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D 버리고 '슬라이드'로 과감한 변신
게임 실행시 배터리ㆍ로딩 시간 단축
화면넓이 128㎜…NDSL보다 더 작아
무게중심 액정 쏠림으로 그립감 떨어져
키 조작 익숙해져야 게임 재미 있을듯
게임 실행시 배터리ㆍ로딩 시간 단축
화면넓이 128㎜…NDSL보다 더 작아
무게중심 액정 쏠림으로 그립감 떨어져
키 조작 익숙해져야 게임 재미 있을듯
지난 2일(현지시각)부터 4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LACC)에서 열린 세계 최대 비디오게임 전시회 `일렉트로닉 엔터테인먼트 엑스포(E3) 2009'는 어느 해보다 이슈가 많았다. 닌텐도 위(Wii)에 대한 소니와 MS의 반격이 시작되었을 뿐 아니라, 기대할 만한 신작 타이틀들 역시 상당수 출전했다.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열린 E3 중 가장 역동적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다. 오늘은 이중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의 신모델 `PSP Go'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PSP는 2004년 12월 발매이래 현재까지 세번의 버전업을 진행했지만 이번의 버전업은 완전히 다르다.
PSP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UMD(Universal Media Disc, PSP 전용 광디스크)를 포기했으며, 바 형식으로 돼 있던 기존 기종들과는 달리 상하 슬라이드 방식의 폼팩터(외형)를 택했다. 또 세부적으로 액정 화면의 크기가 축소(4.3인치->3.8인치, 기존 PSP의 약 85% 수준)되고,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됐다.
PSP의 UMD 포기는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다. UMD가 가지는 가장 큰 가치는 불법복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커스텀 펌웨어와 같은 복제 방지 회피 방법의 발전과 플래시 메모리의 급격한 대용량화로 인해 더 이상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펌웨어 업데이트라는 방법을 사용해서 어느 정도 불법 복제를 막을 수 있기는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게다가 UMD의 또 다른 수익모델 중 하나였던 영상 콘텐츠의 유통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UMD를 포기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도 소니의 판단에 한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PSP Go는 UMD를 포기하면서 기기의 무게와 크기를 줄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게임 실행시의 배터리 사용과 로딩 시간을 줄였다. 또 요즈음 대용량 게임들은 대부분 메모리 스틱에 인스톨을 지원한다.
물론 다운로드 시장이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을지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최근 발매된 3000번 대의 PSP에서는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하나 커스텀 펌웨어의 존재가 여전히 위협적인 상황이지만, 대세에 맞춰 간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폼팩터의 변경은 현재 인터넷 상에서 꽤나 호불호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실기(實機)를 보고 만져보지 못한 상태에서 폼팩터를 얘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조금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슬라이드 형식으로의 변경이다. 이에 따라 기존 PSP에서 양 측에 위치했던 방향키와 조작키 부분이 슬라이드 아래쪽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는 여기에 화면 크기마저 4.3인치에서 3.8인치로 줄어들면서, 170mm 가량이었던 너비가 128mm로 줄어들게 되었다. 이전의 PSP에 비하면 약 75%에 불과한, 상당한 정도의 소형화다. 특히 가로 넓이는 경쟁 기종인 닌텐도 DS라이트(이하 NDSL)의 133mm보다도 더 줄어들어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실제 기기의 사용에서 과연 예전만큼의 사용성을 보장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기존의 PSP가 상당히 큰 사이즈였지만 무게 중심의 배분이 잘 되어 있어 실제 들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던 데 반해(특히 2000번 대의 경우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그립감과 무게를 자랑했다), 지금의 PSP에서 이 정도의 그립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전반적인 손의 위치는 NDSL을 사용할 때의 그것과 거의 비슷해지겠지만, 액정이 자리잡고 있는 상단 부분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무게 중심이 아주 안정적으로 배분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PSP 게임의 조작계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 또는 그 조작계에서 특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게임들(예를 들면 몬스터 헌터 시리즈 등)을 이 조작계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이다.
아직 실기를 손에 잡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조작감을 논하는 것은 조금 섣부른 얘기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폼팩터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의 변화 뿐 아닌 실제 사용에서의 변화까지도 가져오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전에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자인이란 스티브 잡스가 얘기한 바와 같이, 단순히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는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뚜껑이 열리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 아닌가. 특히 이제까지 이모저모로 계륵일 수밖에 없었던 UMD를 과감하게 제거하고, 여기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가겠다는 모습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싶다. NDSL 시장이 어느 정도 정체기로 들어서고 있는 이 시점에서 PSP 진영이 말 그대로 한 방을 터뜨려 준다면, 앞으로의 휴대용 게임기 시장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열린 E3 중 가장 역동적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다. 오늘은 이중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의 신모델 `PSP Go'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PSP는 2004년 12월 발매이래 현재까지 세번의 버전업을 진행했지만 이번의 버전업은 완전히 다르다.
PSP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UMD(Universal Media Disc, PSP 전용 광디스크)를 포기했으며, 바 형식으로 돼 있던 기존 기종들과는 달리 상하 슬라이드 방식의 폼팩터(외형)를 택했다. 또 세부적으로 액정 화면의 크기가 축소(4.3인치->3.8인치, 기존 PSP의 약 85% 수준)되고,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됐다.
PSP의 UMD 포기는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다. UMD가 가지는 가장 큰 가치는 불법복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커스텀 펌웨어와 같은 복제 방지 회피 방법의 발전과 플래시 메모리의 급격한 대용량화로 인해 더 이상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펌웨어 업데이트라는 방법을 사용해서 어느 정도 불법 복제를 막을 수 있기는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게다가 UMD의 또 다른 수익모델 중 하나였던 영상 콘텐츠의 유통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UMD를 포기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도 소니의 판단에 한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PSP Go는 UMD를 포기하면서 기기의 무게와 크기를 줄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게임 실행시의 배터리 사용과 로딩 시간을 줄였다. 또 요즈음 대용량 게임들은 대부분 메모리 스틱에 인스톨을 지원한다.
물론 다운로드 시장이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을지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최근 발매된 3000번 대의 PSP에서는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하나 커스텀 펌웨어의 존재가 여전히 위협적인 상황이지만, 대세에 맞춰 간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폼팩터의 변경은 현재 인터넷 상에서 꽤나 호불호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실기(實機)를 보고 만져보지 못한 상태에서 폼팩터를 얘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조금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슬라이드 형식으로의 변경이다. 이에 따라 기존 PSP에서 양 측에 위치했던 방향키와 조작키 부분이 슬라이드 아래쪽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는 여기에 화면 크기마저 4.3인치에서 3.8인치로 줄어들면서, 170mm 가량이었던 너비가 128mm로 줄어들게 되었다. 이전의 PSP에 비하면 약 75%에 불과한, 상당한 정도의 소형화다. 특히 가로 넓이는 경쟁 기종인 닌텐도 DS라이트(이하 NDSL)의 133mm보다도 더 줄어들어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실제 기기의 사용에서 과연 예전만큼의 사용성을 보장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기존의 PSP가 상당히 큰 사이즈였지만 무게 중심의 배분이 잘 되어 있어 실제 들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던 데 반해(특히 2000번 대의 경우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그립감과 무게를 자랑했다), 지금의 PSP에서 이 정도의 그립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전반적인 손의 위치는 NDSL을 사용할 때의 그것과 거의 비슷해지겠지만, 액정이 자리잡고 있는 상단 부분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무게 중심이 아주 안정적으로 배분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PSP 게임의 조작계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 또는 그 조작계에서 특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게임들(예를 들면 몬스터 헌터 시리즈 등)을 이 조작계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이다.
아직 실기를 손에 잡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조작감을 논하는 것은 조금 섣부른 얘기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폼팩터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의 변화 뿐 아닌 실제 사용에서의 변화까지도 가져오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전에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자인이란 스티브 잡스가 얘기한 바와 같이, 단순히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는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뚜껑이 열리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 아닌가. 특히 이제까지 이모저모로 계륵일 수밖에 없었던 UMD를 과감하게 제거하고, 여기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가겠다는 모습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싶다. NDSL 시장이 어느 정도 정체기로 들어서고 있는 이 시점에서 PSP 진영이 말 그대로 한 방을 터뜨려 준다면, 앞으로의 휴대용 게임기 시장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