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소통의 흐름에 합류하라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s)이 단절된 폐쇄공간. 일방의 외침, 소통 없는 독선만이 침묵 앞에 군림한다. 안개 낀 날을 좋아하는 사람, 흐린 날을 좋아하는 사람, 어둑한 날을 좋아하는 사람, 해질 무렵 어스름한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 햇살 속에 간간이 흩뿌리는 비를 좋아하는 사람. 그들이 함께 호흡하며 살 수 있는 것은 소통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길을 내고 마침내 터널과 터널 사이, 물 속과 물 밖 사이, 하늘과 땅 사이, 밤과 낮 사이, 어둠과 밝음 사이의 소통, 그것이 인간의 역사였다. 소통을 포기하는 순간, 걸음은 멈추며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통신서비스는 커뮤니케이션의 최선봉에 서 있다. 몸짓과 소리를 통한 직접적 소통에서 문자를 만들고, 이들의 문자를 먼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우편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에 진화된 전자적 신호가 결합되면서 이제 버튼만 누르면 그리운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그러고 보니 우편서비스를 담당하는 우정사업본부가 커뮤니케이션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소통의 역사에서 인터넷은 현재진행형이다. 인터넷은 사실 인류가 발명한 가장 경이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소통을 가능케 했으며, 작은 기술적 터치만 가해져도 네트워크 안에서 자체적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다. 미니홈피, 블로그, 카페 등 커뮤니티는 물론 지식콘텐츠, 토론방 등은 네트워크 인프라에 기반해 인터넷이 어떤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실증시키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라는 인식, 그래서 세계 각국은 통신주권을 찾기 위해 무던이도 애쓴다. 세계 통신기술을 선점하고 주도하는 나라가 글로벌 경제를 이끈다고 생각한다. 차세대 이동통신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나, 미래 성장동력산업이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영문표기를 KCC(Korea Communications Commission)로 확정했다. 처음엔 커뮤니케이션 앞에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을 넣어 BCC라고 써볼 생각도 했지만, 커뮤니케이션 의미 안에 텔레콤(Telecom)이 포함돼 있듯 방송개념도 포괄하고 있다고 본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의 철학적 의미가 강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기술과 방법 그리고 내용을 다루는 행정기관이 방통위의 정체성이다. 통신ㆍ방송ㆍ인터넷, 융합서비스와 콘텐츠를 담당하는 주무행정기관, 소통을 통괄하는 조직이 방통위다.
따라서 소통의 한 축만 신경 쓰다보면 다른 소통의 축을 무너뜨리는 우를 범한다. 커뮤니케이션의 한 축인 방송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만큼 방송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지상파TV를 통해 전달되던 방송콘텐츠는 DMB휴대폰까지 점령했다. 이젠 IP네트워크를 타고 IPTV와 만나며 영향력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이같은 플랫폼의 진화 속에 방송도 일방적인 소통방식에서 벗어나 양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방송의 양방향성은 플랫폼 다양화와 인터넷이 결합하면서 폭발성을 갖는다. 한번 흘러나온 콘텐츠는 유통을 거듭하면서 사용자제작콘텐츠(UCC) 환경과 버물려지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 방송콘텐츠가 인터넷의 소통기능과 만나면서, 우린 그간 상상할 수 없었던 거대한 소통의 물결에 휩쓸린다. 소통의 방식은 걷잡을 수 없이 진화하는데 소통을 통괄하는 행정기관 방통위가 전 근대적 시각으로 방송을 컨트롤하려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다.
콘텐츠가 답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유무선을 포괄한 네트워크의 진화와 인터넷의 만남, 그로부터 창조되는 `그 어떤` 콘텐츠가 미래 10년의 성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17~18일 서울에서 개최된 OECD장관회의는 인터넷과 미디어의 융합, 인터넷과 모바일의 만남 등이 미래 산업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여기서 케빈 마틴 미 FCC 의장의 말은 눈길을 끈다. "FCC는 규제기준을 만들 때 경쟁환경을 확대하고 사업자들의 투자를 유인, 소비자들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지를 우선 고려한다. 따라서 규제정책은 가급적 가장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인터넷의 혜택을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데 있다." 인터넷이 소통과 교육의 방법, 통신산업을 크게 변화시킨 상황에서 규제의 방향도 바뀌어야한다는 지적이다.
한 사람의 얘기가 더 있다. 얼마 전 만난 방송통신위원회 한 상임위원의 얘기다. "ADSL을 국가적 인프라사업으로 추진할 당시 콘텐츠업체들을 불러 정부차원에서 어떤 분야를 키워주면 되느냐고 물었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초고속인터넷이 전국 구석구석 깔리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돈 되는 사업이 나오더라. 네이버가 그렇고, 넥슨이 다 그런 회사들이다."
따지고 보면 정부가 바탕그림을 그리고 작은 그림은 민간이 알아서 하도록 가만 놔두는 게 좋을 때가 많다. 소통의 분위기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소통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규제기관에게 필요하다. 강요된 소통은 미스커뮤니케이션만 유발하고, 강요된 침묵은 입안에 곰팡이와 세균을 번식시켜 악취를 만들어낼 뿐이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s)이 단절된 폐쇄공간. 일방의 외침, 소통 없는 독선만이 침묵 앞에 군림한다. 안개 낀 날을 좋아하는 사람, 흐린 날을 좋아하는 사람, 어둑한 날을 좋아하는 사람, 해질 무렵 어스름한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 햇살 속에 간간이 흩뿌리는 비를 좋아하는 사람. 그들이 함께 호흡하며 살 수 있는 것은 소통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길을 내고 마침내 터널과 터널 사이, 물 속과 물 밖 사이, 하늘과 땅 사이, 밤과 낮 사이, 어둠과 밝음 사이의 소통, 그것이 인간의 역사였다. 소통을 포기하는 순간, 걸음은 멈추며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통신서비스는 커뮤니케이션의 최선봉에 서 있다. 몸짓과 소리를 통한 직접적 소통에서 문자를 만들고, 이들의 문자를 먼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우편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에 진화된 전자적 신호가 결합되면서 이제 버튼만 누르면 그리운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그러고 보니 우편서비스를 담당하는 우정사업본부가 커뮤니케이션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소통의 역사에서 인터넷은 현재진행형이다. 인터넷은 사실 인류가 발명한 가장 경이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소통을 가능케 했으며, 작은 기술적 터치만 가해져도 네트워크 안에서 자체적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다. 미니홈피, 블로그, 카페 등 커뮤니티는 물론 지식콘텐츠, 토론방 등은 네트워크 인프라에 기반해 인터넷이 어떤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실증시키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라는 인식, 그래서 세계 각국은 통신주권을 찾기 위해 무던이도 애쓴다. 세계 통신기술을 선점하고 주도하는 나라가 글로벌 경제를 이끈다고 생각한다. 차세대 이동통신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나, 미래 성장동력산업이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영문표기를 KCC(Korea Communications Commission)로 확정했다. 처음엔 커뮤니케이션 앞에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을 넣어 BCC라고 써볼 생각도 했지만, 커뮤니케이션 의미 안에 텔레콤(Telecom)이 포함돼 있듯 방송개념도 포괄하고 있다고 본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의 철학적 의미가 강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기술과 방법 그리고 내용을 다루는 행정기관이 방통위의 정체성이다. 통신ㆍ방송ㆍ인터넷, 융합서비스와 콘텐츠를 담당하는 주무행정기관, 소통을 통괄하는 조직이 방통위다.
따라서 소통의 한 축만 신경 쓰다보면 다른 소통의 축을 무너뜨리는 우를 범한다. 커뮤니케이션의 한 축인 방송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만큼 방송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지상파TV를 통해 전달되던 방송콘텐츠는 DMB휴대폰까지 점령했다. 이젠 IP네트워크를 타고 IPTV와 만나며 영향력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이같은 플랫폼의 진화 속에 방송도 일방적인 소통방식에서 벗어나 양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방송의 양방향성은 플랫폼 다양화와 인터넷이 결합하면서 폭발성을 갖는다. 한번 흘러나온 콘텐츠는 유통을 거듭하면서 사용자제작콘텐츠(UCC) 환경과 버물려지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 방송콘텐츠가 인터넷의 소통기능과 만나면서, 우린 그간 상상할 수 없었던 거대한 소통의 물결에 휩쓸린다. 소통의 방식은 걷잡을 수 없이 진화하는데 소통을 통괄하는 행정기관 방통위가 전 근대적 시각으로 방송을 컨트롤하려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다.
콘텐츠가 답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유무선을 포괄한 네트워크의 진화와 인터넷의 만남, 그로부터 창조되는 `그 어떤` 콘텐츠가 미래 10년의 성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17~18일 서울에서 개최된 OECD장관회의는 인터넷과 미디어의 융합, 인터넷과 모바일의 만남 등이 미래 산업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여기서 케빈 마틴 미 FCC 의장의 말은 눈길을 끈다. "FCC는 규제기준을 만들 때 경쟁환경을 확대하고 사업자들의 투자를 유인, 소비자들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지를 우선 고려한다. 따라서 규제정책은 가급적 가장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인터넷의 혜택을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데 있다." 인터넷이 소통과 교육의 방법, 통신산업을 크게 변화시킨 상황에서 규제의 방향도 바뀌어야한다는 지적이다.
한 사람의 얘기가 더 있다. 얼마 전 만난 방송통신위원회 한 상임위원의 얘기다. "ADSL을 국가적 인프라사업으로 추진할 당시 콘텐츠업체들을 불러 정부차원에서 어떤 분야를 키워주면 되느냐고 물었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초고속인터넷이 전국 구석구석 깔리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돈 되는 사업이 나오더라. 네이버가 그렇고, 넥슨이 다 그런 회사들이다."
따지고 보면 정부가 바탕그림을 그리고 작은 그림은 민간이 알아서 하도록 가만 놔두는 게 좋을 때가 많다. 소통의 분위기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소통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규제기관에게 필요하다. 강요된 소통은 미스커뮤니케이션만 유발하고, 강요된 침묵은 입안에 곰팡이와 세균을 번식시켜 악취를 만들어낼 뿐이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