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목소리를 삼키다
언제부터 우린 말보다 문자가 더 편해졌어. 문자가 주는 은근함이 좋았던 모양이야. 감정 묻어나는 목소리보단, 은밀한 텍스트가 상대를 더 편안하게 만들 수 있거든. 그래서 휴대폰 요금청구서에서 음성통화료보다 데이터이용료가 더 많을 때도 있어. 이동통신업체들이 문자메시지 이용요금을 내리라는 요구에 발끈하는 이유가 단순히 요금 몇 푼이 아까워서 만은 아닌 것 같아. 문자이용료를 내리면, 당장 음성통화량이 줄어 음성수익에 치명상을 입게되니까. 통신사업자들은 이제 의미를 잃고 있는 `유무선 대체' 보다 3세대(3G), FTTH(광가입자망)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데이터의 음성대체를 더욱 두려워하고 있어.
시장조사기관 어낼리시스(Analysys)는 2008년 핀란드 전체 음성 트래픽의 90%를 모바일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5년 4분기엔 64.6%, 2006년 4분기엔 74.6%에 달했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가 있는 모바일의 나라, 핀란드에서 유선집전화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낀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무선 대체현상이 심화되면 머잖아 유선전화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다. 2002년 KT는 시내와 시외전화에 정액요금제 도입을 모색하면서, 그 근거로 유선전화 음성 통화트래픽 감소에 따른 통신시장 예측보고서를 내 놨다. 정액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한 보고서이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음성 통화트래픽 감소평균치를 변수(A)로 잡고 2014년경이면 유선전화 착발신 트래픽이 제로(0)가 된다는 방정식을 도출했다. B, C 등과 같은 다른 변수가 개입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유선전화 음성 트래픽이 사라진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지만, 통신시장은 너무나 많은 B, C, D, E 등의 변수가 존재했다.
KT의 우려 깊은 방정식, 정통부의 정책적 판단으로 KT를 비롯해 LG데이콤, 하나로텔레콤까지 유선전화에 정액요금제를 도입한다. 하지만 KT의 우려가 정액제 도입으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가입자는 2300만명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했지만, 음성통화트래픽의 감소현상을 막아내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일정 요금만 내면, 무한대로 통화를 할 수 있는 정액요금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음성통화트래픽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유무선대체라는 말은 2000년 이후 몇 년간 전 세계 통신시장을 지배한 화두다. 이동전화가 유선집전화를 대체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 이동전화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하고 유선전화를 추월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유무선대체는 이동전화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유선집전화 음성 통화트래픽이 현저히 감소하는 현상이다. 처음엔 이동전화→유선집전화, 혹은 유선집전화→이동전화로 유선집전화가 수신, 혹은 발신의 한 축을 형성했지만 이동전화 가입자가 유선전화가입자를 추월하면서부터는 이동전화→이동전화로 모바일 중심의 통화패턴이 강화됐다.
하지만 음성통화트래픽이 감소하는 근본적 원인은 유무선대체 현상의 주요동인인 이동전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동전화 사용이 증가하는 게 유선전화 음성통화트래픽 감소를 유발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지만, 유선을 완전하게 대체하진 못한다.
음성통화 트래픽 감소를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이동전화 진영도 마찬가지다. 국내 이동전화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도 매년 정체에 빠진 음성통화 수익에 고민이다.
음성통화트래픽은 기본적인 한계가 존재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음성통화에 있어서 유무선대체는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유선과 무선의 가입자 포화, 이 시점에 유선집전화와 이동전화는 서로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의 성격이 더 짙어지고 있다.
음성통화트래픽 감소의 배경은 데이터통화트래픽 증가와 연결돼 있다. 이들 유선집전화와 이동전화의 음성통화 트래픽을 감소시키는 `공공의 적'은 데이터통화트래픽의 증가에 있다. 목소리 보다 문자를 좋아하는 사람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 채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음성이 설자리는 좁아진다.
이같은 통신이용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휴대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서비스업체들은 머리를 맞대고 사용자인터페이스(UI)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다. 터치스크린이니 햅틱이니 하는 새로운 개념은 모두 데이터 통신 수요를 겨냥한 기술이다. 자판을 두드리는 대신 손가락으로 터치하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고민이 터치스크린과 햅틱기능으로 표현되고 있다. 휴대폰 디스플레이에서 손가락이 자유롭게 춤출 때 음성통화 트래픽은 유선집전화, 이동전화에 상관없이 속절없이 줄어든다. 통신이용자는 송수화기를 통해 말하고 듣는 대신, 손가락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목소리보다 데이터, 문자에 익숙해진 것은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이 아니다.
통신시장은 이제 데이터의 음성 대체현상 속에 음성통화 중심의 마케팅에 일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음성은 유선과 무선에 상관없이 완전 정액제를 통해 존재를 확인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향후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한계 상황에 도달한 음성통화트래픽을 늘리려는 전략보다는 가입자를 데이터 수요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2008년 5월은 해고통지도 문자메시지로 날리는 시대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언제부터 우린 말보다 문자가 더 편해졌어. 문자가 주는 은근함이 좋았던 모양이야. 감정 묻어나는 목소리보단, 은밀한 텍스트가 상대를 더 편안하게 만들 수 있거든. 그래서 휴대폰 요금청구서에서 음성통화료보다 데이터이용료가 더 많을 때도 있어. 이동통신업체들이 문자메시지 이용요금을 내리라는 요구에 발끈하는 이유가 단순히 요금 몇 푼이 아까워서 만은 아닌 것 같아. 문자이용료를 내리면, 당장 음성통화량이 줄어 음성수익에 치명상을 입게되니까. 통신사업자들은 이제 의미를 잃고 있는 `유무선 대체' 보다 3세대(3G), FTTH(광가입자망)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데이터의 음성대체를 더욱 두려워하고 있어.
시장조사기관 어낼리시스(Analysys)는 2008년 핀란드 전체 음성 트래픽의 90%를 모바일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5년 4분기엔 64.6%, 2006년 4분기엔 74.6%에 달했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가 있는 모바일의 나라, 핀란드에서 유선집전화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낀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무선 대체현상이 심화되면 머잖아 유선전화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다. 2002년 KT는 시내와 시외전화에 정액요금제 도입을 모색하면서, 그 근거로 유선전화 음성 통화트래픽 감소에 따른 통신시장 예측보고서를 내 놨다. 정액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한 보고서이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음성 통화트래픽 감소평균치를 변수(A)로 잡고 2014년경이면 유선전화 착발신 트래픽이 제로(0)가 된다는 방정식을 도출했다. B, C 등과 같은 다른 변수가 개입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유선전화 음성 트래픽이 사라진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지만, 통신시장은 너무나 많은 B, C, D, E 등의 변수가 존재했다.
KT의 우려 깊은 방정식, 정통부의 정책적 판단으로 KT를 비롯해 LG데이콤, 하나로텔레콤까지 유선전화에 정액요금제를 도입한다. 하지만 KT의 우려가 정액제 도입으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가입자는 2300만명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했지만, 음성통화트래픽의 감소현상을 막아내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일정 요금만 내면, 무한대로 통화를 할 수 있는 정액요금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음성통화트래픽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유무선대체라는 말은 2000년 이후 몇 년간 전 세계 통신시장을 지배한 화두다. 이동전화가 유선집전화를 대체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 이동전화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하고 유선전화를 추월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유무선대체는 이동전화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유선집전화 음성 통화트래픽이 현저히 감소하는 현상이다. 처음엔 이동전화→유선집전화, 혹은 유선집전화→이동전화로 유선집전화가 수신, 혹은 발신의 한 축을 형성했지만 이동전화 가입자가 유선전화가입자를 추월하면서부터는 이동전화→이동전화로 모바일 중심의 통화패턴이 강화됐다.
하지만 음성통화트래픽이 감소하는 근본적 원인은 유무선대체 현상의 주요동인인 이동전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동전화 사용이 증가하는 게 유선전화 음성통화트래픽 감소를 유발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지만, 유선을 완전하게 대체하진 못한다.
음성통화 트래픽 감소를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이동전화 진영도 마찬가지다. 국내 이동전화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도 매년 정체에 빠진 음성통화 수익에 고민이다.
음성통화트래픽은 기본적인 한계가 존재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음성통화에 있어서 유무선대체는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유선과 무선의 가입자 포화, 이 시점에 유선집전화와 이동전화는 서로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의 성격이 더 짙어지고 있다.
음성통화트래픽 감소의 배경은 데이터통화트래픽 증가와 연결돼 있다. 이들 유선집전화와 이동전화의 음성통화 트래픽을 감소시키는 `공공의 적'은 데이터통화트래픽의 증가에 있다. 목소리 보다 문자를 좋아하는 사람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 채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음성이 설자리는 좁아진다.
이같은 통신이용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휴대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서비스업체들은 머리를 맞대고 사용자인터페이스(UI)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다. 터치스크린이니 햅틱이니 하는 새로운 개념은 모두 데이터 통신 수요를 겨냥한 기술이다. 자판을 두드리는 대신 손가락으로 터치하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고민이 터치스크린과 햅틱기능으로 표현되고 있다. 휴대폰 디스플레이에서 손가락이 자유롭게 춤출 때 음성통화 트래픽은 유선집전화, 이동전화에 상관없이 속절없이 줄어든다. 통신이용자는 송수화기를 통해 말하고 듣는 대신, 손가락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목소리보다 데이터, 문자에 익숙해진 것은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이 아니다.
통신시장은 이제 데이터의 음성 대체현상 속에 음성통화 중심의 마케팅에 일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음성은 유선과 무선에 상관없이 완전 정액제를 통해 존재를 확인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향후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한계 상황에 도달한 음성통화트래픽을 늘리려는 전략보다는 가입자를 데이터 수요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2008년 5월은 해고통지도 문자메시지로 날리는 시대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