤄낼 때 가치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이통시장에는 시장 매커니즘이 온전하게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통신이 규제산업임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경쟁을 통해 스스로 요금을 내린 적은 거의 없다. 그간의 요금인하는 대부분 정치권과 규제기관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다. 2004년 음성통화 기본료 1000원 인하, 2006년 1월 발신자표시요금 무료화, 2007년 무선인터넷 요금 30% 인하 등이 모두 그렇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업자들이 타성적으로 요금을 인하하게 된 배경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실종된 시장경쟁과 그 틀안에 안주하려는 사업자들, 그리고 이런 환경을 만들어낸 규제기관의 정책 실패가 합작된 작품"으로 규정했다.
소비자원 발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우리의 통화요금이 지난 2004년 0.1406 달러에서 2006년 0.1376 달러, 2008년 0.1443 달러로 `추세적인 인하'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싸다, 비싸다의 논쟁을 떠나 추세적인 요금인하 현상이 나타나는 다른 국가와는 구분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비용회수가 끝나고 나면 요금이 내려가는 장치산업의 특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다양한 할인상품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요금의 하방 경직성(요금이 내려가지 않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와 사업자들은 한국적 특수성을 주장하고 있다. 결합상품과 망내할인 등 다양한 할인상품의 등장을 그 예로 들고있다. 이들 상품에 가입하면 상당한 할인 혜택을 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요금인하와는 또 다른 문제란 지적도 있다. 할인을 받기위해서는 불필요할 수도 있는 다른 서비스에 가입해야하고, 몇 년씩 특정 사업자에게 발이 묶일 수 있다. 결합상품과 망내할인은 분명 소비자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이긴 하지만 이를 요금인하의 전체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우리 이통시장은 지난 10년간 SK텔레콤, KT, LG텔레콤이 5:3:2란 비율로 시장을 나눠가지면서 그 경쟁구도가 깨지지 않고 있다. 신규사업자 등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존 사업자들간 경쟁은 보조금 경쟁으로 매몰되고 있다. 말로는 본원적인 서비스 경쟁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현장의 영업사원들은 "보조금만큼 빠르고 확실한 마케팅 수단은 없다"고 단언한다. 보조금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되기도 하지만, 보조금에 매몰된 경쟁은 결과적으로 투자확대와 요금인하의 여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런 반쪽짜리 경쟁구도는 사업자 스스로 고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기존 시장에 새로운 경쟁의 추동력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이통업계 한 전문가는 "새로운 경쟁 추동력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반쪽자리 시장경쟁과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며 "늦었지만 재판매 활성화, MVNO 육성, 와이브로 음성서비스 확대 등 새로운 경쟁요소를 시급히 도입하는 것이 요금인하의 시장 매커니즘을 작동하는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응열기자 uykim@
(2) 합리적인 요금인하 경쟁정책
이동통신 요금을 둘러싼 `싸다 vs 비싸다'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런 논란은 정부가 나서서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인위적 요금인하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돼 왔다.
올해 역시 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시민단체는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서 저마다의 시각으로 요금인하 해법을 고민중이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시각은 오히려 시장과 소비자를 혼란시켜 왔다.
올해는 소비자원이 한국의 이동전화 음성 요금이 지난해 0.1443달러로, 우리나라와 통화량이 비슷한 미국ㆍ영국ㆍ홍콩 등 주요 15개국 평균(0.1024 달러)을 웃돌며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히면서 논쟁이 촉발됐다.
방통위와 이통사는 즉각 소비자원의 조사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반박했고, 소비자원은 다음날 다시 재반박했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30개 회원국 통신요금 비교 발표 후에는 논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왜 해마다 이런 논쟁을 되풀이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성공하지 못한 경쟁정책과 이 때문에 생긴 반쪽자리 시장경쟁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기업의 지상과제 가운데 하나는 원가와 비용절감, 기술혁신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춰가는 것이다. 물론 이는 시장경쟁을 통해 기업이 스스로 이뤄낼 때 가치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이통시장에는 시장 매커니즘이 온전하게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통신이 규제산업임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경쟁을 통해 스스로 요금을 내린 적은 거의 없다. 그간의 요금인하는 대부분 정치권과 규제기관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다. 2004년 음성통화 기본료 1000원 인하, 2006년 1월 발신자표시요금 무료화, 2007년 무선인터넷 요금 30% 인하 등이 모두 그렇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업자들이 타성적으로 요금을 인하하게 된 배경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실종된 시장경쟁과 그 틀안에 안주하려는 사업자들, 그리고 이런 환경을 만들어낸 규제기관의 정책 실패가 합작된 작품"으로 규정했다.
소비자원 발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우리의 통화요금이 지난 2004년 0.1406 달러에서 2006년 0.1376 달러, 2008년 0.1443 달러로 `추세적인 인하'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싸다, 비싸다의 논쟁을 떠나 추세적인 요금인하 현상이 나타나는 다른 국가와는 구분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비용회수가 끝나고 나면 요금이 내려가는 장치산업의 특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다양한 할인상품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요금의 하방 경직성(요금이 내려가지 않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와 사업자들은 한국적 특수성을 주장하고 있다. 결합상품과 망내할인 등 다양한 할인상품의 등장을 그 예로 들고있다. 이들 상품에 가입하면 상당한 할인 혜택을 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요금인하와는 또 다른 문제란 지적도 있다. 할인을 받기위해서는 불필요할 수도 있는 다른 서비스에 가입해야하고, 몇 년씩 특정 사업자에게 발이 묶일 수 있다. 결합상품과 망내할인은 분명 소비자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이긴 하지만 이를 요금인하의 전체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우리 이통시장은 지난 10년간 SK텔레콤, KT, LG텔레콤이 5:3:2란 비율로 시장을 나눠가지면서 그 경쟁구도가 깨지지 않고 있다. 신규사업자 등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존 사업자들간 경쟁은 보조금 경쟁으로 매몰되고 있다. 말로는 본원적인 서비스 경쟁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현장의 영업사원들은 "보조금만큼 빠르고 확실한 마케팅 수단은 없다"고 단언한다. 보조금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되기도 하지만, 보조금에 매몰된 경쟁은 결과적으로 투자확대와 요금인하의 여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런 반쪽짜리 경쟁구도는 사업자 스스로 고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기존 시장에 새로운 경쟁의 추동력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이통업계 한 전문가는 "새로운 경쟁 추동력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반쪽자리 시장경쟁과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며 "늦었지만 재판매 활성화, MVNO 육성, 와이브로 음성서비스 확대 등 새로운 경쟁요소를 시급히 도입하는 것이 요금인하의 시장 매커니즘을 작동하는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응열기자 uy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