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 선정ㆍ지자체 재정 부담 재검토 '갈팡질팡'
정부가 차상위계층 중 40만명에게 6개월 간 일자리를 제공하고 월 85만원에 대해 현금과 쿠폰을 반씩 제공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오는 6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희망근로프로젝트는 시행도 하기 전에 지원대상 선정과 지자체 재정부담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재검토에 들어가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12일 서민 생계부담 완화를 위한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책 중 하나로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통해 최저생계비(4인 가족 133만원)의 120%인 159만원에 못미치는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희망 근로자를 모집해 일당 3만30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희망근로프로젝트 오는 6월 시행
그러나 생계비 지원과 함께 소비 진작 효과를 동시에 거두기 위해 급여를 현금과 쿠폰 50 대 50 비율로 지급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노무법인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임금 일부를 소비쿠폰으로 지급하는 것이 `임금은 통화로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43조1항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정부는 희망근로프로젝트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생계지원금을 근로와 연계해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복지사업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43조1항에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들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쿠폰 지급이 더 이상 적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을 이달 중 개정해 `국가적인 정책 등의 경우에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을 넣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지원 대상인 서민들은 물론 네티즌, 전문가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무법인 길벗의 김성중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에 임금은 통화로 지급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정해진 이유는 근로자의 경제소비를 제한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며 "85만원의 적은 임금에 대해 사용처를 제한하면 합리적 소비를 이룰 수 없으며 소비 진작을 위해 쿠폰을 지급한다지만 쿠폰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이들은 최저생계를 위해 소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현석원 금융경제실장은 "지난 3월9일부터 13일까지 국민들을 대상으로 `서민경제 안정대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연 2000만원 미만 소득자들은 현금 지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이 쿠폰제가 반대에 부딪히자 당초 정책을 마련한 기획재정부는 "근로자가 임금의 반을 소비쿠폰으로 받을 경우 쿠폰에 5% 금액을 얹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이 담당부처인 행정안전부에 넘어가면서 이 같은 방안은 사실상 검토대상에서 제외됐고, 일당을 3만28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올려주고 50%인 쿠폰 비율을 지자체 사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선에서 정책안이 마련됐다.
희망근로프로젝트는 대상자 선정기준과 지자체의 재정부담에 대해서도 반론이 속속 제기되면서 재검토에 들어가는 등 일부 정책에서 갈팡질팡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최저생계비 조건과 함께 재산이 1억3500만원 이하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대상자가 총 40만명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재산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또다시 재검토에 들어갔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 등에서 대상 가능인원을 파악하고 있다"며 "정확한 인원 조사 후 재산 조건은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더 융통성 있게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정부담에 있어서도 재정의 80%를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20%는 지자체(서울은 50% 부담)에서 부담하는 방안으로 정책이 정해졌다. 하지만 당장 예산부족을 겪고 있는 지자체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희망근로프로젝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행안부도 지자체의 재정부담에 대해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소비쿠폰제 시행이 발표되면서 `쿠폰깡' 등 부작용 발생에 대한 우려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현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소비쿠폰을 받게 되면 이를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바꿔버리는 쿠폰깡이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다. 일본에서도 1999년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2만엔의 상품권을 국민들에게 나눠졌지만 실제 소비된 상품권 비중은 32%에 불과했고 국민 상당수는 상품권을 할인방식으로 현금화한 후 저축을 하는 바람에 소비 진작에 실패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쿠폰을 현금으로 바꾸는 것은 미리 등록된 재래시장이나 동네 상점 등의 상인들만 가능하도록 했으며 국세청과도 연동해서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쿠폰깡이 빈번하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 정부가 쿠폰제에 대한 재량권을 지자체에 넘겨 준 상황이어서 쿠폰깡 행위의 만연과 소비쿠폰 사용 시 필요없는 물품의 일괄 구매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채윤정기자 echo@
정부가 차상위계층 중 40만명에게 6개월 간 일자리를 제공하고 월 85만원에 대해 현금과 쿠폰을 반씩 제공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오는 6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희망근로프로젝트는 시행도 하기 전에 지원대상 선정과 지자체 재정부담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재검토에 들어가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12일 서민 생계부담 완화를 위한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책 중 하나로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통해 최저생계비(4인 가족 133만원)의 120%인 159만원에 못미치는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희망 근로자를 모집해 일당 3만30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생계비 지원과 함께 소비 진작 효과를 동시에 거두기 위해 급여를 현금과 쿠폰 50 대 50 비율로 지급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노무법인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임금 일부를 소비쿠폰으로 지급하는 것이 `임금은 통화로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43조1항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정부는 희망근로프로젝트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생계지원금을 근로와 연계해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복지사업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43조1항에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들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쿠폰 지급이 더 이상 적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을 이달 중 개정해 `국가적인 정책 등의 경우에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을 넣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지원 대상인 서민들은 물론 네티즌, 전문가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무법인 길벗의 김성중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에 임금은 통화로 지급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정해진 이유는 근로자의 경제소비를 제한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며 "85만원의 적은 임금에 대해 사용처를 제한하면 합리적 소비를 이룰 수 없으며 소비 진작을 위해 쿠폰을 지급한다지만 쿠폰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이들은 최저생계를 위해 소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현석원 금융경제실장은 "지난 3월9일부터 13일까지 국민들을 대상으로 `서민경제 안정대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연 2000만원 미만 소득자들은 현금 지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이 쿠폰제가 반대에 부딪히자 당초 정책을 마련한 기획재정부는 "근로자가 임금의 반을 소비쿠폰으로 받을 경우 쿠폰에 5% 금액을 얹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이 담당부처인 행정안전부에 넘어가면서 이 같은 방안은 사실상 검토대상에서 제외됐고, 일당을 3만28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올려주고 50%인 쿠폰 비율을 지자체 사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선에서 정책안이 마련됐다.
희망근로프로젝트는 대상자 선정기준과 지자체의 재정부담에 대해서도 반론이 속속 제기되면서 재검토에 들어가는 등 일부 정책에서 갈팡질팡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최저생계비 조건과 함께 재산이 1억3500만원 이하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대상자가 총 40만명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재산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또다시 재검토에 들어갔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 등에서 대상 가능인원을 파악하고 있다"며 "정확한 인원 조사 후 재산 조건은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더 융통성 있게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정부담에 있어서도 재정의 80%를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20%는 지자체(서울은 50% 부담)에서 부담하는 방안으로 정책이 정해졌다. 하지만 당장 예산부족을 겪고 있는 지자체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희망근로프로젝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행안부도 지자체의 재정부담에 대해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소비쿠폰제 시행이 발표되면서 `쿠폰깡' 등 부작용 발생에 대한 우려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현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소비쿠폰을 받게 되면 이를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바꿔버리는 쿠폰깡이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다. 일본에서도 1999년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2만엔의 상품권을 국민들에게 나눠졌지만 실제 소비된 상품권 비중은 32%에 불과했고 국민 상당수는 상품권을 할인방식으로 현금화한 후 저축을 하는 바람에 소비 진작에 실패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쿠폰을 현금으로 바꾸는 것은 미리 등록된 재래시장이나 동네 상점 등의 상인들만 가능하도록 했으며 국세청과도 연동해서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쿠폰깡이 빈번하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 정부가 쿠폰제에 대한 재량권을 지자체에 넘겨 준 상황이어서 쿠폰깡 행위의 만연과 소비쿠폰 사용 시 필요없는 물품의 일괄 구매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채윤정기자 ec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