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책] 현대사회에서 거래의 안전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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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3-3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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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한 법무법인 장백 기업법무팀 변호사


근대 민법의 기본이 된 사적자치의 원칙은 계약에 있어서도 계약자유의 원칙을 표명한다. 그러나 거래의 현실에서 진정한 계약자유를 찾기에는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 계약당사자의 힘의 불균형이나 정보의 불균형도 문제이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이미 당사자 일방이 대량거래나 정형적인 거래를 위하여 미리 마련한 소위 약관을 통하여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수많은 권리 의무가 손쉽게 결정되어 버리기도 하는 현대사회에서 거래의 안전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불공정하거나 불평등한 계약 내용에 대하여 유효적절한 통제를 가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을 찾는 문제는 영원한 고민거리라 할 수 있다.

더더욱 사업자가 자신의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미리 마련해둔 약관은 대부분 복잡한 내용과 교묘한 방법을 통하여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을 다수 포함시켜 두는 것이 보통이고, 계약의 체결 현장에서 과연 계약서의 문구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심사숙고하여 날인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설사 계약내용에 이의가 있더라도 만일 이것을 문제 삼는다면 계약체결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대부분일 것이며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체결하게 되는 계약 또한 수없이 많을 것이다. 불공정한 계약내용으로 인한 당사자 사이의 법적 분쟁 중 대표적인 분야가 연예인과 소속사 사이에서 체결되는 연예인 전속 매니지먼트계약이다. 물론 초기의 많은 투자와 비용에 비하여 스타의 발굴과 양성이 매우 힘들다는 사업상의 위험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에 있어서 위험의 감수는 모든 사업에 공통된 것이 아닐까. 연예인 전속계약 전부를 불공정한 계약으로 단정해서도 안 될 것이지만, 최근 한 탤런트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현대판 노예계약으로도 불리는 관행적이고, 불공정한 연예인 전속계약에 대하여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또 다른 입법의 필요성도 일부의원과 정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는 현행 약관규제법 및 공정거래법에 의해서도 이미 충분한 통제가 가능한 부분이므로 업체의 등록의무나 별도의 관리인과 같은 내용만 추가한 새로운 입법만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결국 특별법의 남발 그 이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대부분의 불공정한 계약내용들은 지나치게 긴 전속 계약기간이나 불평등한 수익분배의 문제, 지나치게 과다한 손해배상액의 예정, 당사자의 계약의 해지권을 제한하는 문제 등인데, 이와 같은 내용들은 현행 약관규제법에 따른 해석통제 및 불공정성 통제와 공정거래법상의 거래상 지위의 남용문제로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충분한 관리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특히 법원의 판례도 이제는 상당한 양으로 축적되어 있는 상태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중복된 입법보다는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과 홍보, 적극적인 행정적 사법적 개입과 이를 위한 효율적인 예산 등의 지원이라고 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높아진 불공정한 계약에 대한 관심이 비단 연예인 전속계약의 문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는 많은 불공정한 약관들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그 실태를 조사하고 적절한 행정적 개입과 통제를 통하여 진정한 계약의 자유가 봄 햇살 속의 새싹처럼 싹트기를 바란다.

lawyerab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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