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식별(RFID)이 차세대 IT혁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여러 분야의 업체들이 RFID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거나 면밀히 사업성을 따지고 있다. 그러나 RFID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화할지 명확한 청사진이 제시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에서 십 여년간 RFID 제품을 개발해온 토종업체인 키스컴 한운수 사장과 외산 유력제품을 국내에 도입해온 하이트랙스 한경환 부사장은 각기 몸담고 있는 회사의 성격에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RFID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두 사람은 또 정부의 정책 지연이 RFID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편집자 주>
"1989년 창업해 바코드를 통한 공장자동화 쪽에 전념했다. 당시는 모든 시스템을 케이블로 잇던 시절이라 RF, 즉 무선통신 기술에 대해 고민했다. 92년 12월에 무선모뎀을 발표했다 1년 반만에 포기했다. 핵심기술이 부족했던 탓이다. 주요 대기업에 파일럿 제품을 공급했다가 낭패를 봤다. 무선랜 카드도 개발하다 역량 부족을 절감하고 접었다. 그러던 차에 90년대말 한국타이어의 생산라인 자동화 프로젝트를 땄고 영국에서 `유키드'라는 RFID 전문업체 제품을 도입, 구축에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애프터서비스(AS)였다. 고장이 나면 해외를 왔다갔다 하는 게 엄청난 부담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외산제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배운 게 현재의 기술 축적으로 이어졌다. 이후 우리 기술로 저주파대인 125㎑, 13.5㎒ 제품을 개발했다. 보편화된 13.56㎒보다는 900㎒로 가야 부가가치를 키울 수 있다고 판단, 2002년 말께 900㎒대역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한운수)
"RFID 관련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2000년 초 우연한 기회에 미국의 RFID 관련 벤처인 매트릭스와 관계를 맺게 됐다. 지금이야 유명해졌지만, 당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기술자 3명이 독립해서 차린 그야말로 `창고형 벤처'였다. 제품도 아이디어만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다. 2002년 초기 버전이 나왔을 때 이를 보고 물류혁명을 일으킬 제품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한국에 와서 상용화를 타진했는데 쉽지 않았다. 전파법을 비롯한 다양한 규제가 있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됐다. 제대로 사업을 한번 해보겠다고 올 초 하이트랙스를 설립했다. 매트릭스에서 합류하라는 제안이 있었으나 거부하고 이 회사의 동아시아 지역 판권을 땄다. 특히 하청 경험을 토대로 리더나 태그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수출하기로 매트릭스와 합의했다. 최근 안테나 1만5000개를 OEM으로 제조해 매트릭스에 공급했다. 협력사가 두원산업인데, 남동공단에서 유일하게 바쁜 업체라고 한다. 리더기도 곧 수출할 예정이다 "(한경환)
이처럼 두 회사의 출발은 판이했다. 토종 개발업체인 키스컴의 역사는 국내 RFID 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외산업체의 국내 공급사로 인식되던 하이트랙스도 단순한 대리점은 아니다.
현재 RFID 산업의 현주소에 대한 화제로 넘어가자 다소 서먹하게 시작했던 대화에 열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앞뒤가 안맞는 상황이다. 요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정부 시범사업을 수주한다고 난리인데, 실제 RFID 현업에서는 말잔치만 난무하고 있다. 바코드 도입 초기부터 지켜본 경험에 따르면, RFID도 상당부분 혼란을 겪다 정리되는 상황이 될 것 같다. 시장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것은 저주파쪽으로 UHF 대역은 아직 시장도 열리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갑자기 유비쿼터스니 뭐니 하며 해결사가 나타난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인프라나 법제도 등 여건이 무엇 하나 제대로 준비된 게 없다. 또 RFID 자체도 당분간 특화된 영역 외에는 적용이 어렵다. TV에서는 매장에서 바구니를 들고 나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월마트가 주도하는 유통물류 분야는 RFID의 마지막 단계에 나오는 것이다. 기존에 바코드가 못하는 영역을 RFID가 커버하는 것뿐인데 거품이 많은 것같다."(한운수)
"RFID의 기본적인 존재 이유는 바코드의 대체다. 미국에서는 처음 보안 쪽에서 활성화됐다. 솔직히 물류 쪽에서는 제일 나중에 도입될 것이다. RFID를 한다고 해서 백엔드의 모든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RFID가 상품의 케이스나 팔레트 단위에 적용되는 수준이다. 물론 미아 방지나 다른 응용솔루션에 적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바코드가 겸용될 것이다. 참고로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RFID가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기대가치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실히 정하고 RFID를 제대로 이해한 뒤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한경환)
RFID가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되어 있다는데서도 두 사람의 의견은 일치했다. 거기에서 RFID산업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RFID산업 발전이 더딘 이유는 역시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일단 주파수라도 분배를 해야 한다. 거기에 맞는 실험국을 열고 몇 군데 기업과 연구단체가 공동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정부에서 고민하는 표준규격 마련 작업 등을 좀더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실정에 맞게 기술규정을 마련하려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한경환)
"간단한 비유를 하면 `한국형'이라는 게 있다. 다른 것은 다 한국형을 찾으면서 RFID 분야는 왜 아닌지 모르겠다. 경부고속도로를 처음 놓을 당시를 보자. 당시에 어설프지만 일단 착수부터 했다. 자금과 기술이 부족한 우리는 10㎝ 깊이밖에 깔지 못했다. 외국에서 3년이나 5년 걸리는 것을 우리는 1년 만에 해야 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해외처럼 50㎝ 이상 두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쉽게 파손됐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세계 최고의 토목 기술 확보하는데 큰 도움됐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RFID산업도 마찬가지다. 한참 뒤늦게 뛰어든 우리가 선진국을 ？아가도록 하려면 일단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한운수)
정부의 `늑장대응'이 이어진다면 RFID업계가 고사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론도 제기됐다.
"규제 때문에 다 개발한 제품을 못 팔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력이 열악한 중소기업으로서는 더 이상 기술 개발의 선순환을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 RFID 관련업체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외국에서는 기술제휴를 하고 사가겠다고 난리인데, 국내에는 레퍼런스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검증받지 못한 제품을 어떻게 해외에 내다 팔 수 있는가. 정말 아이러니다. RFID는 환경에 따라 엄청난 기술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단순히 몇차례 시범사업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한운수)
"수출을 하다보니 애로사항이 많다. 한 사장님은 기술 개발을 해봤으니 자금 소요를 아시겠지만 정말 엄청난 돈이 든다. 우리처럼 투자받아 설립한 기업은 제품을 못팔면 정말 목이 탄다. 솔직히 주파수는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하다. 빨리 풀어서 필드에 적용하면 상당한 기술발전을 이룰 수 있는데, 왜 이리 더딘지 이해를 못하겠다. 표준과 관련한 정부 정책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EPC 1세대를 얘기하는데, 지금 EPC는 2세대에서 3세대를 넘보는 상황이다. 세계 표준기술은 자꾸 앞서가는데, 정부 기술규격 제정은 늦어지고 있으니 답답하다. 규정이 풀린다 해도 기술격차가 커져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공무원이나 관련기업도 RFID의 실체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수 년전 매트릭스쪽 일을 할 때 일본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와서 배워갔다. 일본은 현재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상당한 기술을 축적한 것으로 안다 "(한경환)
RFID 솔루션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두 업체에서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좀 더 빨리 움직여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희망섞인 얘기도 나왔다. 늦었지만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차제에 한국을 RFID분야 전진기지로 만들고 싶다. 한국은 완벽한 테스트베드다. 훌륭한 인프라에 통신기술도 뛰어나다. 한국에서 상용화에 성공하면 전 세계에 퍼뜨릴 수 있다. CDMA처럼 RFID가 차세대 수출 효자상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도 그 때문이다. RFID는 원천기술인 만큼 현장 적용경험이 중요하다. 우리 환경에 특화시키면 비슷한 조건을 가진 나라에 수출할 수 있다. 실제 매트릭스도 장기적으로 한국을 차세대 리더기나 태그의 생산기지로 여기고 기술이전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한경환)
" RFID에 손댄 것이 80년대 후반인데 10년이 넘은 지금도 사실 원천기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처음 RFID에 뛰어든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저주파 관련기술이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아직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RFID는 CDMA 다음의 효자상품으로 키울 수 있는 분야다. 조금만 다듬고 정부와 기업이 역할분담을 하면 우리나라가 세계를 휘어잡을 수도 있는 분야다. "(한운수)
두 사람은 정부의 주파수 분배가 늦어지면서 제품 판로가 막혀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RFID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보겠다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두 사람은 "기회가 된다면 정부 관계자와 함께 해외 선진국을 돌면서 RFID 산업 활성화의 밑그름을 그리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한운수 사장과 한경환 부사장은
한운수 키스컴 사장과 한경환 하이트랙스 부사장은 국내 RFID 솔루션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을 이끌고 있지만, 걸어온 길은 전혀 다르다.
한운수 사장은 89년 창업한 뒤 15년간 바코드를 통한 공장자동화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면, 한경환 부사장은 통신기술 전문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세계의 흐름을 좇아온 전문가이다.
한운수 사장은 78년 인하대 공대를 졸업했으며 한국기계금속연구원(현 기계연구원)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유니온시스템과 한국테크노벤처연구소 등을 거쳐 89년 한국종합시스템(현 키스컴)을 창립했다. 키스컴은 토종 RFID업체지만 일본 미쓰비시ㆍ마루베니 등과 RFID 단말기를 공동 개발키로 하는 등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경환 부사장은 86년 미국 CIT전기공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하원에서 10여년간 통신망 프로젝트 담당했다. 이후 RFID 분야 컨설턴트로 활동해왔으며 96년부터 99년까지 한국도로공사의 지능형교통시스템(ITS)사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심텔정보통신의 미국지사장을 역임했으며, RFID 안테나 제조업체인 메이팩을 창립한 뒤 올 초 하이트랙스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이전에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디지털타임스의 C&C라운지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같은 업종에 있지만 현재는 경쟁보다는 산업 발전과 시장확대가 우선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정립하겠다며 손을 맞잡았다.
국내에서 십 여년간 RFID 제품을 개발해온 토종업체인 키스컴 한운수 사장과 외산 유력제품을 국내에 도입해온 하이트랙스 한경환 부사장은 각기 몸담고 있는 회사의 성격에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RFID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두 사람은 또 정부의 정책 지연이 RFID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편집자 주>
"1989년 창업해 바코드를 통한 공장자동화 쪽에 전념했다. 당시는 모든 시스템을 케이블로 잇던 시절이라 RF, 즉 무선통신 기술에 대해 고민했다. 92년 12월에 무선모뎀을 발표했다 1년 반만에 포기했다. 핵심기술이 부족했던 탓이다. 주요 대기업에 파일럿 제품을 공급했다가 낭패를 봤다. 무선랜 카드도 개발하다 역량 부족을 절감하고 접었다. 그러던 차에 90년대말 한국타이어의 생산라인 자동화 프로젝트를 땄고 영국에서 `유키드'라는 RFID 전문업체 제품을 도입, 구축에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애프터서비스(AS)였다. 고장이 나면 해외를 왔다갔다 하는 게 엄청난 부담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외산제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배운 게 현재의 기술 축적으로 이어졌다. 이후 우리 기술로 저주파대인 125㎑, 13.5㎒ 제품을 개발했다. 보편화된 13.56㎒보다는 900㎒로 가야 부가가치를 키울 수 있다고 판단, 2002년 말께 900㎒대역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한운수)
"RFID 관련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2000년 초 우연한 기회에 미국의 RFID 관련 벤처인 매트릭스와 관계를 맺게 됐다. 지금이야 유명해졌지만, 당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기술자 3명이 독립해서 차린 그야말로 `창고형 벤처'였다. 제품도 아이디어만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다. 2002년 초기 버전이 나왔을 때 이를 보고 물류혁명을 일으킬 제품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한국에 와서 상용화를 타진했는데 쉽지 않았다. 전파법을 비롯한 다양한 규제가 있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됐다. 제대로 사업을 한번 해보겠다고 올 초 하이트랙스를 설립했다. 매트릭스에서 합류하라는 제안이 있었으나 거부하고 이 회사의 동아시아 지역 판권을 땄다. 특히 하청 경험을 토대로 리더나 태그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수출하기로 매트릭스와 합의했다. 최근 안테나 1만5000개를 OEM으로 제조해 매트릭스에 공급했다. 협력사가 두원산업인데, 남동공단에서 유일하게 바쁜 업체라고 한다. 리더기도 곧 수출할 예정이다 "(한경환)
이처럼 두 회사의 출발은 판이했다. 토종 개발업체인 키스컴의 역사는 국내 RFID 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외산업체의 국내 공급사로 인식되던 하이트랙스도 단순한 대리점은 아니다.
현재 RFID 산업의 현주소에 대한 화제로 넘어가자 다소 서먹하게 시작했던 대화에 열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앞뒤가 안맞는 상황이다. 요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정부 시범사업을 수주한다고 난리인데, 실제 RFID 현업에서는 말잔치만 난무하고 있다. 바코드 도입 초기부터 지켜본 경험에 따르면, RFID도 상당부분 혼란을 겪다 정리되는 상황이 될 것 같다. 시장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것은 저주파쪽으로 UHF 대역은 아직 시장도 열리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갑자기 유비쿼터스니 뭐니 하며 해결사가 나타난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인프라나 법제도 등 여건이 무엇 하나 제대로 준비된 게 없다. 또 RFID 자체도 당분간 특화된 영역 외에는 적용이 어렵다. TV에서는 매장에서 바구니를 들고 나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월마트가 주도하는 유통물류 분야는 RFID의 마지막 단계에 나오는 것이다. 기존에 바코드가 못하는 영역을 RFID가 커버하는 것뿐인데 거품이 많은 것같다."(한운수)
"RFID의 기본적인 존재 이유는 바코드의 대체다. 미국에서는 처음 보안 쪽에서 활성화됐다. 솔직히 물류 쪽에서는 제일 나중에 도입될 것이다. RFID를 한다고 해서 백엔드의 모든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RFID가 상품의 케이스나 팔레트 단위에 적용되는 수준이다. 물론 미아 방지나 다른 응용솔루션에 적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바코드가 겸용될 것이다. 참고로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RFID가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기대가치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실히 정하고 RFID를 제대로 이해한 뒤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한경환)
RFID가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되어 있다는데서도 두 사람의 의견은 일치했다. 거기에서 RFID산업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RFID산업 발전이 더딘 이유는 역시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일단 주파수라도 분배를 해야 한다. 거기에 맞는 실험국을 열고 몇 군데 기업과 연구단체가 공동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정부에서 고민하는 표준규격 마련 작업 등을 좀더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실정에 맞게 기술규정을 마련하려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한경환)
"간단한 비유를 하면 `한국형'이라는 게 있다. 다른 것은 다 한국형을 찾으면서 RFID 분야는 왜 아닌지 모르겠다. 경부고속도로를 처음 놓을 당시를 보자. 당시에 어설프지만 일단 착수부터 했다. 자금과 기술이 부족한 우리는 10㎝ 깊이밖에 깔지 못했다. 외국에서 3년이나 5년 걸리는 것을 우리는 1년 만에 해야 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해외처럼 50㎝ 이상 두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쉽게 파손됐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세계 최고의 토목 기술 확보하는데 큰 도움됐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RFID산업도 마찬가지다. 한참 뒤늦게 뛰어든 우리가 선진국을 ？아가도록 하려면 일단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한운수)
정부의 `늑장대응'이 이어진다면 RFID업계가 고사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론도 제기됐다.
"규제 때문에 다 개발한 제품을 못 팔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력이 열악한 중소기업으로서는 더 이상 기술 개발의 선순환을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 RFID 관련업체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외국에서는 기술제휴를 하고 사가겠다고 난리인데, 국내에는 레퍼런스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검증받지 못한 제품을 어떻게 해외에 내다 팔 수 있는가. 정말 아이러니다. RFID는 환경에 따라 엄청난 기술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단순히 몇차례 시범사업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한운수)
"수출을 하다보니 애로사항이 많다. 한 사장님은 기술 개발을 해봤으니 자금 소요를 아시겠지만 정말 엄청난 돈이 든다. 우리처럼 투자받아 설립한 기업은 제품을 못팔면 정말 목이 탄다. 솔직히 주파수는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하다. 빨리 풀어서 필드에 적용하면 상당한 기술발전을 이룰 수 있는데, 왜 이리 더딘지 이해를 못하겠다. 표준과 관련한 정부 정책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EPC 1세대를 얘기하는데, 지금 EPC는 2세대에서 3세대를 넘보는 상황이다. 세계 표준기술은 자꾸 앞서가는데, 정부 기술규격 제정은 늦어지고 있으니 답답하다. 규정이 풀린다 해도 기술격차가 커져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공무원이나 관련기업도 RFID의 실체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수 년전 매트릭스쪽 일을 할 때 일본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와서 배워갔다. 일본은 현재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상당한 기술을 축적한 것으로 안다 "(한경환)
RFID 솔루션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두 업체에서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좀 더 빨리 움직여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희망섞인 얘기도 나왔다. 늦었지만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차제에 한국을 RFID분야 전진기지로 만들고 싶다. 한국은 완벽한 테스트베드다. 훌륭한 인프라에 통신기술도 뛰어나다. 한국에서 상용화에 성공하면 전 세계에 퍼뜨릴 수 있다. CDMA처럼 RFID가 차세대 수출 효자상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도 그 때문이다. RFID는 원천기술인 만큼 현장 적용경험이 중요하다. 우리 환경에 특화시키면 비슷한 조건을 가진 나라에 수출할 수 있다. 실제 매트릭스도 장기적으로 한국을 차세대 리더기나 태그의 생산기지로 여기고 기술이전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한경환)
" RFID에 손댄 것이 80년대 후반인데 10년이 넘은 지금도 사실 원천기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처음 RFID에 뛰어든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저주파 관련기술이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아직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RFID는 CDMA 다음의 효자상품으로 키울 수 있는 분야다. 조금만 다듬고 정부와 기업이 역할분담을 하면 우리나라가 세계를 휘어잡을 수도 있는 분야다. "(한운수)
두 사람은 정부의 주파수 분배가 늦어지면서 제품 판로가 막혀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RFID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보겠다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두 사람은 "기회가 된다면 정부 관계자와 함께 해외 선진국을 돌면서 RFID 산업 활성화의 밑그름을 그리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한운수 사장과 한경환 부사장은
한운수 키스컴 사장과 한경환 하이트랙스 부사장은 국내 RFID 솔루션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을 이끌고 있지만, 걸어온 길은 전혀 다르다.
한운수 사장은 89년 창업한 뒤 15년간 바코드를 통한 공장자동화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면, 한경환 부사장은 통신기술 전문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세계의 흐름을 좇아온 전문가이다.
한운수 사장은 78년 인하대 공대를 졸업했으며 한국기계금속연구원(현 기계연구원)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유니온시스템과 한국테크노벤처연구소 등을 거쳐 89년 한국종합시스템(현 키스컴)을 창립했다. 키스컴은 토종 RFID업체지만 일본 미쓰비시ㆍ마루베니 등과 RFID 단말기를 공동 개발키로 하는 등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경환 부사장은 86년 미국 CIT전기공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하원에서 10여년간 통신망 프로젝트 담당했다. 이후 RFID 분야 컨설턴트로 활동해왔으며 96년부터 99년까지 한국도로공사의 지능형교통시스템(ITS)사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심텔정보통신의 미국지사장을 역임했으며, RFID 안테나 제조업체인 메이팩을 창립한 뒤 올 초 하이트랙스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이전에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디지털타임스의 C&C라운지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같은 업종에 있지만 현재는 경쟁보다는 산업 발전과 시장확대가 우선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정립하겠다며 손을 맞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