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욕망의 전차'가 된 주파수
800MHz 주파수가 여러 곳을 들쑤셔 놓고 있다. 주파수를 지키려는 SK텔레콤, 그 주파수를 나눠 쓰고 싶은 KTF, 800MHz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싶은 LG텔레콤의 이해관계가 얽힌 가운데, 이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보통신부 등 규제기관간 갈등까지 불거졌다.
공정위는 15일 800MHz 로밍(시정조치), 주파수 조기회수 및 재분배(권고) 등을 주요 인가조건으로 부여하며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인가했다.
그런데, 공정위의 인가조건을 놓고 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내에서 통신사업자간 결합을 인가토록 한 것은 동일사안에 대해 중복규제를 받지 않도록 한 것으로,정통부의 조건부인가 이외에 공정위가 로밍을 강제하도록 한 것은 이중규제 성격이 짙다"며 공정위의 `월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0일 개최된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의 결과는 이같은 정통부의 독자시각을 여지없이 반영했다. 정통부는 공정위의 시정조치와 권고사안을 모두 인가조건에서 제외했다.
공정위와 정통부의 규제철학이 충돌한 셈이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앞으로도 800MHz 주파수 운명과 궤를 같이하며 지속적인 논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008년 들어 정통부 해체와 함께 최대 이슈로 부상한 800MHz 주파수, 업계와 규제기관의 갈등까지 몰고 온 800MHz 논쟁은 대체 어디로부터 오는가.
800MHz 주파수는 우리나라 첫 이동전화인 셀룰러사업자에게 부여된 대역이다.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1989년 처음으로 800MHz대역에서 아날로그서비스를 시작했고, 1996년 신세기이동통신(SK텔레콤에 합병)이 추가대역을 확보해 CDMA를 상용화했다.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800MHz 주파수 독점 논란은 2000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함으로써, 셀룰러용으로 할당된 800MHz 주파수대역을 독점하는 원죄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800MHz가 처음부터 `황금주파수'대역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않았다. 1996년 신규 이동통신사업자로 PCS부문에서 3개사업자(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한솔PCS)가 선정되고, 이들에게 1.8GHz 대역의 주파수가 할당됐을 때만해도 PCS진영은 초기시장 진입을 위해 GHz대역의 주파수가 800MHz대역보다 우수하다고 홍보전면에 내세웠다.
공정위가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을 인가했던 2000년 4월, 정작 800MHz 주파수 독점논란이 거세지 않았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주파수는 낮은 대역부터 이용돼 왔던 터라, 낮은 대역은 높은 대역보다 상대적으로 이용기술이 훨씬 더 많이 발달해 있다.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세계 대부분의 나라,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이 가장 보편적인 2세대 이동전화에 800M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었고, SK텔레콤은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자동로밍에서 경쟁우위를 점한다.
이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PCS사업자들이 살만해 질수록 SK텔레콤의 800MHz 주파수 대역은 `욕망의 전차'가 된다.
정통부는 이같은 독점논란과 함께 중장기 주파수 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지난 2005년 전파법을 크게 손질했고,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한 `전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2006년 7월부터 시행했다. 이 시행령의 핵심은 주파수 이용기간을 제한 한 대목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800MHz의 회수 및 재배치 시점이 2011년이 된 것도 이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IMT2000, 와이브로 등 대가할당 방식으로 받은 주파수와는 달리 2000년 이전 셀룰러처럼 심사할당으로 받은 주파수는 별도로 주파수 이용기간을 설정하지 않았다. 이 시행령이 없었다면 SK텔레콤은 법적으로 영원히 800MHz 주파수를 독점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이 때문에 800MHz 독점 논란은 2005년 전파법 개정과 2006년 전파법시행령 개정과정에서도 불거졌다. 당시 회수재배치 시점을 시행령 발효 후 5년(2011년)으로 하는 것을 두고 SK텔레콤은 이용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리려 했고, 경쟁사들은 단축하려 했다. 법안은 최종적으로 5년으로 못박았다.
최근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계기로 주파수 독점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800MHz 주파수에 대한 법적 회수 및 재배치 시점인 2011년을 앞두고 지금이 마지막 반전의 기회라는 경쟁사들의 판단 때문이다. 800MHz 논쟁 속에서 경쟁사들의 주장이 먹혀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며, 이는 시행령에 남겨진 한 줄의 단서로부터 출발한다.
2006년 7월부터 발효된 전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는 주목되는 단서조항이 있다. 정통부는 매년 주파수 이용현황조사를 실시, 이용효율이 저조하거나 대역정비가 필요한 주파수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가 필요한 경우, 사전에 청문 및 전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돼 있다. 이 내용은 KTF가 800MHz 대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회수 및 재배치를 요구하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KTF는 SK텔레콤의 이용효율이 낮은 지방지역의 800MHz 주파수를 조기에 회수해 재배치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KTF는 재분배되는 800MHz 주파수를 3G(WCDMA)에 활용할 계획이다. 주파수 효율이 높기 때문에 현재 2GHz 대역에서 기지국을 세우는 것보다 훨씬 적은 투자비로 음영지역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용효율이 저조하거나',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가 필요한 경우'에 대한 정통부의 판단이다. 그 `경우'가 이용연한인 2011년을 앞당길 이유가 되느냐에 있다. 정통부는 일단 인가조건에서 주파수 회수재배치 내용을 제외했지만, 연말까지 중장기 주파수정책 로드맵을 내 놓겠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이와 함께 LG텔레콤이 요구하고 있는 800MHz 네트워크 로밍허용 문제도 싸늘하게 식었다. 인가조건에 로밍 의무화내용이 빠진데다, 인가과정에서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갈등은 극에 달한 상황이어서 사업자간 로밍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정통부가 상반기안에 로밍관련 로드맵을 확정하겠다고 밝혀, 여지는 남아 있는 상태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800논쟁은 무엇을 남겼을까. 정리해 보니 이동통신 3개사는 물론, 규제기관인 정통부와 공정위 모두 그 어느 것도 얻은 게 없는 것 같다. 서로 할퀸 상처에 피는 흐르는데, 서로 흘려야할 피는 아직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800MHz 주파수가 여러 곳을 들쑤셔 놓고 있다. 주파수를 지키려는 SK텔레콤, 그 주파수를 나눠 쓰고 싶은 KTF, 800MHz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싶은 LG텔레콤의 이해관계가 얽힌 가운데, 이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보통신부 등 규제기관간 갈등까지 불거졌다.
공정위는 15일 800MHz 로밍(시정조치), 주파수 조기회수 및 재분배(권고) 등을 주요 인가조건으로 부여하며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인가했다.
그런데, 공정위의 인가조건을 놓고 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내에서 통신사업자간 결합을 인가토록 한 것은 동일사안에 대해 중복규제를 받지 않도록 한 것으로,정통부의 조건부인가 이외에 공정위가 로밍을 강제하도록 한 것은 이중규제 성격이 짙다"며 공정위의 `월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0일 개최된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의 결과는 이같은 정통부의 독자시각을 여지없이 반영했다. 정통부는 공정위의 시정조치와 권고사안을 모두 인가조건에서 제외했다.
공정위와 정통부의 규제철학이 충돌한 셈이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앞으로도 800MHz 주파수 운명과 궤를 같이하며 지속적인 논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008년 들어 정통부 해체와 함께 최대 이슈로 부상한 800MHz 주파수, 업계와 규제기관의 갈등까지 몰고 온 800MHz 논쟁은 대체 어디로부터 오는가.
800MHz 주파수는 우리나라 첫 이동전화인 셀룰러사업자에게 부여된 대역이다.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1989년 처음으로 800MHz대역에서 아날로그서비스를 시작했고, 1996년 신세기이동통신(SK텔레콤에 합병)이 추가대역을 확보해 CDMA를 상용화했다.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800MHz 주파수 독점 논란은 2000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함으로써, 셀룰러용으로 할당된 800MHz 주파수대역을 독점하는 원죄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800MHz가 처음부터 `황금주파수'대역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않았다. 1996년 신규 이동통신사업자로 PCS부문에서 3개사업자(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한솔PCS)가 선정되고, 이들에게 1.8GHz 대역의 주파수가 할당됐을 때만해도 PCS진영은 초기시장 진입을 위해 GHz대역의 주파수가 800MHz대역보다 우수하다고 홍보전면에 내세웠다.
공정위가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을 인가했던 2000년 4월, 정작 800MHz 주파수 독점논란이 거세지 않았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주파수는 낮은 대역부터 이용돼 왔던 터라, 낮은 대역은 높은 대역보다 상대적으로 이용기술이 훨씬 더 많이 발달해 있다.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세계 대부분의 나라,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이 가장 보편적인 2세대 이동전화에 800M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었고, SK텔레콤은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자동로밍에서 경쟁우위를 점한다.
이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PCS사업자들이 살만해 질수록 SK텔레콤의 800MHz 주파수 대역은 `욕망의 전차'가 된다.
정통부는 이같은 독점논란과 함께 중장기 주파수 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지난 2005년 전파법을 크게 손질했고,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한 `전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2006년 7월부터 시행했다. 이 시행령의 핵심은 주파수 이용기간을 제한 한 대목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800MHz의 회수 및 재배치 시점이 2011년이 된 것도 이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IMT2000, 와이브로 등 대가할당 방식으로 받은 주파수와는 달리 2000년 이전 셀룰러처럼 심사할당으로 받은 주파수는 별도로 주파수 이용기간을 설정하지 않았다. 이 시행령이 없었다면 SK텔레콤은 법적으로 영원히 800MHz 주파수를 독점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이 때문에 800MHz 독점 논란은 2005년 전파법 개정과 2006년 전파법시행령 개정과정에서도 불거졌다. 당시 회수재배치 시점을 시행령 발효 후 5년(2011년)으로 하는 것을 두고 SK텔레콤은 이용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리려 했고, 경쟁사들은 단축하려 했다. 법안은 최종적으로 5년으로 못박았다.
최근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계기로 주파수 독점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800MHz 주파수에 대한 법적 회수 및 재배치 시점인 2011년을 앞두고 지금이 마지막 반전의 기회라는 경쟁사들의 판단 때문이다. 800MHz 논쟁 속에서 경쟁사들의 주장이 먹혀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며, 이는 시행령에 남겨진 한 줄의 단서로부터 출발한다.
2006년 7월부터 발효된 전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는 주목되는 단서조항이 있다. 정통부는 매년 주파수 이용현황조사를 실시, 이용효율이 저조하거나 대역정비가 필요한 주파수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가 필요한 경우, 사전에 청문 및 전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돼 있다. 이 내용은 KTF가 800MHz 대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회수 및 재배치를 요구하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KTF는 SK텔레콤의 이용효율이 낮은 지방지역의 800MHz 주파수를 조기에 회수해 재배치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KTF는 재분배되는 800MHz 주파수를 3G(WCDMA)에 활용할 계획이다. 주파수 효율이 높기 때문에 현재 2GHz 대역에서 기지국을 세우는 것보다 훨씬 적은 투자비로 음영지역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용효율이 저조하거나',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가 필요한 경우'에 대한 정통부의 판단이다. 그 `경우'가 이용연한인 2011년을 앞당길 이유가 되느냐에 있다. 정통부는 일단 인가조건에서 주파수 회수재배치 내용을 제외했지만, 연말까지 중장기 주파수정책 로드맵을 내 놓겠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이와 함께 LG텔레콤이 요구하고 있는 800MHz 네트워크 로밍허용 문제도 싸늘하게 식었다. 인가조건에 로밍 의무화내용이 빠진데다, 인가과정에서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갈등은 극에 달한 상황이어서 사업자간 로밍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정통부가 상반기안에 로밍관련 로드맵을 확정하겠다고 밝혀, 여지는 남아 있는 상태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800논쟁은 무엇을 남겼을까. 정리해 보니 이동통신 3개사는 물론, 규제기관인 정통부와 공정위 모두 그 어느 것도 얻은 게 없는 것 같다. 서로 할퀸 상처에 피는 흐르는데, 서로 흘려야할 피는 아직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보미디어부장 ykl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