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무색한 소외계층 정보접근성
90%이상 외국산…국내 전문업체 '가물에 콩'
고령화사회대응 '새 시장' 인식 적극나서야
지난 6월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삼성동 COEX에서는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노인과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 보조기기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선보인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정보통신보조기기전시회에는 타이핑 보조기구와 스크린리더, 특수 키보드 등 30 여 종의 정보통신 보조기기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노인과 장애인의 정보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정보격차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전시회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정보통신 보조기기와 특수 소프트웨어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국내에서 최초로 기획된 전시회라는 점이나 노인과 장애인 참관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회는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와 별개로 이번 전시회는 국내의 정보통신 보조기기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장이기도 했다.
정보통신 기기라고 하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술에 멋진 디자인을 입혀놓은 신제품을 연상하는 데,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제품들은 마치 창고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제품들을 가지고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줄만큼 기능과 인터페이스 면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이날 출품된 제품의 90% 이상이 외국에서 개발한 제품으로, 국내에서 만든 제품이라고는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과 넥스월드의 미투 키보드 등 몇 점에 불과했다.
이 전시회를 주최한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홍경순 접근기술연구과장은 "기업들이 정보통신 보조기기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못 찾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국내에서 보조기기에 대한 인식도 미흡하고 산업으로 형성되지도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보조기기 뿐만 아니라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정보 접근성을 배려하는데 인색한 것과 대조적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에서는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 개발이 활발하다. 특히 법적으로 접근성 지침을 제정, 이 지침을 따르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는 탄원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96년 개정한 통신법 255조에 `정보통신 장비 및 기기 제조업자와 서비스 제공자는 장애인이 접근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ㆍ개발ㆍ제조ㆍ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98년에는 `접근성위원회 산하 통신접근성자문위원회 주도로 접근성 지침을 제정했다.
98년 개정된 재활법 508조는 정부기관이 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508조는 연방 부처와 기구가 전자 및 정보 기술을 개발, 조달할 경우 지나친 부담이 되지 않는 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정보나 자료에 접근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2004년까지 정보통신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서비스의 장애인 접근을 위해 시설 개보수 등 적절한 수단을 강구할 것을 규정했고 일본 우정성도 정보통신설비 접근성 지침과 통상산업성의 정보처리기기 접근성 지침 등을 고시하고 있으며, 정보장애 해소를 위한 표준화 연구 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미국 상원 고령화특별위원회는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조기기 기술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마련, 노인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보조기기 개발과 보급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IT 산업과 함께 성장했던 이들이 은퇴하는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다른 세대보다 컴퓨터에 비교적 익숙한 이들을 타깃으로 한 컴퓨터 관련 보조기기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 이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보조기술 관련 세계 최고의 컨퍼런스로 인정받는 CSUN 컨퍼런스에 다녀온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한상필 씨는 "보조기술 지원으로 노인과 장애인의 업무 생산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정책과 사업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들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에서 부족한 것은 비단 정책뿐만이 아니다. 이 분야에 대한 기업 차원의 투자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선진국의 경우, 인간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고령화 시대를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외계층 정보화격차 해소를 위해 전 세계 학교, 정부 등에 향후 5년 간 2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파트너 인 러닝(PIL)'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 일환으로 국내의 강북노인 복지서비스센터에 컴퓨터, 교재, 강사, 교육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텔사 주도로 HP와 하니웰, GE 등 대표적인 IT 관련 기업과 유명 연구소들이 모여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기기 개발을 위해 CAST(center for aging service technologies)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특정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쉽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지만, 노인들을 원격지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주택 개조와 질병에 걸린 노인들에게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이를 모니터링하는 약물 자동 분배기(medication dispenser)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홍경순 접근기술연구과장은 "유비쿼터스 시대로 갈수록 노인들을 위한 정보통신 보조기기에 대한 니즈가 종합적으로 요구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정부에서 정보통신 보조기기 분야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기업들도 이 분야를 개척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분야의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는 미개척 분야지만, 이미 선진국에서는 정책기획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IT 선진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보조기기를 적극 개발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90%이상 외국산…국내 전문업체 '가물에 콩'
고령화사회대응 '새 시장' 인식 적극나서야
지난 6월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삼성동 COEX에서는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노인과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 보조기기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선보인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정보통신보조기기전시회에는 타이핑 보조기구와 스크린리더, 특수 키보드 등 30 여 종의 정보통신 보조기기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노인과 장애인의 정보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정보격차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전시회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정보통신 보조기기와 특수 소프트웨어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국내에서 최초로 기획된 전시회라는 점이나 노인과 장애인 참관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회는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와 별개로 이번 전시회는 국내의 정보통신 보조기기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장이기도 했다.
정보통신 기기라고 하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술에 멋진 디자인을 입혀놓은 신제품을 연상하는 데,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제품들은 마치 창고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제품들을 가지고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줄만큼 기능과 인터페이스 면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이날 출품된 제품의 90% 이상이 외국에서 개발한 제품으로, 국내에서 만든 제품이라고는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과 넥스월드의 미투 키보드 등 몇 점에 불과했다.
이 전시회를 주최한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홍경순 접근기술연구과장은 "기업들이 정보통신 보조기기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못 찾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국내에서 보조기기에 대한 인식도 미흡하고 산업으로 형성되지도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보조기기 뿐만 아니라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정보 접근성을 배려하는데 인색한 것과 대조적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에서는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 개발이 활발하다. 특히 법적으로 접근성 지침을 제정, 이 지침을 따르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는 탄원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96년 개정한 통신법 255조에 `정보통신 장비 및 기기 제조업자와 서비스 제공자는 장애인이 접근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ㆍ개발ㆍ제조ㆍ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98년에는 `접근성위원회 산하 통신접근성자문위원회 주도로 접근성 지침을 제정했다.
98년 개정된 재활법 508조는 정부기관이 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508조는 연방 부처와 기구가 전자 및 정보 기술을 개발, 조달할 경우 지나친 부담이 되지 않는 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정보나 자료에 접근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2004년까지 정보통신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서비스의 장애인 접근을 위해 시설 개보수 등 적절한 수단을 강구할 것을 규정했고 일본 우정성도 정보통신설비 접근성 지침과 통상산업성의 정보처리기기 접근성 지침 등을 고시하고 있으며, 정보장애 해소를 위한 표준화 연구 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미국 상원 고령화특별위원회는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조기기 기술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마련, 노인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보조기기 개발과 보급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IT 산업과 함께 성장했던 이들이 은퇴하는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다른 세대보다 컴퓨터에 비교적 익숙한 이들을 타깃으로 한 컴퓨터 관련 보조기기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 이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보조기술 관련 세계 최고의 컨퍼런스로 인정받는 CSUN 컨퍼런스에 다녀온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한상필 씨는 "보조기술 지원으로 노인과 장애인의 업무 생산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정책과 사업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들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에서 부족한 것은 비단 정책뿐만이 아니다. 이 분야에 대한 기업 차원의 투자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선진국의 경우, 인간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고령화 시대를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외계층 정보화격차 해소를 위해 전 세계 학교, 정부 등에 향후 5년 간 2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파트너 인 러닝(PIL)'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 일환으로 국내의 강북노인 복지서비스센터에 컴퓨터, 교재, 강사, 교육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텔사 주도로 HP와 하니웰, GE 등 대표적인 IT 관련 기업과 유명 연구소들이 모여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기기 개발을 위해 CAST(center for aging service technologies)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특정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쉽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지만, 노인들을 원격지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주택 개조와 질병에 걸린 노인들에게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이를 모니터링하는 약물 자동 분배기(medication dispenser)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홍경순 접근기술연구과장은 "유비쿼터스 시대로 갈수록 노인들을 위한 정보통신 보조기기에 대한 니즈가 종합적으로 요구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정부에서 정보통신 보조기기 분야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기업들도 이 분야를 개척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분야의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는 미개척 분야지만, 이미 선진국에서는 정책기획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IT 선진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보조기기를 적극 개발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