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솔루션 해외사업 내수한계 대안"
올해는 국내 모바일 솔루션 업체들에게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해였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설비투자 감소와 통신시장의 포화 등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줄면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이번 C&C라운지에서 모바일 솔루션 업계를 대표하는 필링크 박성현 사장과 인포뱅크 박태형 사장을 초대한 것도 이같은 업계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을 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박성현 사장과 박태형 사장은 모바일 인터넷 솔루션 업체들의 모임인 `엠 소사이어티(M Society)'의 회원으로 가끔 공적인 자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사이다. 그러나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대담 처음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흘렀으나 공통의 주제가 나오자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두 사람은 우선 업계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면서 얘기를 풀어나갔다.
"올해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이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치상으로 보면 업체들이 굉장히 돈을 많이 번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해당 분야의 플레이어(경쟁사)들이 대거 등장하고 가격 경쟁이 일어나면서 실제 업체들이 가져가는 부분은 크지 않습니다. 서비스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의 상당부분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박태형)
"맞습니다. 전체 매출이 3조원이라지만 이 가운데 패킷 과금이 30%, 단문메시징서비스(SMS)가 30∼35%로 대부분 이통사의 몫이고, 나머지 35%를 가지고 2000∼3000개에 이르는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이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박성현)
비단 CP들뿐만이 아니고 무선 인터넷 솔루션 업계 전체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이외에도 올해는 이통사들의 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업계가 입은 타격도 적지 않다.
"1996년 당시 230만 정도에 불과한 아날로그 가입자가 CDMA도입이후 2000년도에 2700만으로 12배 가량 성장했습니다. 2000년 이후 올해까지는 3500만으로 약 6%가 성장한 셈입니다. 아마 올해 가장 어려웠던 것은 번호이동성제 도입으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전체 매출의 23%에 이르는 금액을 마케팅비용에는 쏟아 부은 반면 설비투자는 크게 줄였기 때문입니다."(박성현)
국내모바일 솔루션 업체는 크게 △이통망에서 정보를 보내고 과금 처리하는 서버솔루션 업체 △단말기에서 영상과 이미지 등을 사용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 솔루션 업체 △인터넷상에서 고객에게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이통사의 투자부진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서버솔루션 업체들이며, CP들은 출혈경쟁으로 수익률이 크게 저하됐으며, 단말기 솔루션업체는 신형 단말기 모델 출시로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는 것.
두 사람은 이어 무선인터넷 통신망 개방으로 화제로 돌렸다.
"망개방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나 기대만큼은 성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망개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좋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해도 이에 대한 패킷 과금은 이통사가 대부분 가져가므로 서비스 업체는 별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도 무선망을 완전히 개방하고 해외와 같이 MVNO 등을 조속히 도입하는 게 필요합니다."(박성현)
"맞습니다. 무선망도 유선망처럼 완전히 개방되는 게 좋습니다. 망이 개방돼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체브랜드를 지니지 못한 채 `수퍼 갑'에 해당하는 이통사들에게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CP와 솔루션 업체들이 자체적인 브랜드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장점을 지닌 무선 인터넷이 분야에서 계속적인 우위를 지켜갈 수 있습니다."(박태형)
두 사람 모두 이통사들이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현재의 무선 인터넷 시장이 무선망 개방을 통해 변해야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물론 무선 인터넷 산업이 지금처럼 발전한데는 이통사들의 역할이 주효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무선인터넷 발전은 이동통신사업자가 주도적으로 투자를 하고 시장을 이끌어 갔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동통신사 전체매출의 20%이상을 무선인터넷에서 올리는 나라는 우리밖에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 무선 인터넷 솔루션 업체들이 자체브랜드를 통해 독자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무선망 개방을 비롯한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한다는 것입니다."(박성현)
앞으로의 무선 인터넷 솔루션 업계 발전에 대해서는 두 사람은 모두 품질과 서비스의 향상, 해외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업계가 성장 위주의 전략을 구사했으나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 들고있는 만큼, 앞으로는 품질과 기술력에서 승부가 날 것입니다. 과거에는 투자하고 돈만 벌면 됐지만, 통신시장의 포화로 여기에 제공되는 각종 솔루션과 서비스도 이제는 품질과 서비스의 향상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해질 것입니다."(박성현)
"해외사업은 내수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한 대안입니다. 이동통신사가 시설투자를 줄이는 것도 사실은 내수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동남아 다른 지역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 하나는 후발주자들의 시장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신제품과 신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좀 된다 싶으면 여기저기서 경쟁업체가 생겨나고, 이는 과다경쟁을 불러 수익률 악화로 이어집니다. 다행스럽게도 특허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일찍 해 현재 15개의 특허를 취득했으며, 30∼40개 정도를 출원했습니다"(박태형)
두 사람은 해외시장 공략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아 우리 업체들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해외시장 공략은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1∼2년 전부터 해당 지역에 대한 철저한 시장 분석이 필요합니다. 또 현지 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성해 중국시장이 들어가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중국과 많은 접촉을 시도했으나 신뢰관계 구축과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어려움으로 일단 사업을 보류한 상태입니다."(박성현)
박성현 사장은 LG정보통신 근무 시절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우리 교환기 시스템을 수입하던 중국업체가 한 1년 간은 주문을 하더니 그 이후 주문이 끊겨, 나중에 알아보니 우리의 하드웨어를 비롯한 모든 것을 카피해 생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자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설명이다.
"시장 규모는 중국이 아직은 한국보다는 작지만 무한한 성장잠재력이 있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중국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엄청납니다. 우리기업과 동일한 매출과 이익을 낼 경우 시가총액이 10배∼20배 가량 많다고 합니다. 이는 미국 증시에서 중국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도 중국시장 진출은 피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다만 준비하는 기간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보다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박태형)
"맞습니다. 최근 들어 중국의 화웨이나 중싱통신(ZTE)등이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는 것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의 수 년 전 하드웨어 기술까지 따라왔으며, 조만간 솔루션과 서비스 분야에서도 우리를 추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도 갖춰야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앞으로 이동통신사ㆍ장비업체와ㆍ솔루션 업계가 공동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이른바 `선단식' 진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장비업체의 우수한 하드웨어 기술, 솔루션업체의 특화된 솔루션 및 서비스 등을 결합시키는 것입니다."(박성현)
두 사람은 향후의 이동통신 시장의 발전 방향으로 화제를 돌렸다. 현재의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만큼, 새로운 통신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며 이를 통해 한국의 통신시장 우위를 지켜갈 수 있다는 게 요지다.
"PCS 3사 선정이후 단말기를 무료로 공급하면서 우리 이동통신시장은 급성장했습니다. 이것이 결국 무선인터넷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통신 인프라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비교우위를 놓칠 수 있습니다."(박태형)
"그렇죠. 정부가 IT839를 통해 WCDMA나 와이브로 등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더뎌지고 있다는 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의 새로운 통신 인프라 투자를 유도하고 리스크(위험)을 분산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박성현)
내년도 시장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내년도 시장은 품질과 서비스 경쟁이 화두가 될 것입니다. 올해 이동통신사들이 번호이동성제 홍보를 위한 마케팅에 집중했다면 내년부터는 품질과 서비스 향상으로 가입자들의 충성도(로열티)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동통신사들의 관련투자도 되살아나고 업체들의 제품 및 서비스 개발도 활기를 보일 것입니다."(박성현)
"내년부터는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지금까지는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가 호황을 누렸지만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DMB 등이 시작되면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시간에 TV나 음악을 보고 들을 수 있어, 유선 인터넷과 같이 접속한 상태에서 네트워크 게임과 검색 등을 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이와 관련된 솔루션과 서비스들도 대거 선보일 것입니다."(박태형)
"맞습니다. 앞으로는 저속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왑 브라우징이나 캐릭터 전송보다는 MMS나 LBS 등 개인에 특화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업계 모두가 새로운 무선인터넷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품질과 서비스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박성현)
◇ 박성현 필링크 사장은
박 사장은 지난 1978년 LG그룹의 금성통신 연구원으로 입사해 2001년 LG전자 네트워크 연구소장 겸 상무로 퇴임, 약 26년 간 정보통신 연구개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박 사장은 LG재직 시절 전자교환기, ISDN 교환기, ATM 교환기 및 IP 스위칭 등을 비롯해 각종 음성처리 시스템과 음성망과 데이터망 통합을 위한 VoIP 장비 개발을 주도했다.
박 사장은 지난 2002년 11월 CTO 겸 부사장으로서 필링크에 합류해 연구소와 기술 분야를 맡았었다. 올해부터는 필링크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기존 제품의 경쟁력 강화, 해외사업의 확대 및 신규사업의 전개를 통해 필링크의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박태형 인포뱅크 사장은
박태형 사장은 정보통신 업계 CEO치고는 다소 색다른 경력을 지니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1984년 세계적인 금융기관인 뱅커스 트러스트은행 심사부에 입행, 10여 년간 근무하면서 한국지점 수석 부지점장까지 오른 정통 `뱅커' 출신이다. 대학에서는 자원공학과 산업공학을 공부했으며,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재무 전문가로 입지를 굳히던 박 사장이 돌연 IT업계에 뛰어든 것은 뱅커스 트러스트 한국지점에 근무하면서 지켜봤던 국내 IT산업의 역동성과 발전 가능성 때문. 이후 박 사장은 지난 1995년 무선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인포뱅크를 설립, 회사를 업계 리딩 컴퍼니로 키워냈다.
올해는 국내 모바일 솔루션 업체들에게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해였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설비투자 감소와 통신시장의 포화 등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줄면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이번 C&C라운지에서 모바일 솔루션 업계를 대표하는 필링크 박성현 사장과 인포뱅크 박태형 사장을 초대한 것도 이같은 업계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을 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박성현 사장과 박태형 사장은 모바일 인터넷 솔루션 업체들의 모임인 `엠 소사이어티(M Society)'의 회원으로 가끔 공적인 자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사이다. 그러나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대담 처음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흘렀으나 공통의 주제가 나오자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두 사람은 우선 업계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면서 얘기를 풀어나갔다.
"올해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이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치상으로 보면 업체들이 굉장히 돈을 많이 번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해당 분야의 플레이어(경쟁사)들이 대거 등장하고 가격 경쟁이 일어나면서 실제 업체들이 가져가는 부분은 크지 않습니다. 서비스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의 상당부분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박태형)
"맞습니다. 전체 매출이 3조원이라지만 이 가운데 패킷 과금이 30%, 단문메시징서비스(SMS)가 30∼35%로 대부분 이통사의 몫이고, 나머지 35%를 가지고 2000∼3000개에 이르는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이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박성현)
비단 CP들뿐만이 아니고 무선 인터넷 솔루션 업계 전체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이외에도 올해는 이통사들의 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업계가 입은 타격도 적지 않다.
"1996년 당시 230만 정도에 불과한 아날로그 가입자가 CDMA도입이후 2000년도에 2700만으로 12배 가량 성장했습니다. 2000년 이후 올해까지는 3500만으로 약 6%가 성장한 셈입니다. 아마 올해 가장 어려웠던 것은 번호이동성제 도입으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전체 매출의 23%에 이르는 금액을 마케팅비용에는 쏟아 부은 반면 설비투자는 크게 줄였기 때문입니다."(박성현)
국내모바일 솔루션 업체는 크게 △이통망에서 정보를 보내고 과금 처리하는 서버솔루션 업체 △단말기에서 영상과 이미지 등을 사용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 솔루션 업체 △인터넷상에서 고객에게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이통사의 투자부진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서버솔루션 업체들이며, CP들은 출혈경쟁으로 수익률이 크게 저하됐으며, 단말기 솔루션업체는 신형 단말기 모델 출시로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는 것.
두 사람은 이어 무선인터넷 통신망 개방으로 화제로 돌렸다.
"망개방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나 기대만큼은 성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망개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좋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해도 이에 대한 패킷 과금은 이통사가 대부분 가져가므로 서비스 업체는 별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도 무선망을 완전히 개방하고 해외와 같이 MVNO 등을 조속히 도입하는 게 필요합니다."(박성현)
"맞습니다. 무선망도 유선망처럼 완전히 개방되는 게 좋습니다. 망이 개방돼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체브랜드를 지니지 못한 채 `수퍼 갑'에 해당하는 이통사들에게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CP와 솔루션 업체들이 자체적인 브랜드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장점을 지닌 무선 인터넷이 분야에서 계속적인 우위를 지켜갈 수 있습니다."(박태형)
두 사람 모두 이통사들이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현재의 무선 인터넷 시장이 무선망 개방을 통해 변해야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물론 무선 인터넷 산업이 지금처럼 발전한데는 이통사들의 역할이 주효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무선인터넷 발전은 이동통신사업자가 주도적으로 투자를 하고 시장을 이끌어 갔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동통신사 전체매출의 20%이상을 무선인터넷에서 올리는 나라는 우리밖에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 무선 인터넷 솔루션 업체들이 자체브랜드를 통해 독자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무선망 개방을 비롯한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한다는 것입니다."(박성현)
앞으로의 무선 인터넷 솔루션 업계 발전에 대해서는 두 사람은 모두 품질과 서비스의 향상, 해외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업계가 성장 위주의 전략을 구사했으나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 들고있는 만큼, 앞으로는 품질과 기술력에서 승부가 날 것입니다. 과거에는 투자하고 돈만 벌면 됐지만, 통신시장의 포화로 여기에 제공되는 각종 솔루션과 서비스도 이제는 품질과 서비스의 향상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해질 것입니다."(박성현)
"해외사업은 내수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한 대안입니다. 이동통신사가 시설투자를 줄이는 것도 사실은 내수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동남아 다른 지역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 하나는 후발주자들의 시장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신제품과 신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좀 된다 싶으면 여기저기서 경쟁업체가 생겨나고, 이는 과다경쟁을 불러 수익률 악화로 이어집니다. 다행스럽게도 특허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일찍 해 현재 15개의 특허를 취득했으며, 30∼40개 정도를 출원했습니다"(박태형)
두 사람은 해외시장 공략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아 우리 업체들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해외시장 공략은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1∼2년 전부터 해당 지역에 대한 철저한 시장 분석이 필요합니다. 또 현지 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성해 중국시장이 들어가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중국과 많은 접촉을 시도했으나 신뢰관계 구축과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어려움으로 일단 사업을 보류한 상태입니다."(박성현)
박성현 사장은 LG정보통신 근무 시절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우리 교환기 시스템을 수입하던 중국업체가 한 1년 간은 주문을 하더니 그 이후 주문이 끊겨, 나중에 알아보니 우리의 하드웨어를 비롯한 모든 것을 카피해 생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자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설명이다.
"시장 규모는 중국이 아직은 한국보다는 작지만 무한한 성장잠재력이 있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중국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엄청납니다. 우리기업과 동일한 매출과 이익을 낼 경우 시가총액이 10배∼20배 가량 많다고 합니다. 이는 미국 증시에서 중국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도 중국시장 진출은 피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다만 준비하는 기간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보다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박태형)
"맞습니다. 최근 들어 중국의 화웨이나 중싱통신(ZTE)등이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는 것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의 수 년 전 하드웨어 기술까지 따라왔으며, 조만간 솔루션과 서비스 분야에서도 우리를 추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도 갖춰야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앞으로 이동통신사ㆍ장비업체와ㆍ솔루션 업계가 공동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이른바 `선단식' 진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장비업체의 우수한 하드웨어 기술, 솔루션업체의 특화된 솔루션 및 서비스 등을 결합시키는 것입니다."(박성현)
두 사람은 향후의 이동통신 시장의 발전 방향으로 화제를 돌렸다. 현재의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만큼, 새로운 통신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며 이를 통해 한국의 통신시장 우위를 지켜갈 수 있다는 게 요지다.
"PCS 3사 선정이후 단말기를 무료로 공급하면서 우리 이동통신시장은 급성장했습니다. 이것이 결국 무선인터넷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통신 인프라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비교우위를 놓칠 수 있습니다."(박태형)
"그렇죠. 정부가 IT839를 통해 WCDMA나 와이브로 등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더뎌지고 있다는 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의 새로운 통신 인프라 투자를 유도하고 리스크(위험)을 분산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박성현)
내년도 시장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내년도 시장은 품질과 서비스 경쟁이 화두가 될 것입니다. 올해 이동통신사들이 번호이동성제 홍보를 위한 마케팅에 집중했다면 내년부터는 품질과 서비스 향상으로 가입자들의 충성도(로열티)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동통신사들의 관련투자도 되살아나고 업체들의 제품 및 서비스 개발도 활기를 보일 것입니다."(박성현)
"내년부터는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지금까지는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가 호황을 누렸지만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DMB 등이 시작되면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시간에 TV나 음악을 보고 들을 수 있어, 유선 인터넷과 같이 접속한 상태에서 네트워크 게임과 검색 등을 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이와 관련된 솔루션과 서비스들도 대거 선보일 것입니다."(박태형)
"맞습니다. 앞으로는 저속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왑 브라우징이나 캐릭터 전송보다는 MMS나 LBS 등 개인에 특화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업계 모두가 새로운 무선인터넷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품질과 서비스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박성현)
◇ 박성현 필링크 사장은
박 사장은 지난 1978년 LG그룹의 금성통신 연구원으로 입사해 2001년 LG전자 네트워크 연구소장 겸 상무로 퇴임, 약 26년 간 정보통신 연구개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박 사장은 LG재직 시절 전자교환기, ISDN 교환기, ATM 교환기 및 IP 스위칭 등을 비롯해 각종 음성처리 시스템과 음성망과 데이터망 통합을 위한 VoIP 장비 개발을 주도했다.
박 사장은 지난 2002년 11월 CTO 겸 부사장으로서 필링크에 합류해 연구소와 기술 분야를 맡았었다. 올해부터는 필링크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기존 제품의 경쟁력 강화, 해외사업의 확대 및 신규사업의 전개를 통해 필링크의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박태형 인포뱅크 사장은
박태형 사장은 정보통신 업계 CEO치고는 다소 색다른 경력을 지니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1984년 세계적인 금융기관인 뱅커스 트러스트은행 심사부에 입행, 10여 년간 근무하면서 한국지점 수석 부지점장까지 오른 정통 `뱅커' 출신이다. 대학에서는 자원공학과 산업공학을 공부했으며,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재무 전문가로 입지를 굳히던 박 사장이 돌연 IT업계에 뛰어든 것은 뱅커스 트러스트 한국지점에 근무하면서 지켜봤던 국내 IT산업의 역동성과 발전 가능성 때문. 이후 박 사장은 지난 1995년 무선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인포뱅크를 설립, 회사를 업계 리딩 컴퍼니로 키워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