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의 세계로 나가는 방통위 산업의 시각을 가져라
딱 1년 전이다. 2007년 3월, 대통령선거를 열 달 앞두고 방송위원회 강동순 상임위원이 사적자리에서 내 뱉은 `정치적 발언`이 녹취돼 외부로 흘러나왔다. 강 위원은 "이제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된다"며 평소 자신의 정치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방송계는 성명을 통해 "누구보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게 방송위원의 역할"이라며 "방송위 상임위원의 발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특정 정당에 편향된 것은 상임위원으로서 자질이 없는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위원회는 상임위원 5명, 비상임 4명으로 총 9명의 합의제 위원회형태로 운영됐다.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은 철저하게 정치적 역학구도에 의해 짜여졌다. 대통령이 9명을 모두 임명하지만 6명은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추천한 사람가운데 선임, 민감한 안건에 대해서는 각 정치세력의 입장을 대변했다. 권력으로부터 가장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방송위는 이렇게 처음부터 지극히 정치적, 권력지향적 구조로 정파성을 띠게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정보통신부 기능이 해체되고 방송위와 통합한 대통령 직속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했다. 국무총리 산하의 행정부인 정통부와 대통령으로부터도 독립된 방송위의 통합, 그 해답을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속기관에서 찾았다.
대통령직속기관은 국무총리 산하의 타 행정부처와는 다른 위상을 갖는다. 행정기관이긴 하지만 장관 1인이 최종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가 아닌, 5명의 상임위원들이 합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제 위원회'구조다. 합의제 위원회 구조는 대통령직속이긴 하지만, 독립성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서 독립성은 흔히 `방송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그 독립성과 중립성은 이제 방송통신위 출범에 따라 `역할'이라기 보다는 `철학'으로 녹아 각각의 정책 속에 흡수될 필요가 있다. 2실3국7관34개과로 구성된 조직구성만 보더라도,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서비스 규제와 활성화 기능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한 지붕 효과를 기대하며 새로 만들어진 방송통신융합정책실은 정치적 색채를 빼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신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집중해야할 핵심부서로 꼽힌다.
숭고한 가치를 위한 끈적끈적한 정치색 보다는 쿨(Cool)한 산업적 결정이 대부분의 안건으로 다뤄질 행정기관, 이것이 방통위가 종전 방송위와 크게 다른 점이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 새로 태동한 뉴미디어 융합서비스를 포괄하는 정책을 통해 산업활성화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 가운데 방송과 통신을 포괄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풀기 어려운 숙제다. 방송과 통신이 한 지붕아래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좁히기 어려운 철학과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진흥정책과 규제에 있어서는 통신, 방송, 인터넷 등 각 진영의 이익과 이해관계의 조율이 절실하다.
방통위는 과거 정통부가 담당했던 통신정책과 규제, 방송위의 방송정책과 규제기능, 인터넷,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보보안 기능까지 총괄하는 막강한 조직체다. 방송 통신 인허가권 및 주파수 운용정책, 전파진흥, 통신자원관리, 개인 정보보호, 통신이용자 보호 등 방송 및 통신 정책과 관련한 정책기능 및 규제기능을 총괄하는 강력한 파워를 가지게된다.
이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대통령직속의 행정기관, 합의제 위원회 구조는 사실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방송통신특별위원회의 작년 말 최종 논의가 국무총리산하의 행정부처와 합의제위원회 등 두 가지 기관을 별도로 두는 쪽에 무게를 둔 것도 합의제위원회의 산업진흥 역할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합의제 위원회구조를 효율화시키기 위해서는 상임위원 구성에 있어 행정부처의 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인사를 배치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곧 정치적 색채를 최소화하자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초대위원장 후보에 대해 언론 및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정치적 성향이야 누구나 다를 수 있지만, 최 내정자가 대통령의 최 측근이어서 문제라는 게 반대세력들의 주장이다. 한편에서는 대통령 최 측근이기 때문에 오히려 또 다른 권력(?)과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방송과 통신, 더 나아가 융합을 통한 새로운 미디어를 총괄하는 게 방통위의 기능이라면, 위원장의 면면은 남은 상임위원 구성을 위한 출발점이다.
방통위는 앞으로 통신법, 전파법, 방송법, 융합법 등 크게 4가지 법령에 기반해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방통위가 관장하는 시장은 대략 통신 34조, 방송 4조원의 규모를 갖는다. 따라서 5명의 상임위원 구성은 산업적 측면에서 치밀할 정도로 균형을 유지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산업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민감한 의사결정이 상임위원 한사람 한사람의 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위원장이 지극히 정치적인 인물로 자리를 잡는다면, 여당과 야당 몫으로 남겨진 나머지 4인의 상임위원 역시 각 정치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색 짙은 인사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여야 대결구도로 구성될 경우, 통신과 방송의 전문적 식견과 능력을 갖춘 인사들이 상임위원으로 진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위원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거론되고 있는 상임위원 후보들이 대부분 방송계 출신이라는 점은 초대 상임위원 조직의 산업적 불균형을 우려하게 하는 대목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앞에 정치적 판단이나 권력의 입김이 파고들어 의사결정을 내려야할 안건이 얼마나 되겠는가.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위원회가 분명 아니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딱 1년 전이다. 2007년 3월, 대통령선거를 열 달 앞두고 방송위원회 강동순 상임위원이 사적자리에서 내 뱉은 `정치적 발언`이 녹취돼 외부로 흘러나왔다. 강 위원은 "이제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된다"며 평소 자신의 정치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방송계는 성명을 통해 "누구보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게 방송위원의 역할"이라며 "방송위 상임위원의 발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특정 정당에 편향된 것은 상임위원으로서 자질이 없는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위원회는 상임위원 5명, 비상임 4명으로 총 9명의 합의제 위원회형태로 운영됐다.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은 철저하게 정치적 역학구도에 의해 짜여졌다. 대통령이 9명을 모두 임명하지만 6명은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추천한 사람가운데 선임, 민감한 안건에 대해서는 각 정치세력의 입장을 대변했다. 권력으로부터 가장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방송위는 이렇게 처음부터 지극히 정치적, 권력지향적 구조로 정파성을 띠게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정보통신부 기능이 해체되고 방송위와 통합한 대통령 직속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했다. 국무총리 산하의 행정부인 정통부와 대통령으로부터도 독립된 방송위의 통합, 그 해답을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속기관에서 찾았다.
대통령직속기관은 국무총리 산하의 타 행정부처와는 다른 위상을 갖는다. 행정기관이긴 하지만 장관 1인이 최종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가 아닌, 5명의 상임위원들이 합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제 위원회'구조다. 합의제 위원회 구조는 대통령직속이긴 하지만, 독립성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서 독립성은 흔히 `방송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그 독립성과 중립성은 이제 방송통신위 출범에 따라 `역할'이라기 보다는 `철학'으로 녹아 각각의 정책 속에 흡수될 필요가 있다. 2실3국7관34개과로 구성된 조직구성만 보더라도,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서비스 규제와 활성화 기능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한 지붕 효과를 기대하며 새로 만들어진 방송통신융합정책실은 정치적 색채를 빼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신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집중해야할 핵심부서로 꼽힌다.
숭고한 가치를 위한 끈적끈적한 정치색 보다는 쿨(Cool)한 산업적 결정이 대부분의 안건으로 다뤄질 행정기관, 이것이 방통위가 종전 방송위와 크게 다른 점이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 새로 태동한 뉴미디어 융합서비스를 포괄하는 정책을 통해 산업활성화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 가운데 방송과 통신을 포괄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풀기 어려운 숙제다. 방송과 통신이 한 지붕아래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좁히기 어려운 철학과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진흥정책과 규제에 있어서는 통신, 방송, 인터넷 등 각 진영의 이익과 이해관계의 조율이 절실하다.
방통위는 과거 정통부가 담당했던 통신정책과 규제, 방송위의 방송정책과 규제기능, 인터넷,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보보안 기능까지 총괄하는 막강한 조직체다. 방송 통신 인허가권 및 주파수 운용정책, 전파진흥, 통신자원관리, 개인 정보보호, 통신이용자 보호 등 방송 및 통신 정책과 관련한 정책기능 및 규제기능을 총괄하는 강력한 파워를 가지게된다.
이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대통령직속의 행정기관, 합의제 위원회 구조는 사실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방송통신특별위원회의 작년 말 최종 논의가 국무총리산하의 행정부처와 합의제위원회 등 두 가지 기관을 별도로 두는 쪽에 무게를 둔 것도 합의제위원회의 산업진흥 역할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합의제 위원회구조를 효율화시키기 위해서는 상임위원 구성에 있어 행정부처의 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인사를 배치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곧 정치적 색채를 최소화하자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초대위원장 후보에 대해 언론 및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정치적 성향이야 누구나 다를 수 있지만, 최 내정자가 대통령의 최 측근이어서 문제라는 게 반대세력들의 주장이다. 한편에서는 대통령 최 측근이기 때문에 오히려 또 다른 권력(?)과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방송과 통신, 더 나아가 융합을 통한 새로운 미디어를 총괄하는 게 방통위의 기능이라면, 위원장의 면면은 남은 상임위원 구성을 위한 출발점이다.
방통위는 앞으로 통신법, 전파법, 방송법, 융합법 등 크게 4가지 법령에 기반해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방통위가 관장하는 시장은 대략 통신 34조, 방송 4조원의 규모를 갖는다. 따라서 5명의 상임위원 구성은 산업적 측면에서 치밀할 정도로 균형을 유지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산업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민감한 의사결정이 상임위원 한사람 한사람의 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위원장이 지극히 정치적인 인물로 자리를 잡는다면, 여당과 야당 몫으로 남겨진 나머지 4인의 상임위원 역시 각 정치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색 짙은 인사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여야 대결구도로 구성될 경우, 통신과 방송의 전문적 식견과 능력을 갖춘 인사들이 상임위원으로 진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위원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거론되고 있는 상임위원 후보들이 대부분 방송계 출신이라는 점은 초대 상임위원 조직의 산업적 불균형을 우려하게 하는 대목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앞에 정치적 판단이나 권력의 입김이 파고들어 의사결정을 내려야할 안건이 얼마나 되겠는가.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위원회가 분명 아니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