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리는 '가상이통망사업'
신 성장동력에 목말라 하는 기업에게 MVNO(가상이동통신망운영사업자)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자금은 쌓여 있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하는 이동통신사업이라니. 그것도 어렵게 주파수를 확보하지 않고, 수조원을 투자해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고서도 이통사업을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유선과 무선의 통합,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대표적 규제산업인 이동통신서비스가 MVNO방식을 통해 빗장을 풀어헤칠 태세다. 이미 전국적 유통망을 보유하거나, 이동통신영역으로 사업영역확대를 모색하는 업체들이 MVNO진출을 위해 세부 사업계획을 잡아가고 있다. 아직은 금단의 열매로 보이는 MVNO, 그런데 많은 이들이 기꺼이 이 금단의 열매를 따먹어보겠다고 한다.
새 정부 들어서면서 그간 논의만 무성했던 MVNO제도 도입이 구체화하고 있다. MVNO 허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이 총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에 휩쓸려 17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될 상황이나, 제도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논란의 과정을 거쳐 법안까지 마련했으니 MVNO도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18대 국회가 들어서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다시 법안을 만든다면 올해 안에 국회통과는 가능하다. 다만, MVNO 시행을 위한 시행령 제정작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MVNO 도입을 위한 큰 그림만 들어가 있어, 시행령에 구체적인 범위와 방식 등을 담아야한다. 네트워크를 가진 자와 임대하려는 자의 치열한 밀고 당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MVNO는 이동통신망을 보유하지 못한 업체들이 SK텔레콤이나 KTF 등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부터 망을 임대, 이를 통해 이통사업을 진행한다. 임대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별도의 요금정책, 새로운 이동전화 브랜드로 시장경쟁을 벌일 수 있다. 따라서 망을 빌려준 MNO(네트워크운영사업자)마저도 일순간 직접적인 경쟁사업자가 된다.
이같은 방식은 본질적 차원의 MVNO라고 할 수 있다. KTF 이동전화를 재판매한 KT의 경우도 넓은 의미에서 MVNO라 할 수 있지만, 망 임대를 통해 독자적인 브랜드와 요금정책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본질적 MVNO와는 차이가 있다.
MVNO는 삼키는 순간 목에 걸리는 금단의 열매처럼, 유혹은 달콤하나 침을 삼킬 때마다 고통스러운 목의 가시가 되곤 한다. 사업 성공사례를 찾기도 쉽지 않다.
SK텔레콤의 미국 MVNO사업체인 힐리오가 "미국 땅에 코리아브랜드의 이통서비스를 열겠다"는 의지와 열정에도 불구하고 고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이 규제보다는 경쟁 촉진정책 중심의 시장에서 MVNO의 한계와 벽을 넘어서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 이동통신시장에서 MVNO는 먹고 살만할까. 2008년 3월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는 4300만명, 사업자는 재판매업체인 KT를 포함해 4곳이다. 이통서비스가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고, 결합서비스와 방통융합서비스가 그나마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경쟁요소다.
이 상황에 2곳의 MVNO가 더 출현한다. 가입자 포화상태에서 이동전화 브랜드는 최소 6개로 늘어날 수 있다. MVNO사업자의 손익분기점은 시행령이 MVNO를 어떤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다만, 단순 재판매 사업자인 KT의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MVNO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입자 기반을 기득권으로 가진 MNO를 파고들어 MVNO가 신규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 더욱이 MVNO가 들어오면 MNO는 본능적으로 자기방어를 시작할 게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VNO가 달콤한 유혹의 대상인 이유는 방통융합 추세 속에 결합 및 융합의 중심축이 이동통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통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결합서비스를 출시할 수도 있지만, 이는 단순 결합의 한계를 보인다.
현재 MVNO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케이블TV진영은 독자브랜드로 전국적인 유통 네트워크를 통해 방송과 이통서비스,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VoIP)를 묶어 QPS로 제공하려는 큰 뜻을 품고 있다. 지역권역별로 분리돼 있는 케이블TV 특성상,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안이 독자적인 이통사업인 셈이다. 은행연합회 역시 오랜 기간 이동통신사와 벌여온 모바일뱅킹의 주도권 싸움에서 칼자루를 쥐겠다는 전략에 따라 MVNO를 모색중이다. MVNO를 통해 브랜드와 요금정책을 만들고, 확보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통사의 간섭 없이 독자적인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만들어가겠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MVNO시행령에 담길 사업 허용범위는 MVNO를 모색하고 있는 관련업체들에겐 초미의 관심사다. 이들은 MVNO사업 진출을 공론화하며, MVNO 법안의 국회통과와 앞으로 있을 시행령 제정작업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경쟁을 통해 요금인하를 촉진하겠다는 MVNO도입 취지를 밝힌 점을 보면, 망 임대를 통한 본질적 의미의 MVNO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무거운 빗장이 풀리며, 이동통신 사업에 나설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린다. 거대한 플레이어의 합류, 하지만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달콤한 유혹은 치명적인 상처를 낼 수도 있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신 성장동력에 목말라 하는 기업에게 MVNO(가상이동통신망운영사업자)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자금은 쌓여 있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하는 이동통신사업이라니. 그것도 어렵게 주파수를 확보하지 않고, 수조원을 투자해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고서도 이통사업을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유선과 무선의 통합,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대표적 규제산업인 이동통신서비스가 MVNO방식을 통해 빗장을 풀어헤칠 태세다. 이미 전국적 유통망을 보유하거나, 이동통신영역으로 사업영역확대를 모색하는 업체들이 MVNO진출을 위해 세부 사업계획을 잡아가고 있다. 아직은 금단의 열매로 보이는 MVNO, 그런데 많은 이들이 기꺼이 이 금단의 열매를 따먹어보겠다고 한다.
새 정부 들어서면서 그간 논의만 무성했던 MVNO제도 도입이 구체화하고 있다. MVNO 허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이 총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에 휩쓸려 17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될 상황이나, 제도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논란의 과정을 거쳐 법안까지 마련했으니 MVNO도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18대 국회가 들어서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다시 법안을 만든다면 올해 안에 국회통과는 가능하다. 다만, MVNO 시행을 위한 시행령 제정작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MVNO 도입을 위한 큰 그림만 들어가 있어, 시행령에 구체적인 범위와 방식 등을 담아야한다. 네트워크를 가진 자와 임대하려는 자의 치열한 밀고 당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MVNO는 이동통신망을 보유하지 못한 업체들이 SK텔레콤이나 KTF 등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부터 망을 임대, 이를 통해 이통사업을 진행한다. 임대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별도의 요금정책, 새로운 이동전화 브랜드로 시장경쟁을 벌일 수 있다. 따라서 망을 빌려준 MNO(네트워크운영사업자)마저도 일순간 직접적인 경쟁사업자가 된다.
이같은 방식은 본질적 차원의 MVNO라고 할 수 있다. KTF 이동전화를 재판매한 KT의 경우도 넓은 의미에서 MVNO라 할 수 있지만, 망 임대를 통해 독자적인 브랜드와 요금정책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본질적 MVNO와는 차이가 있다.
MVNO는 삼키는 순간 목에 걸리는 금단의 열매처럼, 유혹은 달콤하나 침을 삼킬 때마다 고통스러운 목의 가시가 되곤 한다. 사업 성공사례를 찾기도 쉽지 않다.
SK텔레콤의 미국 MVNO사업체인 힐리오가 "미국 땅에 코리아브랜드의 이통서비스를 열겠다"는 의지와 열정에도 불구하고 고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이 규제보다는 경쟁 촉진정책 중심의 시장에서 MVNO의 한계와 벽을 넘어서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 이동통신시장에서 MVNO는 먹고 살만할까. 2008년 3월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는 4300만명, 사업자는 재판매업체인 KT를 포함해 4곳이다. 이통서비스가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고, 결합서비스와 방통융합서비스가 그나마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경쟁요소다.
이 상황에 2곳의 MVNO가 더 출현한다. 가입자 포화상태에서 이동전화 브랜드는 최소 6개로 늘어날 수 있다. MVNO사업자의 손익분기점은 시행령이 MVNO를 어떤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다만, 단순 재판매 사업자인 KT의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MVNO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입자 기반을 기득권으로 가진 MNO를 파고들어 MVNO가 신규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 더욱이 MVNO가 들어오면 MNO는 본능적으로 자기방어를 시작할 게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VNO가 달콤한 유혹의 대상인 이유는 방통융합 추세 속에 결합 및 융합의 중심축이 이동통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통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결합서비스를 출시할 수도 있지만, 이는 단순 결합의 한계를 보인다.
현재 MVNO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케이블TV진영은 독자브랜드로 전국적인 유통 네트워크를 통해 방송과 이통서비스,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VoIP)를 묶어 QPS로 제공하려는 큰 뜻을 품고 있다. 지역권역별로 분리돼 있는 케이블TV 특성상,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안이 독자적인 이통사업인 셈이다. 은행연합회 역시 오랜 기간 이동통신사와 벌여온 모바일뱅킹의 주도권 싸움에서 칼자루를 쥐겠다는 전략에 따라 MVNO를 모색중이다. MVNO를 통해 브랜드와 요금정책을 만들고, 확보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통사의 간섭 없이 독자적인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만들어가겠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MVNO시행령에 담길 사업 허용범위는 MVNO를 모색하고 있는 관련업체들에겐 초미의 관심사다. 이들은 MVNO사업 진출을 공론화하며, MVNO 법안의 국회통과와 앞으로 있을 시행령 제정작업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경쟁을 통해 요금인하를 촉진하겠다는 MVNO도입 취지를 밝힌 점을 보면, 망 임대를 통한 본질적 의미의 MVNO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무거운 빗장이 풀리며, 이동통신 사업에 나설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린다. 거대한 플레이어의 합류, 하지만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달콤한 유혹은 치명적인 상처를 낼 수도 있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