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콘의 선택권 '차별화'가 답이다
■ 임윤규의 까칠한 통방콘 이야기
말 많던 IPTV가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국회가 작년 말 IPTV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는 출범과 함께 IPTV 시행령 제정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잡았다. 이로써 오는 9월경이면 사실상 케이블TV 독점의 유료방송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가구 대상의 유료방송 가입자가 3월 현재 1800만에 육박하고 있으니, IPTV가 합법적으로 실시간 방송까지 제공하며 시장에 합류하는 것이 기존 플레이어들에겐 달갑지만 않다. 1800만 유료방송 시장은 유무선 통신시장 못지 않은 포화국면을 뜻하는 것이어서, 유료방송시장의 플레이어간 마케팅 격돌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유료방송서비스는 케이블TV,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프리IPTV(메가TV, 하나TV, 마이LGTV), 위성DMB(TU미디어) 등으로 3월 현재 약 1900여만의 가입자를 형성하고 있다. 최강자인 케이블TV가 디지털가입자 100만을 포함해 1400만이 넘고, 위성방송이 230만, IPTV가 130만, 위성DMB가 120만명 정도다. 휴대폰을 이용한 이동멀티미디어 방송이라는 특수성을 감안, 위성DMB를 직접 경쟁대상에서 제외하면 일반 가구 대상의 유료방송시장은 1760만 정도다. 1740만 가구대비 이미 100% 보급률을 넘어선 포화상태. 일부 가구는 벌써 위성방송과 케이블TV, 혹은 케이블TV와 IPTV 등 두 가지 유료방송을 보고 있는 셈이다.
가구대상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1800만 안팎에서 증감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가 콘텐츠 및 서비스에 있어 차별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청자들은 굳이 두 가지 유료방송을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료방송 업체들의 관심은 포화상태의 시장에서 경쟁매체의 가입자를 흡수하는 것과 함께, 프리미엄 방송을 통해 가입자당 매출(ARPU)을 확대하는 것에 집중된다. 하지만 가입자 확대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계는 프리미엄 방송 가입자를 확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디지털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의 HD채널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디지털케이블TV와 IPTV는 직접적으로 충돌한다.
둘은 방송과 통신이라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발전해온 탓에 사뭇 다른 형태와 문화를 갖고 있다. 통신진영의 IPTV는 일단 전국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케이블TV는 권역별로 각각의 사업자들이 존재한다. 이같은 사업구조는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다.
IPTV 전국사업자는 브랜드 통일과 함께 서비스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으며, 영업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본사의 전략에 따라 일사천리로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지방 구석구석으로 갈수록 영업의 한계를 노출할 수 있다.
반면 권역별로 분리된 케이블TV는 각 SO별로 통일된 전략을 갖기 어렵다. 이는 오랫동안 지역밀착 사업을 통해 독자적인 경영을 해온 때문인데, 이같은 지역 밀착형 특수성이 지역영업에 있어서는 강점으로 부상하기도 한다.
콘텐츠부문은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케이블TV 진영이 앞선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1400만명의 가입자 기반을 두고 있어 콘텐츠공급권을 가진 PP들은 신생매체인 IPTV보다 케이블TV에 공급을 우선하는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반면 IPTV는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에서 케이블TV에 비해 확실한 경쟁우위를 보인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꺼내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TV시청 문화를 바꾼다는 게 IPTV진영이 내세우고 있는 강점이다.
하지만 자체제작을 하거나 대규모 자본을 들여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한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에 대한 차별화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점에서 콘텐츠 확보경쟁은 결국 자본력의 파워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IPTV와 케이블TV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차별점을 유지해야한다는 주장이 많다. 서비스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둘은 보완재가 아닌 경쟁재, 대체재가 된다. 가입자 확보를 위해 서로 물고 뜯는 혈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IPTV진영과 케이블 진영은 IPTV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높인다. 각 진영이 보유한 강점을 나누자는 게 핵심이다. 통신진영이 보유하고 있는 우량한 네트워크, 방송진영이 확보하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망동등접근권과 콘텐츠동등접근권을 보장하자는 주장이다. 방송과 통신진영이 서로의 시장에 교차진입 하는 상황에서, 양측의 주장은 당연해 보인다.
1995년 케이블TV가 전파를 쏘고 유료 뉴미디어가 시청자 가정으로 파고들면서, 세상이 변했다. 2000년 들어 케이블TV 네트워크가 통신네트워크로 활용되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시작되면서 방송과 통신시장은 새로운 차원의 경쟁시장으로 바뀌었다. 이제 통신네트워크는 방송을 꿈꾸며, 융합서비스 IPTV의 이름으로 2008년 가을 본 상용화에 나선다.
두 경쟁매체의 경쟁포인트는 결국 서비스차별화로 귀결된다. IPTV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엇, 디지털케이블TV만이 제공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 `무엇`은 결코 콘텐츠만은 아니다. 시장경쟁에서 차별화의 끝단, 그 무엇의 해답은 시청자를 `고객'으로 볼 수 있는 고객서비스에 있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 임윤규의 까칠한 통방콘 이야기
말 많던 IPTV가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국회가 작년 말 IPTV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는 출범과 함께 IPTV 시행령 제정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잡았다. 이로써 오는 9월경이면 사실상 케이블TV 독점의 유료방송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가구 대상의 유료방송 가입자가 3월 현재 1800만에 육박하고 있으니, IPTV가 합법적으로 실시간 방송까지 제공하며 시장에 합류하는 것이 기존 플레이어들에겐 달갑지만 않다. 1800만 유료방송 시장은 유무선 통신시장 못지 않은 포화국면을 뜻하는 것이어서, 유료방송시장의 플레이어간 마케팅 격돌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유료방송서비스는 케이블TV,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프리IPTV(메가TV, 하나TV, 마이LGTV), 위성DMB(TU미디어) 등으로 3월 현재 약 1900여만의 가입자를 형성하고 있다. 최강자인 케이블TV가 디지털가입자 100만을 포함해 1400만이 넘고, 위성방송이 230만, IPTV가 130만, 위성DMB가 120만명 정도다. 휴대폰을 이용한 이동멀티미디어 방송이라는 특수성을 감안, 위성DMB를 직접 경쟁대상에서 제외하면 일반 가구 대상의 유료방송시장은 1760만 정도다. 1740만 가구대비 이미 100% 보급률을 넘어선 포화상태. 일부 가구는 벌써 위성방송과 케이블TV, 혹은 케이블TV와 IPTV 등 두 가지 유료방송을 보고 있는 셈이다.
가구대상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1800만 안팎에서 증감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가 콘텐츠 및 서비스에 있어 차별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청자들은 굳이 두 가지 유료방송을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료방송 업체들의 관심은 포화상태의 시장에서 경쟁매체의 가입자를 흡수하는 것과 함께, 프리미엄 방송을 통해 가입자당 매출(ARPU)을 확대하는 것에 집중된다. 하지만 가입자 확대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계는 프리미엄 방송 가입자를 확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디지털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의 HD채널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디지털케이블TV와 IPTV는 직접적으로 충돌한다.
둘은 방송과 통신이라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발전해온 탓에 사뭇 다른 형태와 문화를 갖고 있다. 통신진영의 IPTV는 일단 전국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케이블TV는 권역별로 각각의 사업자들이 존재한다. 이같은 사업구조는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다.
IPTV 전국사업자는 브랜드 통일과 함께 서비스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으며, 영업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본사의 전략에 따라 일사천리로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지방 구석구석으로 갈수록 영업의 한계를 노출할 수 있다.
반면 권역별로 분리된 케이블TV는 각 SO별로 통일된 전략을 갖기 어렵다. 이는 오랫동안 지역밀착 사업을 통해 독자적인 경영을 해온 때문인데, 이같은 지역 밀착형 특수성이 지역영업에 있어서는 강점으로 부상하기도 한다.
콘텐츠부문은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케이블TV 진영이 앞선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1400만명의 가입자 기반을 두고 있어 콘텐츠공급권을 가진 PP들은 신생매체인 IPTV보다 케이블TV에 공급을 우선하는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반면 IPTV는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에서 케이블TV에 비해 확실한 경쟁우위를 보인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꺼내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TV시청 문화를 바꾼다는 게 IPTV진영이 내세우고 있는 강점이다.
하지만 자체제작을 하거나 대규모 자본을 들여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한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에 대한 차별화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점에서 콘텐츠 확보경쟁은 결국 자본력의 파워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IPTV와 케이블TV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차별점을 유지해야한다는 주장이 많다. 서비스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둘은 보완재가 아닌 경쟁재, 대체재가 된다. 가입자 확보를 위해 서로 물고 뜯는 혈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IPTV진영과 케이블 진영은 IPTV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높인다. 각 진영이 보유한 강점을 나누자는 게 핵심이다. 통신진영이 보유하고 있는 우량한 네트워크, 방송진영이 확보하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망동등접근권과 콘텐츠동등접근권을 보장하자는 주장이다. 방송과 통신진영이 서로의 시장에 교차진입 하는 상황에서, 양측의 주장은 당연해 보인다.
1995년 케이블TV가 전파를 쏘고 유료 뉴미디어가 시청자 가정으로 파고들면서, 세상이 변했다. 2000년 들어 케이블TV 네트워크가 통신네트워크로 활용되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시작되면서 방송과 통신시장은 새로운 차원의 경쟁시장으로 바뀌었다. 이제 통신네트워크는 방송을 꿈꾸며, 융합서비스 IPTV의 이름으로 2008년 가을 본 상용화에 나선다.
두 경쟁매체의 경쟁포인트는 결국 서비스차별화로 귀결된다. IPTV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엇, 디지털케이블TV만이 제공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 `무엇`은 결코 콘텐츠만은 아니다. 시장경쟁에서 차별화의 끝단, 그 무엇의 해답은 시청자를 `고객'으로 볼 수 있는 고객서비스에 있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