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 동맹'으로 경쟁력 살려야
■ 시스템반도체 강국으로 가자
3. 대-중-소기업, 상생모델이 답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럽은 자동차 강국이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이 왜 강한가라는 질문에 혹자는 "세계대전이라는 커다란 전쟁을 치르면서 군사기술이 자동차 기술로 이전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언뜻 맞는 말 같다. 그러나 이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유럽 자동차가 강한 것은 자동차라는 시스템 덩어리 내부를 채우고 있는 부품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유럽이 자동차 강국이다 보니 그 안에 들어가는 자동차용 반도체도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등 유럽 기업들이 세계 최강이다.
일본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위 등 비디오게임기 강국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기용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은 세계 1위다. 물론 거꾸로 말해도 등식은 성립한다. 유럽은 자동차용 반도체 등 부품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자동차 강국인 것이고, 일본은 게임기용 반도체 등 부품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게임기 강국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흔히 휴대폰과 LCD TV 등 소비자 가전제품 강국이라고 한다. 그러나 휴대폰과 LCD TV에 들어가는 각종 시스템반도체에선 결코 강국이라 말 할 수 없는 처지다. 자동차, 조선 등 다른 산업부문에서도 이같은 처지를 벗어나진 못한다.
◇시스템 제조업계와 반도체 업계 상생협력 절실= IT-SoC협회가 지난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을 대상으로 시스템 제조사와 시스템반도체 업체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설문에 `잘되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30%였다. 나머지 70%는 보통(40%)이거나, 잘 되지 않고 있다(30%)고 답했다.
그나마 시스템제조사와 시스템반도체 업체간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산업은 휴대폰, LCD TV 등 IT기기 분야가 고작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IT용 시스템반도체 제품 위주로 개발하고 있다. 눈을 조금만 돌려 자동차, 조선, 의료 등 비IT 산업으로 가면, 이 부분의 기술력을 갖춘 시스템반도체 기업은 거의 찾을 수 없고, 따라서 협력도 매우 드문 상황이다.
일례로 자동차 분야만 봐도, 벤츠와 BMW, 아우디 등 고급차에는 보통 60개에서 80개 가량의 MCU(Micro Controller Unit)이라는 반도체가 들어간다. 즉 PC로 치면 CPU에 해당하는 시스템반도체 집합체가 내장된다. 여기에 각종 멀티미디어 제어용과 네트워크 제어용 반도체, 전력반도체 등 차 한 대에 수없이 많은 반도체가 들어간다. 오는 2010년이면 자동차 한 대 원가에서 반도체 등 전자부품 비중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미래 자동차 기술의 경쟁력은 이젠 기계가 아니라 전자기술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기업이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에 이같은 자동차용 반도체를 납품하는 곳은 극히 일부다.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대부분 국내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부품업체들은 해외 반도체 기업 제품을 수입해 쓰는 실정이다.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라곤 하지만, 핵심 부품기술에선 완전히 낙제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의 하이브리드카 한 연구임원은 "국내엔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기업이 없다"며 "자동차 전자장치 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어 국내 반도체 산업계와 공동 R&D를 진행하려고 모색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목놓아 외치고 있는 뉴IT전략의 핵심은 자동차, 조선, 우주항공, 바이오, 의료 등 기간 산업과 IT의 융합이다. 자동차와 IT, 조선과 IT 등 비IT산업과 IT산업간 기술융합의 핵심 다리 역할은 시스템반도체에 달렸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많지 않다. 강점을 지니고 있는 기간 산업의 경쟁력을 더 키우기 위해선 자동차, 조선, 의료 등 다양한 시스템산업과 시스템반도체 관련 산학연의 공동 R&D가 매우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정부도 각 산업 유관 부서간 정보와 R&D 예산을 공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이 부문 R&D에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차세대반도체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인천대 조중휘 교수는 "한국 PC산업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PC라는 세트의 경쟁력을 잃었고, 이는 휴대폰이나 TV 등에도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며 "국내 자동차, 조선 등 시스템 제조사는 위기감을 절실히 느껴야 하고, 시스템반도체 산업과 협력해 부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산업간 상생협력도 필수=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4년 매출 8억7100만달러로 4.6% 수준에서 2005년 4.3%, 2006년 4.4%, 2007년 3.8%로 해가 지날수록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팹리스 반도체와 파운드리 산업 경쟁력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화했을 때 한국은 팹리스 반도체 23점, 파운드리 12.5점이다. 낙제 점수도 이런 낙제 점수가 없다. 시스템반도체 최강국으로 평가받는 대만은 팹리스반도체 51.4점, 파운드리 100점으로 환산됐다. 또 우리나라는 팹리스 25.4점, 파운드리 34.7점인 중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팹리스반도체-파운드리-시스템의 산업 생태계에서 유기적 협력관계가 없다보니 빈곤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파운드리가 빈약하다 보니 팹리스가 부실하고, 팹리스가 부실하다보니 다시 파운드리 수요가 부족해 파운드리 기업이 적자를 벗어나기 힘들고, 이것이 총체적인 시스템 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있다는 지적이다.
조중휘 교수는 "하이닉스나 동부하이텍 등 파운드리 기업들은 특화된 파운드리 기술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은 R&D를 중심으로 가고, 제품의 기획？제조？마케팅은 파운드리 기업이 맡는 전략적 상생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기획취재팀 팀장=김승룡기자 srkim@
길재식기자 osolgil@
■ 시스템반도체 강국으로 가자
3. 대-중-소기업, 상생모델이 답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럽은 자동차 강국이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이 왜 강한가라는 질문에 혹자는 "세계대전이라는 커다란 전쟁을 치르면서 군사기술이 자동차 기술로 이전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언뜻 맞는 말 같다. 그러나 이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유럽 자동차가 강한 것은 자동차라는 시스템 덩어리 내부를 채우고 있는 부품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유럽이 자동차 강국이다 보니 그 안에 들어가는 자동차용 반도체도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등 유럽 기업들이 세계 최강이다.
일본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위 등 비디오게임기 강국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기용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은 세계 1위다. 물론 거꾸로 말해도 등식은 성립한다. 유럽은 자동차용 반도체 등 부품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자동차 강국인 것이고, 일본은 게임기용 반도체 등 부품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게임기 강국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흔히 휴대폰과 LCD TV 등 소비자 가전제품 강국이라고 한다. 그러나 휴대폰과 LCD TV에 들어가는 각종 시스템반도체에선 결코 강국이라 말 할 수 없는 처지다. 자동차, 조선 등 다른 산업부문에서도 이같은 처지를 벗어나진 못한다.
◇시스템 제조업계와 반도체 업계 상생협력 절실= IT-SoC협회가 지난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을 대상으로 시스템 제조사와 시스템반도체 업체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설문에 `잘되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30%였다. 나머지 70%는 보통(40%)이거나, 잘 되지 않고 있다(30%)고 답했다.
그나마 시스템제조사와 시스템반도체 업체간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산업은 휴대폰, LCD TV 등 IT기기 분야가 고작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IT용 시스템반도체 제품 위주로 개발하고 있다. 눈을 조금만 돌려 자동차, 조선, 의료 등 비IT 산업으로 가면, 이 부분의 기술력을 갖춘 시스템반도체 기업은 거의 찾을 수 없고, 따라서 협력도 매우 드문 상황이다.
일례로 자동차 분야만 봐도, 벤츠와 BMW, 아우디 등 고급차에는 보통 60개에서 80개 가량의 MCU(Micro Controller Unit)이라는 반도체가 들어간다. 즉 PC로 치면 CPU에 해당하는 시스템반도체 집합체가 내장된다. 여기에 각종 멀티미디어 제어용과 네트워크 제어용 반도체, 전력반도체 등 차 한 대에 수없이 많은 반도체가 들어간다. 오는 2010년이면 자동차 한 대 원가에서 반도체 등 전자부품 비중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미래 자동차 기술의 경쟁력은 이젠 기계가 아니라 전자기술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기업이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에 이같은 자동차용 반도체를 납품하는 곳은 극히 일부다.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대부분 국내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부품업체들은 해외 반도체 기업 제품을 수입해 쓰는 실정이다.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라곤 하지만, 핵심 부품기술에선 완전히 낙제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의 하이브리드카 한 연구임원은 "국내엔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기업이 없다"며 "자동차 전자장치 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어 국내 반도체 산업계와 공동 R&D를 진행하려고 모색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목놓아 외치고 있는 뉴IT전략의 핵심은 자동차, 조선, 우주항공, 바이오, 의료 등 기간 산업과 IT의 융합이다. 자동차와 IT, 조선과 IT 등 비IT산업과 IT산업간 기술융합의 핵심 다리 역할은 시스템반도체에 달렸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많지 않다. 강점을 지니고 있는 기간 산업의 경쟁력을 더 키우기 위해선 자동차, 조선, 의료 등 다양한 시스템산업과 시스템반도체 관련 산학연의 공동 R&D가 매우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정부도 각 산업 유관 부서간 정보와 R&D 예산을 공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이 부문 R&D에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차세대반도체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인천대 조중휘 교수는 "한국 PC산업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PC라는 세트의 경쟁력을 잃었고, 이는 휴대폰이나 TV 등에도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며 "국내 자동차, 조선 등 시스템 제조사는 위기감을 절실히 느껴야 하고, 시스템반도체 산업과 협력해 부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산업간 상생협력도 필수=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4년 매출 8억7100만달러로 4.6% 수준에서 2005년 4.3%, 2006년 4.4%, 2007년 3.8%로 해가 지날수록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팹리스 반도체와 파운드리 산업 경쟁력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화했을 때 한국은 팹리스 반도체 23점, 파운드리 12.5점이다. 낙제 점수도 이런 낙제 점수가 없다. 시스템반도체 최강국으로 평가받는 대만은 팹리스반도체 51.4점, 파운드리 100점으로 환산됐다. 또 우리나라는 팹리스 25.4점, 파운드리 34.7점인 중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팹리스반도체-파운드리-시스템의 산업 생태계에서 유기적 협력관계가 없다보니 빈곤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파운드리가 빈약하다 보니 팹리스가 부실하고, 팹리스가 부실하다보니 다시 파운드리 수요가 부족해 파운드리 기업이 적자를 벗어나기 힘들고, 이것이 총체적인 시스템 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있다는 지적이다.
조중휘 교수는 "하이닉스나 동부하이텍 등 파운드리 기업들은 특화된 파운드리 기술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은 R&D를 중심으로 가고, 제품의 기획？제조？마케팅은 파운드리 기업이 맡는 전략적 상생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기획취재팀 팀장=김승룡기자 srkim@
길재식기자 osolgi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