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 지갑만 턴다고?
우리도 해외로 가고싶다
그들을 편든다는 것은 사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따지고 보면 별로 득 될 것도 없는 지지다. 굳이 파워집단의 순서를 매기자면 가장 강력한 우군은 역시 소비자다. 소비자 앞에선 사업자는 물론 정부도 무릎 꿇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소비자도 아닌, 정부도 아닌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행위는 상황에 따라 돌팔매질 당하기 십상이다. 그럴수록 통신사업자들은 자신들의 노력과 결과물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받기를 바란다.
1990년대 이후 전 세계는 하나의 경제권 안에서 글로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어느 나라 정부든 자국민을 먹여 살릴 산업 발굴에 눈을 부릅뜨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정부가 이러니 기업은 오죽할까.
우리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신 성장동력 산업으로 IT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의 선 순환고리 창출'은 IT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강요된 논리다. 신규서비스도입→투자유도와 일자리창출→내수시장 서비스 활성화→장비 및 단말기산업 경쟁력 확보→해외시장 진출, 대충 이렇다.
논리를 응용시켜보자면, 정부가 SK텔레콤이나 KT에게 새로운 통신사업권 하나 주고 이들에게 몇 조 투자하게 만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장비업체들의 숨통을 터 준다. 상용서비스가 시작되고 시장이 활성화하면 단말기 시장도 커진다. 우리나라가 처음 상용화한 서비스라면 세계 통신업체들은 상용화과정에 관심을 보이고, 그런 관심은 삼성전자 등 장비와 단말기업체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준다. 국내시장에서 실험적이고 다소 모험적인 상용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장비 및 단말기업체는 해외 시장에서 먹혀들어 가는 게임을 할 수 있다. 정보통신산업에서 상용화 경험은 그 어떤 브랜드 인지도보다 높은 점수를 얻는다.
이 과정이 산업의 선 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는 전형적인 구조다. 수출만이 살길인 대한민국에서 이같은 산업활성화 논리는 그 어떤 반론도 제압해 왔다.
하지만 산업의 선 순환고리 창출 논리는 통신서비스사업자에겐 엄청난 리스크를 떠 안긴다. 정부 입장에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은 여러 서비스 가운데, 이른바 `큰 것 한방' 터지면 수십조원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서비스에서 출발한 산업이 장비, 단말기, 반도체 등 연관산업으로 확산하면서 해외시장 수출로 이어진다면 대 성공이다.
그런데 통신서비스업체는 정부가 그리는 그림을 모두 따라 그릴 수 없다. 잘못된 경영선택 한번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정글과도 같은 경쟁체제아래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대한 의사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정부가 산업의 선 순환고리 창출의 논리를 내세우며 투자를 압박한다할 지라도, 수익성이 의심스럽다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게 냉혹한 시장현실이다. 기업이 망했다고, 그때 가서 정부 탓 할 수 없는 일이니까. 하나로텔레콤이 벌금을 물고서라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와이브로 사업권이 그랬고, CEO의 퇴진까지 불사하면서 끝내 주파수를 반납해야했던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서비스가 그랬다.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3세대(3G) 이통서비스 상용화를 통해 가입자 4300만 명을 보유한 이동통신 강국의 화려함 뒤엔, 외줄 타는 심정으로 수조원을 투자한 통신서비스업체와 그 과정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신규 통신서비스가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IT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8.7%에서 2003년에는 29.3%로 증가했다. 그런데 수출비중을 따지는 그 어느 경제연구소, 정부부처 보고서에도 그들의 경쟁력 강화 배경이 됐던 KT와 SK텔레콤의 이름은 없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의 영원한 아킬레스건은 내수산업이라는 한계다. 통신사업자들은 "내수시장에서 소비자 주머니 털어 먹고사는 산업"이라는 표현에 질색한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 없이,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인식에 대해 때론 분노하기도 한다. 이같은 인식은 걸핏하면 "소비자 주머니 털어 낸 이익, 요금인하를 통해 돌려 줘야하지 않는가"라는 논리로 발전하며, 서민부담 덜어주기를 위한 1차 표적이 되곤 한다.
통신서비스업체들도 해외시장 진출을 누구보다 희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미국, 중국, 베트남 시장에 대한 도전이나 KT의 중동, 동유럽 시장진출 모색이 모두 그 희망의 발현이다. 하지만 이들은 해외시장에서도 밭을 일구는 농군의 입장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통신서비스는 국가 기간통신산업이고, 때문에 외국업체를 대주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분투자만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을 전개해야하는 게 해외통신사업이다. 그래서 성공도 실패도 모두 사업자의 몫이다.
SK텔레콤의 중국 내 통신사업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중국 내 통신시장 구조개편과 3G이동통신 라이선스 발급과정에서, SK텔레콤이 수년동안 속태우며 공들인 노력이 3G서비스로 실현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중국 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의 성공은 단일업체의 성공만이 아니라 우리 통신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또 하나의 통신역사인 때문이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우리도 해외로 가고싶다
그들을 편든다는 것은 사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따지고 보면 별로 득 될 것도 없는 지지다. 굳이 파워집단의 순서를 매기자면 가장 강력한 우군은 역시 소비자다. 소비자 앞에선 사업자는 물론 정부도 무릎 꿇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소비자도 아닌, 정부도 아닌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행위는 상황에 따라 돌팔매질 당하기 십상이다. 그럴수록 통신사업자들은 자신들의 노력과 결과물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받기를 바란다.
1990년대 이후 전 세계는 하나의 경제권 안에서 글로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어느 나라 정부든 자국민을 먹여 살릴 산업 발굴에 눈을 부릅뜨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정부가 이러니 기업은 오죽할까.
우리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신 성장동력 산업으로 IT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의 선 순환고리 창출'은 IT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강요된 논리다. 신규서비스도입→투자유도와 일자리창출→내수시장 서비스 활성화→장비 및 단말기산업 경쟁력 확보→해외시장 진출, 대충 이렇다.
논리를 응용시켜보자면, 정부가 SK텔레콤이나 KT에게 새로운 통신사업권 하나 주고 이들에게 몇 조 투자하게 만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장비업체들의 숨통을 터 준다. 상용서비스가 시작되고 시장이 활성화하면 단말기 시장도 커진다. 우리나라가 처음 상용화한 서비스라면 세계 통신업체들은 상용화과정에 관심을 보이고, 그런 관심은 삼성전자 등 장비와 단말기업체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준다. 국내시장에서 실험적이고 다소 모험적인 상용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장비 및 단말기업체는 해외 시장에서 먹혀들어 가는 게임을 할 수 있다. 정보통신산업에서 상용화 경험은 그 어떤 브랜드 인지도보다 높은 점수를 얻는다.
이 과정이 산업의 선 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는 전형적인 구조다. 수출만이 살길인 대한민국에서 이같은 산업활성화 논리는 그 어떤 반론도 제압해 왔다.
하지만 산업의 선 순환고리 창출 논리는 통신서비스사업자에겐 엄청난 리스크를 떠 안긴다. 정부 입장에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은 여러 서비스 가운데, 이른바 `큰 것 한방' 터지면 수십조원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서비스에서 출발한 산업이 장비, 단말기, 반도체 등 연관산업으로 확산하면서 해외시장 수출로 이어진다면 대 성공이다.
그런데 통신서비스업체는 정부가 그리는 그림을 모두 따라 그릴 수 없다. 잘못된 경영선택 한번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정글과도 같은 경쟁체제아래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대한 의사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정부가 산업의 선 순환고리 창출의 논리를 내세우며 투자를 압박한다할 지라도, 수익성이 의심스럽다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게 냉혹한 시장현실이다. 기업이 망했다고, 그때 가서 정부 탓 할 수 없는 일이니까. 하나로텔레콤이 벌금을 물고서라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와이브로 사업권이 그랬고, CEO의 퇴진까지 불사하면서 끝내 주파수를 반납해야했던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서비스가 그랬다.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3세대(3G) 이통서비스 상용화를 통해 가입자 4300만 명을 보유한 이동통신 강국의 화려함 뒤엔, 외줄 타는 심정으로 수조원을 투자한 통신서비스업체와 그 과정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신규 통신서비스가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IT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8.7%에서 2003년에는 29.3%로 증가했다. 그런데 수출비중을 따지는 그 어느 경제연구소, 정부부처 보고서에도 그들의 경쟁력 강화 배경이 됐던 KT와 SK텔레콤의 이름은 없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의 영원한 아킬레스건은 내수산업이라는 한계다. 통신사업자들은 "내수시장에서 소비자 주머니 털어 먹고사는 산업"이라는 표현에 질색한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 없이,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인식에 대해 때론 분노하기도 한다. 이같은 인식은 걸핏하면 "소비자 주머니 털어 낸 이익, 요금인하를 통해 돌려 줘야하지 않는가"라는 논리로 발전하며, 서민부담 덜어주기를 위한 1차 표적이 되곤 한다.
통신서비스업체들도 해외시장 진출을 누구보다 희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미국, 중국, 베트남 시장에 대한 도전이나 KT의 중동, 동유럽 시장진출 모색이 모두 그 희망의 발현이다. 하지만 이들은 해외시장에서도 밭을 일구는 농군의 입장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통신서비스는 국가 기간통신산업이고, 때문에 외국업체를 대주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분투자만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을 전개해야하는 게 해외통신사업이다. 그래서 성공도 실패도 모두 사업자의 몫이다.
SK텔레콤의 중국 내 통신사업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중국 내 통신시장 구조개편과 3G이동통신 라이선스 발급과정에서, SK텔레콤이 수년동안 속태우며 공들인 노력이 3G서비스로 실현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중국 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의 성공은 단일업체의 성공만이 아니라 우리 통신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또 하나의 통신역사인 때문이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