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F] 공공에서 민간영역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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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2-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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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포맷 ODF '단독표준'-오픈XML '복수표준' 대결

2006년 국제표준 승인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

정제호 KIPA 정책연구센터 박사



종이 문서와는 달리 전자신호로 구성된 전자문서는 이를 만들고 해석하는 방식이 동일해야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러한 전자문서의 특성은 특정문서 포맷에 대한 쏠림 현상으로 소수의 문서 포맷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도록 하는 기제를 제공한다. 우리가 사용 중인 바이너리 문서포맷인 doc(워드), ppt(파워포인트), xls(엑셀) 등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 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즐겨 사용해온 바이너리 문서포맷은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보다 높은 수준의 활용성을 제공하는 XML 기반의 새로운 문서포맷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새로운 문서포맷은 `오피스'라는 문서편집기 시장을 넘어 광범위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웹이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관리하는 핵심인프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바이너리 포맷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문서 포맷이 특정 사업자 의존적이 된다면 웹 어플리케이션은 물론, 다양한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시장까지 사용자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 개방적인 XML기반의 문서포맷이 미칠 수 있는 광범위한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우려는 개방형 표준에 대한 요구를 촉발시켰고 이에 따라 개방형 문서포맷인 ODF(Open Document Format)가 등장했다.

ODF는 원래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스타오피스'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이후 개방형 표준을 위한 비영리 단체 OASIS에 양식이 개방되면서 본격적인 표준화의 길을 걷게 된다. 2005년 5월 OASIS 표준으로 제정됐고 2006년 5월 한국을 포함한 23개국의 만장일치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표준으로 승인됐다. ODF의 국제표준 승인은 각 국의 정부와 공공부문이 국가표준으로 채택하고 이를 의무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실제 ODF가 국제표준으로 승인된 후 벨기에ㆍ프랑스ㆍ덴마크 등 유럽에 이어 말레이시아ㆍ브라질ㆍ아르헨티나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미국ㆍ일본ㆍ러시아 등 세계 각 국의 공공부문 표준으로 선정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바이너리라는 폐쇄적인 문서포맷을 통해 시장을 주도해온 MS에게는 실질적인 위협이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창출되는 시장효과는 공공분야와 교류가 필요한 민간 부문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에 MS도 그동안 유지해온 폐쇄적 문서포맷 정책을 탈피, 새로운 XML기반 문서포맷 `오피스 오픈XML'(OOXML)을 공개하고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OOXML은 개방성, 플랫폼에 대한 중속성, 사유기술의 사용과 부족한 정보공개 수준, 지적재산권에 대한 의문 등으로 표준으로서의 자격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개방적이지 못한 문서 포맷은 경쟁과 협력이라는 시장의 역동성을 제한하고 다양한 제품의 등장과 기술의 혁신을 저해한다. 폐쇄적이었던 MS의 바이너리 포맷은 오랜 기간 `오피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을 97%라는 경이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도록 해 준 인프라였다.

이에 특정사업자에 종속되지 않고 공개된 표준안을 통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개방형 표준이 국제표준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개방형 표준의 기준 역시 명확치 않은 상황으로 여러 단체와 기구, 국가들이 나름의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표준선정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합의', 표준안의 `플랫폼과 벤더에 대한 중립성', 구현을 위한 `지적재산권의 허용'등이 공통적인 요구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개방성이라는 국제표준의 원칙과 가치가 언제나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표준화 과정에서 자국의 이익도 고려하게 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나 정치적인 관계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유로 ODF를 공공부문에 도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체적인 개방형 표준의 기준을 두고 공공부문 시스템 간 상호 운용성 확보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OOXML의 국제표준화 절차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며 새로운 결말을 위한 최종 절차를 앞두고 있다. OOXML는 개방성 논란이나 국제표준화 승인 여부와는 관계없이 MS가 지원하는 상황에서 시장에서 또 하나의 표준임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ODF의 확산은 바이너리라는 오래된 종속적인 문서포맷에서 벗어나 경쟁과 협력이라는 시장의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미래를 위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고,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과 협력이 가능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자유로운 상호 운용성이 보장되는 개방형 표준의 도입을 전제로 한다. 정부의 역할은 개방형 표준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이것이 민간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일 것이다.



우선 개방형 표준의 원칙을 정하고 이를 공공부문 상호 운용성 확보를 위한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해외 주요국에서 ODF의 도입은 이러한 개방형 표준의 원칙에 준하여 제정된 상호 운용성 프레임워크를 통해 이뤄지고 의회를 통해 지원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의 제정은 정부의 중장기적 지향점을 제시함으로써 정부 조직간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 부드럽고 준비된 개방형 표준으로의 전환을 위해 도입 일정과 절차를 마련하는 등 중ㆍ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산업계의 준비와 참여를 이끌어 냄으로써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하도록 하고, 개방형 표준이 민간영역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새로운 문서포맷의 등장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기회와 선택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그 기준은 개방형 표준이다. 이제 정부는 개방형 표준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고, 그 지향점을 제시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선택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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