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제몫못받는 PP 부지기수"
1200만 케이블TV 가입자 시대에도 명암은 있다.
망(網)을 소유한 케이블TV방송사업자(SO)의 몸값은 껑충 뛰었지만, 케이블TV방송의 실체를 구성하는 방송채널(PP)들은 여전히 궁핍할 뿐이다. 가입자들이 내는 이용요금에서 합당한 수준의 수신료가 PP들에게 배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PP들도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의 루프에 빠져있다.
지난 17일 날씨는 흐렸지만, 봄기운이 싱그럽기 그지없는 서울 정동. 전 육 중앙방송 대표이사와 이정근 매일경제TV(MBN) 전무이사가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정동 거리에서 만났다. 1946년 생의 동갑내기이며 나란히 신문기자로서 청춘을 보냈고, 이제는 방송채널의 경영인으로서 새로운 도전의 역사를 쓰고 있는 두 사람은 현재 PP협의회 회장과 부회장이다. 요즘 두 사람은 PP업계의 화창한 봄날을 꿈꾸고 있다.
"만일 CEO가 아닌 다른 직책으로 방송에 뛰어들었다면, 훨씬 재미가 있었을 것입니다. 막상 PP의 CEO로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하니 처음에는 무척 당혹했지요."(전육)
"방송산업 전체가 무질서한 것 같았습니다. SO는 SO대로, PP는 PP대로 끝없는 경쟁을 벌이고, 이런 와중에서 PP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방송사업이 재미는 있습니다."(이정근)
두 사람은 치열했던 지난 2~3년의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제가 중앙방송을 맡은 해가, SO와 PP의 관계를 재정립했던 때입니다. PP는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SO와 PP간의 단체협상은 개별협상으로 각각 바뀌었지요. 그러자 시장은 하루 아침에 정글로 변했습니다. PP들이 `작은 파이'를 놓고 경쟁했고, 몇몇 PP를 제외하고는 모든 PP의 경영이 어렵게 됐습니다."(전육)
"최초로 PP허가 이후 일정기간 PP업계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했는데, 무질서한 자유경쟁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PP가 방송을 하게 해달라고 SO에 돈을 가져다 주는 경우까지 생긴 것이지요."(이정근)
PP업계의 어려움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닐 텐데, 두 사람은 최근에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2기 방송위원회가 출범한 뒤 근래 새로운 질서가 태동되는 것 같다. 방송위가 매체간 균형발전에 신경을 쓰고 있고, 홈쇼핑채널에 의존하면서 흑자경영을 구가했던 SO의 사정도 달라지고 있다. 일부 복수PP(MPP)를 중심으로 콘텐츠 제공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각성도 퍼지고 있다. PP 광고 시장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PP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 것인데, 광고주들이 케이블과 위성방송으로 광고매체로서 재평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2~3년, 3~4년이 지나면 케이블과 위성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전육)
두 사람은 지상파 방송의 PP시장 진출 시도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KBS스카이가 가족채널을 등록하려하자, 방송위가 지상파의 PP시장 잠식을 우려해 제동을 걸었다. 매우 바람직하다. 사실 지금은 지상파 방송사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통해 광고시장을 독식하고 있지 않은가."(이정근)
"PP 고유의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사가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계열PP에 싼값으로 공급해 케이블과 위성으로 재방송하게 한다면, 나머지 PP들의 영역이 사라지게 된다. 이는 불공정경쟁이다. 지상파에서는 공중파 방송콘텐츠를 PP시장에 제공하는 것이 결국 시청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강자의 논리일 따름이다."
방송정책에 불만이 많은 PP들이 늘 지적하는 얘기지만, 두 사람은 정책당국이 `PP활성화'의 명분을 앞세우기 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권한이 실행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SO의 수신료 배분이다. 서울의 한 SO는 매출액의 20% 이상을 PP들에게 배분하고 있다. 반면 개인당 매출액(ARPU)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수많은 SO가 기껏 매출액의 5~6%를 수신료로 배분하고 있다. 수신료를 받지 못하는 PP들도 부지기수이다. 수신료 문제를 개선하도록 방송위가 힘을 발휘해야 한다."(전육)
사실 PP업계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판이하다. 동종업계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실제로는 서로가 서로의 경쟁자이다. 그래서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이해관계가 상충해 힘을 모을 수 없는 제약이 있지만, 최근 들어 PP업계의 단합을 위한 노력은 충분히 하고 있다. 일례가 KBS스카이의 추가 PP등록에 대한 대응이었다."(이정근)
"작은 파이를 놓고 이해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파이를 키우는 쪽으로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PP 광고시장을 넓히자고 해서 지난해 수용자 조사를 실시했고, 결과가 좋게 나타났다."(전육)
광고시장 얘기가 나왔기에, 민영 미디어렙 설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KOBACO의 독점 체재가 깨지지 않는 상황에서 케이블만의 민영 미디어렙은 한계가 있다. KOBACO 문제는 정부가 결심을 해야 하는데, 누구나 KOBACO의 문제점을 얘기하면서도 막상 (특정 정치집단이)정권을 잡으면 KOBACO 체제에 안주하는 것 같다. KOBACO야말로 불공정거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전육)
이날 두 사람의 대화는 PP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잘못된 시장질서를 바로 잡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어느덧 방송경영인으로서의 틀이 잡힌 두 사람은 "방송은 사회적 공기(公器)이며, 사익추구가 지나치면 곤란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 전육 회장과 이정근 부회장은
언론인 출신 경영인…미디어전문가로 변신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인상, 그러면서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전 육 중앙방송 대표는 중앙일보 편집국장, 이정근 매일경제TV 전무는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이다. TV보다는 신문, 영상보다는 활자에 훨씬 익숙한 두 사람은 이제 한국의 방송채널 시장을 이끄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의 회장과 부회장으로 만나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방송업계에 몸을 담은 지는 전육 PP협회장이 3년, 이정근 전무가 2년이 됐다.
누구나 쉽게 PP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PP등록제'가 실시됨으로써 PP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이로 인해 PP 시장이 하루아침에 정글로 변했으며, 이에 따라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던 과정을 두 사람은 견뎌냈다. 신문에서 방송으로, 기자에서 경영인으로의 변신을 위한 혹독한 시련일진데, 이제는 오랜 기간 기자로서 쌓은 경륜에 방송과 PP산업을 제대로 꿰뚫어보는 식견을 갖춘 `미디어 전문가'로서 두 사람은 국내 PP산업의 걱정과 어려움을 짊어지고 앞장서서 방송 발전을 걱정해야할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됐다.
두 사람은 역시 방송인답게 "인쇄매체는 양적 성장의 한계에 이르렀으며, 오늘날은 영상의 시대"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지만 방송계의 여느 인사들과는 달리, 두 사람은 영상 미디어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책을 멀리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세태에 대해서도 질타를 가한다.
"선진국이 되려면 독서 등을 통해 국민의 수준이 높아져야 하는데, 신문 읽기를 기피하는 오늘날의 현상은 심각하다."
신문과 방송을 두루 경험해 사물을 보는 눈이 보다 객관적이며 분석적이며, 그래서 한마디 한마디가 묵직하다는 게 이들을 아는 사람들의 평이다.
1200만 케이블TV 가입자 시대에도 명암은 있다.
망(網)을 소유한 케이블TV방송사업자(SO)의 몸값은 껑충 뛰었지만, 케이블TV방송의 실체를 구성하는 방송채널(PP)들은 여전히 궁핍할 뿐이다. 가입자들이 내는 이용요금에서 합당한 수준의 수신료가 PP들에게 배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PP들도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의 루프에 빠져있다.
지난 17일 날씨는 흐렸지만, 봄기운이 싱그럽기 그지없는 서울 정동. 전 육 중앙방송 대표이사와 이정근 매일경제TV(MBN) 전무이사가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정동 거리에서 만났다. 1946년 생의 동갑내기이며 나란히 신문기자로서 청춘을 보냈고, 이제는 방송채널의 경영인으로서 새로운 도전의 역사를 쓰고 있는 두 사람은 현재 PP협의회 회장과 부회장이다. 요즘 두 사람은 PP업계의 화창한 봄날을 꿈꾸고 있다.
"만일 CEO가 아닌 다른 직책으로 방송에 뛰어들었다면, 훨씬 재미가 있었을 것입니다. 막상 PP의 CEO로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하니 처음에는 무척 당혹했지요."(전육)
"방송산업 전체가 무질서한 것 같았습니다. SO는 SO대로, PP는 PP대로 끝없는 경쟁을 벌이고, 이런 와중에서 PP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방송사업이 재미는 있습니다."(이정근)
두 사람은 치열했던 지난 2~3년의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제가 중앙방송을 맡은 해가, SO와 PP의 관계를 재정립했던 때입니다. PP는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SO와 PP간의 단체협상은 개별협상으로 각각 바뀌었지요. 그러자 시장은 하루 아침에 정글로 변했습니다. PP들이 `작은 파이'를 놓고 경쟁했고, 몇몇 PP를 제외하고는 모든 PP의 경영이 어렵게 됐습니다."(전육)
"최초로 PP허가 이후 일정기간 PP업계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했는데, 무질서한 자유경쟁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PP가 방송을 하게 해달라고 SO에 돈을 가져다 주는 경우까지 생긴 것이지요."(이정근)
PP업계의 어려움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닐 텐데, 두 사람은 최근에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2기 방송위원회가 출범한 뒤 근래 새로운 질서가 태동되는 것 같다. 방송위가 매체간 균형발전에 신경을 쓰고 있고, 홈쇼핑채널에 의존하면서 흑자경영을 구가했던 SO의 사정도 달라지고 있다. 일부 복수PP(MPP)를 중심으로 콘텐츠 제공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각성도 퍼지고 있다. PP 광고 시장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PP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 것인데, 광고주들이 케이블과 위성방송으로 광고매체로서 재평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2~3년, 3~4년이 지나면 케이블과 위성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전육)
두 사람은 지상파 방송의 PP시장 진출 시도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KBS스카이가 가족채널을 등록하려하자, 방송위가 지상파의 PP시장 잠식을 우려해 제동을 걸었다. 매우 바람직하다. 사실 지금은 지상파 방송사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통해 광고시장을 독식하고 있지 않은가."(이정근)
"PP 고유의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사가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계열PP에 싼값으로 공급해 케이블과 위성으로 재방송하게 한다면, 나머지 PP들의 영역이 사라지게 된다. 이는 불공정경쟁이다. 지상파에서는 공중파 방송콘텐츠를 PP시장에 제공하는 것이 결국 시청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강자의 논리일 따름이다."
방송정책에 불만이 많은 PP들이 늘 지적하는 얘기지만, 두 사람은 정책당국이 `PP활성화'의 명분을 앞세우기 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권한이 실행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SO의 수신료 배분이다. 서울의 한 SO는 매출액의 20% 이상을 PP들에게 배분하고 있다. 반면 개인당 매출액(ARPU)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수많은 SO가 기껏 매출액의 5~6%를 수신료로 배분하고 있다. 수신료를 받지 못하는 PP들도 부지기수이다. 수신료 문제를 개선하도록 방송위가 힘을 발휘해야 한다."(전육)
사실 PP업계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판이하다. 동종업계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실제로는 서로가 서로의 경쟁자이다. 그래서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이해관계가 상충해 힘을 모을 수 없는 제약이 있지만, 최근 들어 PP업계의 단합을 위한 노력은 충분히 하고 있다. 일례가 KBS스카이의 추가 PP등록에 대한 대응이었다."(이정근)
"작은 파이를 놓고 이해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파이를 키우는 쪽으로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PP 광고시장을 넓히자고 해서 지난해 수용자 조사를 실시했고, 결과가 좋게 나타났다."(전육)
광고시장 얘기가 나왔기에, 민영 미디어렙 설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KOBACO의 독점 체재가 깨지지 않는 상황에서 케이블만의 민영 미디어렙은 한계가 있다. KOBACO 문제는 정부가 결심을 해야 하는데, 누구나 KOBACO의 문제점을 얘기하면서도 막상 (특정 정치집단이)정권을 잡으면 KOBACO 체제에 안주하는 것 같다. KOBACO야말로 불공정거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전육)
이날 두 사람의 대화는 PP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잘못된 시장질서를 바로 잡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어느덧 방송경영인으로서의 틀이 잡힌 두 사람은 "방송은 사회적 공기(公器)이며, 사익추구가 지나치면 곤란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 전육 회장과 이정근 부회장은
언론인 출신 경영인…미디어전문가로 변신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인상, 그러면서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전 육 중앙방송 대표는 중앙일보 편집국장, 이정근 매일경제TV 전무는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이다. TV보다는 신문, 영상보다는 활자에 훨씬 익숙한 두 사람은 이제 한국의 방송채널 시장을 이끄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의 회장과 부회장으로 만나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방송업계에 몸을 담은 지는 전육 PP협회장이 3년, 이정근 전무가 2년이 됐다.
누구나 쉽게 PP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PP등록제'가 실시됨으로써 PP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이로 인해 PP 시장이 하루아침에 정글로 변했으며, 이에 따라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던 과정을 두 사람은 견뎌냈다. 신문에서 방송으로, 기자에서 경영인으로의 변신을 위한 혹독한 시련일진데, 이제는 오랜 기간 기자로서 쌓은 경륜에 방송과 PP산업을 제대로 꿰뚫어보는 식견을 갖춘 `미디어 전문가'로서 두 사람은 국내 PP산업의 걱정과 어려움을 짊어지고 앞장서서 방송 발전을 걱정해야할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됐다.
두 사람은 역시 방송인답게 "인쇄매체는 양적 성장의 한계에 이르렀으며, 오늘날은 영상의 시대"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지만 방송계의 여느 인사들과는 달리, 두 사람은 영상 미디어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책을 멀리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세태에 대해서도 질타를 가한다.
"선진국이 되려면 독서 등을 통해 국민의 수준이 높아져야 하는데, 신문 읽기를 기피하는 오늘날의 현상은 심각하다."
신문과 방송을 두루 경험해 사물을 보는 눈이 보다 객관적이며 분석적이며, 그래서 한마디 한마디가 묵직하다는 게 이들을 아는 사람들의 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