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3차원 그래픽'
교과서 읽는듯한 한글버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작 `블루 드래곤'을 접하면서 지난해 열린 도쿄 게임쇼가 생각납니다. 게임쇼 전시장은 물론 마쿠하리 멧세 전시장으로 이동하는 지하철 통로 어디에서나 블루 드래곤의 광고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얼마나 블루 드래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무엇보다 일본 비디오게임 역사의 전설로 평가받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주 제작진이 하나로 뭉쳤다는 것만으로 이미 이 게임은 다른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블루 드래곤은 이들 양대 게임으로 대표되는 일본 롤플레잉의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관, 시스템, 시나리오, 음악, 연출 모든 부분이 `이제까지 봐 왔던 걸작'의 전형을 따라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 시장을 공략하지 못했던 뼈아픈 기억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가 절치부심해서 내놓은 역작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블루 드래곤의 장점은 수없이 많이 나온 만큼 오늘은 몇 가지 아쉬움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2% 이상 아쉬운 그래픽〓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그래픽입니다. 일본 최고의 만화가 중 한 명인 토리야마 아키라가 담당한 원화는 탓할 부분이 없습니다. 이미 그의 원화는 관객들이 호불호를 따질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그의 그림이 보인다는 것 자체가 게임의 가치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문제는 3차원으로 만들어진 그래픽이 그의 원화 분위기를 확실히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선이 확실하고 간결한 원화는 3차원화되면서 지나치게 동글동글하고 매끈하게 변했습니다. 특히 머리카락의 경우 원화의 이미지와는 딴 판으로, `덩어리가 뭉쳐 있는' 느낌마저 줍니다. 물론 그래픽 자체의 품질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X박스360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플레이스테이션2로 발매되었던 `드래곤퀘스트 8'에서 토리야마의 원화를 그대로 살려낸 카툰 렌더 그래픽을 경험했던 만큼, 블루 드래곤의 그래픽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여기에 아직 제작진이 X박스360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듯 리얼타임 영상으로 처리할 수 있을 만한 이벤트 화면의 거의 대부분을 동영상으로 처리했습니다. 또 게임의 볼륨 이상으로 소프트웨어 볼륨이 커졌고(DVD 세 장, 20GB에 달하는 용량입니다) 이벤트 화면과 게임 화면 간의 위화감이 생겼다는 점 역시 아쉽습니다.
◇한글화의 아쉬움〓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한글화'입니다. 대사는 물론 대부분의 음성까지도 한국어로 처리돼 있습니다. 비디오게임 시장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요즈음, 이렇게 큰 규모의 게임을 충실히 한국어 화했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성우 캐스팅에 약간 미스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두 남자 주인공은 아무리 봐도 처음 모험을 떠나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아니며, 이는 함께 수록된 일본어 버전의 음성을 들어 보시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성공적인 한글화 작품인 헤일로 시리즈와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정석 대로' 한글화했다는 느낌 역시 지울 수 없습니다. 꼭 바른생활 교과서를 읽는 느낌입니다. 마지막으로, 어차피 한글화를 할 마음이 있었다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어 버전만을 내놓는 편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지인 중 하나는 쇼핑몰에서 저렴한 가격의 블루 드래곤을 구입했다가 일본어 버전에 공략본이 수록된 예전 정식 발매판임을 알고 좌절했던 경우도 있으니까요.
◇부정할 수 없는 훌륭한 게임〓좋은 작품인 만큼 유독 티가 커 보이지만, 무엇보다 이 게임이 훌륭한 게임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일본식 롤플레잉'을 하나의 장르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인 사카구치 히로노부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있어, 올드 게이머들이라면 새롭고 가벼운 느낌의 파이널 판타지를 접하는 느낌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초보 사용자들이라도 쉽게 진행되는 게임 방식과 탄탄한 스토리에 금새 빠져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위에 지적됐던 문제들은 대작의 첫 시리즈인 만큼 속편이 발매되면서 점점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모두 처음부터 사용자들을 만족시킨 게임은 아니었고, 시간의 차이를 생각하더라도 이번의 블루 드래곤은 그들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첫 번째 작품이라고 확신합니다.
교과서 읽는듯한 한글버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작 `블루 드래곤'을 접하면서 지난해 열린 도쿄 게임쇼가 생각납니다. 게임쇼 전시장은 물론 마쿠하리 멧세 전시장으로 이동하는 지하철 통로 어디에서나 블루 드래곤의 광고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얼마나 블루 드래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무엇보다 일본 비디오게임 역사의 전설로 평가받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주 제작진이 하나로 뭉쳤다는 것만으로 이미 이 게임은 다른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블루 드래곤은 이들 양대 게임으로 대표되는 일본 롤플레잉의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관, 시스템, 시나리오, 음악, 연출 모든 부분이 `이제까지 봐 왔던 걸작'의 전형을 따라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 시장을 공략하지 못했던 뼈아픈 기억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가 절치부심해서 내놓은 역작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블루 드래곤의 장점은 수없이 많이 나온 만큼 오늘은 몇 가지 아쉬움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2% 이상 아쉬운 그래픽〓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그래픽입니다. 일본 최고의 만화가 중 한 명인 토리야마 아키라가 담당한 원화는 탓할 부분이 없습니다. 이미 그의 원화는 관객들이 호불호를 따질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그의 그림이 보인다는 것 자체가 게임의 가치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문제는 3차원으로 만들어진 그래픽이 그의 원화 분위기를 확실히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선이 확실하고 간결한 원화는 3차원화되면서 지나치게 동글동글하고 매끈하게 변했습니다. 특히 머리카락의 경우 원화의 이미지와는 딴 판으로, `덩어리가 뭉쳐 있는' 느낌마저 줍니다. 물론 그래픽 자체의 품질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X박스360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플레이스테이션2로 발매되었던 `드래곤퀘스트 8'에서 토리야마의 원화를 그대로 살려낸 카툰 렌더 그래픽을 경험했던 만큼, 블루 드래곤의 그래픽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여기에 아직 제작진이 X박스360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듯 리얼타임 영상으로 처리할 수 있을 만한 이벤트 화면의 거의 대부분을 동영상으로 처리했습니다. 또 게임의 볼륨 이상으로 소프트웨어 볼륨이 커졌고(DVD 세 장, 20GB에 달하는 용량입니다) 이벤트 화면과 게임 화면 간의 위화감이 생겼다는 점 역시 아쉽습니다.
◇한글화의 아쉬움〓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한글화'입니다. 대사는 물론 대부분의 음성까지도 한국어로 처리돼 있습니다. 비디오게임 시장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요즈음, 이렇게 큰 규모의 게임을 충실히 한국어 화했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성우 캐스팅에 약간 미스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두 남자 주인공은 아무리 봐도 처음 모험을 떠나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아니며, 이는 함께 수록된 일본어 버전의 음성을 들어 보시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성공적인 한글화 작품인 헤일로 시리즈와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정석 대로' 한글화했다는 느낌 역시 지울 수 없습니다. 꼭 바른생활 교과서를 읽는 느낌입니다. 마지막으로, 어차피 한글화를 할 마음이 있었다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어 버전만을 내놓는 편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지인 중 하나는 쇼핑몰에서 저렴한 가격의 블루 드래곤을 구입했다가 일본어 버전에 공략본이 수록된 예전 정식 발매판임을 알고 좌절했던 경우도 있으니까요.
◇부정할 수 없는 훌륭한 게임〓좋은 작품인 만큼 유독 티가 커 보이지만, 무엇보다 이 게임이 훌륭한 게임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일본식 롤플레잉'을 하나의 장르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인 사카구치 히로노부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있어, 올드 게이머들이라면 새롭고 가벼운 느낌의 파이널 판타지를 접하는 느낌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초보 사용자들이라도 쉽게 진행되는 게임 방식과 탄탄한 스토리에 금새 빠져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위에 지적됐던 문제들은 대작의 첫 시리즈인 만큼 속편이 발매되면서 점점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모두 처음부터 사용자들을 만족시킨 게임은 아니었고, 시간의 차이를 생각하더라도 이번의 블루 드래곤은 그들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첫 번째 작품이라고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