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영화 처럼 vs 짜릿한 전투 같은
게임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동의 상당 부분은 거기에 담겨 있는 `극적 감동'에서 생겨난다. 놀이의 묘미가 보다 직접적이고, 현재적이라면, 이 극적 요소는 꽤 오랫동안 은은히 살아남아 기억된다.
`파이널 판타지 6'을 이야기하면서 여장군 셀레스의 외로운 자살을, `파이널 판타지 7'에서 무참한 에어리스의 죽음을 빼놓고도 게임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순간 느꼈던 게임에 대한 감동을 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게임은 언제나 게이머에게 `극적 감동'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어떻게'라는 것이다. 아직도 젊은 산업인 게임은 그 방법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대부'와 `전신'은 그 해법에서 각기 다른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를 기억하라, `대부'
EA가 만든 `대부'는 발매 전부터 화제가 됐던 게임이다. 2005년 E3에서도 말론 브란도의 음성 데이터를 게임에 사용하기로 했던 일 때문에, 한편으로는 유명 배우의 목소리 음원을 게임에 사용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다른 한 편으로는 새로운 지적 재산권이라는 관점에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게임은 이미 어드벤처의 중요 장르처럼 자리잡은 갱 액션 어드벤처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뉴욕의 거대한 공간을 재현하고, 여기서 벌어지는 갱 집단간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다. 게이머는 말론 브란도가 열연했던 돈 꼴레오네 집안의 말단 조직원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일들을 맡아 나가면서 최종적으로는 조직의 최고 보스인 `돈'의 지위에까지 올라야 한다.
이런 기본적 구도는 국내에선 출시 못됐지만 `GTA' 시리즈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현된 것이다. 더불어 `GTA' 시리즈가 말 그대로 갱 시뮬레이션에 가까워, 충족시키지 못했던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마피아'에서 충분히 제공한 적이 있다. 간단히 말해 이미 이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은 기존의 게임들이 어느 정도 소진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당장 문제가 되는 건 이 게임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역시 `대부'도 이 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해 조직으로부터 사소한 협박으로부터 청부 살인까지 다양한 형태의 일을 맡게 되는 과정, 그래서 차츰 조직 내에서 지위가 높아지는 것 등은 이전의 게임 구조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도시를 마음대로 누빌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자유도 역시도 크게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만 본다면 시대에 맞는 의상에 많은 신경을 쓴 것이나, 정교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즈와 성장 등이 게임 시스템에서의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대신 그 자리를 메꾼 건 영화 `대부'의 매력이다. 게임은 `대부 1'의 시작 장면인 결혼식에 딸의 복수를 부탁하러 온 장의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영화의 시작 에피소드와 왜 게이머가 돈의 조직에 들어오게 되었는가의 이야기가 맞물리더니, 게이머가 맡은 처음으로 번듯한 임무가 바로 이 장의사 딸을 위해 복수하는 부분이다. 억지로 영화를 재현하는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영화의 장면을 삽입하여 게이머를 영화 한 가운데로 집어넣는 이런 구성 방식은 너무나 세련됐다. 이렇게 되니 비싼 돈을 준거라며 떠들던 말론 브란도의 목소리 음원이 이 게임에 얼마나 중요하며 매력적으로 작용하는가를 느낄 수 있다.
`대부'는 물론 새로운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요구되는 건 어쩌면 완전한 새로움이 아니라, 그것들을 묶어내는 세련된 기법의 개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는 충분한 게임이다.
대규모 전투의 스펙터클, `전신'
일본 신화, 전란의 시대를 묶어낸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온 일본 게임 산업이지만, 언제나 새로운 시도가 멈추지 않는다. 이 새로운 시도 중에서도 `전신'이 내세운 건 압도적인 숫자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다. 그래서 광고 카피에도 `한계에 도전한다 65535개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그리고 실제로 전투에 들어서면 양 쪽 진영이 맞서는 놀라운 광경을 바라보게 된다.
게임의 전체 시스템은 `삼국무쌍'에서 살펴보았던 1대 다수의 대 난투, 거기에 `킹덤 언더 파이어'에 비하면 형편없기는 하지만 부대원의 간단한 전략적 유도가 가능한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시스템만으로 보면 너무 흔한 소재에 흔한 시스템이라는 느낌을 피하기 힘들다. 그러기에 사실 이 게임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도는 그리고 게이머에게 무언가 깊이 새겨질 극적 감동을 주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역시 게임도 자랑하고 있듯이 대규모 전투일 수 밖에 없다.
그럼 이 전략은 성공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체수 만을 자랑하는 것은 개발사에는 안타깝게도 극적인 경험과는 무관할 뿐이다. 아무리 많은 적들이 뛰어 온다고 해도 그 숫자는 게이머에게 무게로 다가가지 않는다. 일단 적을 해치우는 단위가 한 칼에 수십에 이르게 되니까 비록 적의 숫자가 많지만, 떼로 몰려오는 적에 당연히 생겨야 할 두려움이나 아슬아슬한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너무 적이 많다보니 오히려 하나 하나의 적에 눈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적을 베는 것이나, 그저 파괴할 수 있는 배경 오브젝트를 부수고 있는 것이나 어떤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그저 많이 베기의 쾌감이라면 이런 방식이 유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이 주는 지속적 매력에는 이런 쾌감이 주는 일시적 즐거움만으로는 부족하다.
게임평론가
게임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동의 상당 부분은 거기에 담겨 있는 `극적 감동'에서 생겨난다. 놀이의 묘미가 보다 직접적이고, 현재적이라면, 이 극적 요소는 꽤 오랫동안 은은히 살아남아 기억된다.
`파이널 판타지 6'을 이야기하면서 여장군 셀레스의 외로운 자살을, `파이널 판타지 7'에서 무참한 에어리스의 죽음을 빼놓고도 게임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순간 느꼈던 게임에 대한 감동을 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게임은 언제나 게이머에게 `극적 감동'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어떻게'라는 것이다. 아직도 젊은 산업인 게임은 그 방법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대부'와 `전신'은 그 해법에서 각기 다른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를 기억하라, `대부'
EA가 만든 `대부'는 발매 전부터 화제가 됐던 게임이다. 2005년 E3에서도 말론 브란도의 음성 데이터를 게임에 사용하기로 했던 일 때문에, 한편으로는 유명 배우의 목소리 음원을 게임에 사용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다른 한 편으로는 새로운 지적 재산권이라는 관점에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게임은 이미 어드벤처의 중요 장르처럼 자리잡은 갱 액션 어드벤처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뉴욕의 거대한 공간을 재현하고, 여기서 벌어지는 갱 집단간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다. 게이머는 말론 브란도가 열연했던 돈 꼴레오네 집안의 말단 조직원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일들을 맡아 나가면서 최종적으로는 조직의 최고 보스인 `돈'의 지위에까지 올라야 한다.
이런 기본적 구도는 국내에선 출시 못됐지만 `GTA' 시리즈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현된 것이다. 더불어 `GTA' 시리즈가 말 그대로 갱 시뮬레이션에 가까워, 충족시키지 못했던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마피아'에서 충분히 제공한 적이 있다. 간단히 말해 이미 이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은 기존의 게임들이 어느 정도 소진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당장 문제가 되는 건 이 게임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역시 `대부'도 이 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해 조직으로부터 사소한 협박으로부터 청부 살인까지 다양한 형태의 일을 맡게 되는 과정, 그래서 차츰 조직 내에서 지위가 높아지는 것 등은 이전의 게임 구조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도시를 마음대로 누빌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자유도 역시도 크게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만 본다면 시대에 맞는 의상에 많은 신경을 쓴 것이나, 정교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즈와 성장 등이 게임 시스템에서의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대신 그 자리를 메꾼 건 영화 `대부'의 매력이다. 게임은 `대부 1'의 시작 장면인 결혼식에 딸의 복수를 부탁하러 온 장의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영화의 시작 에피소드와 왜 게이머가 돈의 조직에 들어오게 되었는가의 이야기가 맞물리더니, 게이머가 맡은 처음으로 번듯한 임무가 바로 이 장의사 딸을 위해 복수하는 부분이다. 억지로 영화를 재현하는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영화의 장면을 삽입하여 게이머를 영화 한 가운데로 집어넣는 이런 구성 방식은 너무나 세련됐다. 이렇게 되니 비싼 돈을 준거라며 떠들던 말론 브란도의 목소리 음원이 이 게임에 얼마나 중요하며 매력적으로 작용하는가를 느낄 수 있다.
`대부'는 물론 새로운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요구되는 건 어쩌면 완전한 새로움이 아니라, 그것들을 묶어내는 세련된 기법의 개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는 충분한 게임이다.
대규모 전투의 스펙터클, `전신'
일본 신화, 전란의 시대를 묶어낸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온 일본 게임 산업이지만, 언제나 새로운 시도가 멈추지 않는다. 이 새로운 시도 중에서도 `전신'이 내세운 건 압도적인 숫자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다. 그래서 광고 카피에도 `한계에 도전한다 65535개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그리고 실제로 전투에 들어서면 양 쪽 진영이 맞서는 놀라운 광경을 바라보게 된다.
게임의 전체 시스템은 `삼국무쌍'에서 살펴보았던 1대 다수의 대 난투, 거기에 `킹덤 언더 파이어'에 비하면 형편없기는 하지만 부대원의 간단한 전략적 유도가 가능한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시스템만으로 보면 너무 흔한 소재에 흔한 시스템이라는 느낌을 피하기 힘들다. 그러기에 사실 이 게임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도는 그리고 게이머에게 무언가 깊이 새겨질 극적 감동을 주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역시 게임도 자랑하고 있듯이 대규모 전투일 수 밖에 없다.
그럼 이 전략은 성공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체수 만을 자랑하는 것은 개발사에는 안타깝게도 극적인 경험과는 무관할 뿐이다. 아무리 많은 적들이 뛰어 온다고 해도 그 숫자는 게이머에게 무게로 다가가지 않는다. 일단 적을 해치우는 단위가 한 칼에 수십에 이르게 되니까 비록 적의 숫자가 많지만, 떼로 몰려오는 적에 당연히 생겨야 할 두려움이나 아슬아슬한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너무 적이 많다보니 오히려 하나 하나의 적에 눈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적을 베는 것이나, 그저 파괴할 수 있는 배경 오브젝트를 부수고 있는 것이나 어떤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그저 많이 베기의 쾌감이라면 이런 방식이 유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이 주는 지속적 매력에는 이런 쾌감이 주는 일시적 즐거움만으로는 부족하다.
게임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