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스(MEMS)에 올인(All―In)한 사나이'
이억기 파이컴 사장의 최근 몇 년간의 행적을 보면 도박에서 가지고 있는 돈이나 칩을 모두 걸 때 쓰는 `올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3년전 이억기 사장은 반도체 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면서도 국내외 모든 업체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해온 검사장치인 프로브카드를 초정밀전자기계(MEMS)라는 공정으로 개발하기 위해 43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결정 직후 만난 그는 "결과를 놓고 다시 말하자"는 짤막한 말로 심경을 대변했다.
당시 파이컴은 반도체용 프로브카드로 승승장구, 업계와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코스닥에 기업을 등록한 직후였다. 공모로 거둬 올린 자금 200억원, 벤처투자자금 60억원을 포함해 그야말로 회사가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을 `긁어'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MEMS라는 분야에 `올인'한 것이다.
그가 당시 연간 매출의 두 배가 넘는 430억원을 MEMS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전화는 투자자들의 확인전화로 불통이 났고, 그 전에 이미 지인들은 물론 임원들까지 나서서 그를 말렸었다.
지표상 반도체 경기는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고 신기술 투자보다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상식이던 때였다.
파이컴 본사 1층에 내걸려 있는 `99〓0 100〓1`이라는 문구처럼 꼼꼼함과 완벽주의를 추구해온 그가 무모하다싶을 정도로 가진 것을 모두 신기술 투자에 걸었던 까닭은 무엇이었는가.
강원도 평창 출신인 이 사장은 26세 되던 1979년 성남에서 전선과 커넥터를 연결하는 부품을 생산하는 백현전자를 설립하면서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말이 사업이지 조립하는 아주머니 4명을 고용해 그 자신이 영업을 뛰며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조립도 거들던 때였다. 이후 백현전자는 신정동과 신림동의 지하실 공장을 옮겨다니며 나름대로 사업의 기틀을 다져나갔지만 전환기가 찾아왔다.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거치면서 인건비와 재료비가 상승하자 이 사장은 새 품목으로 이익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조바심에 시달렸다고 했다. 마침 당시 매스컴은 업종전환이니 품목전환을 권고하면서 반도체산업을 첨단산업 산업의 쌀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반도체관련 사업을 벌여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이 사장이 반도체 검사장치인 프로브 카드에 손을 댔던 것은 당시 프로브카드가 100% 수입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기술종주국인 일본에서조차 손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안 직후였다.
또 손으로 하는 것이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그는 일본에서 프로브카드 샘플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별 것 아닌' 프로브 카드를 당시 국내 반도체회사들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수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당장 일본 업체와 기술 협약을 체결한 뒤 직원들을 일본에 파견해 3개월만에 완성된 프로브카드를 생산할 수 있었다. 1992년 1월 생산하기 시작했던 파이컴의 프로브카드는 정확히 한달 후 삼성전자의 복사기 열전사헤드 테스트용으로 납품되면서 국내 시장에 깔리기 시작했다. 파이컴이 뛰어들자 그 때부터 국내 업체들도 서서히 프로브카드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현재 프로브카드는 100% 국산화됐다.
국산화도 이룩하고 시장도 개척하고 기업도 성장하고 있었지만 안주할 수 없었던 이유는 후발업체들의 추격 때문. 손재주가 아닌 첨단기술력으로 승부를 가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국내외 반도체 테스트관련 기술 세미나를 부지런히 찾아다닌 이 사장은 우연히 MEMS라는 기술을 접하게 된다. 금형으로 만들던 기계를 반도체처럼 웨이퍼 가공을 통해 미세하게 만드는 신기술이었다. 손으로 만들던 프로브카드를 MEMS기술로 만들게 된다면 신뢰성, 생산성, 비용 면에서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998년부터 구상에 들어갔지만 반도체처럼 일관가공시설(팹)을 갖춰야한다는 점에서 MEMS 사업은 중소기업이 함부로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결국 2년을 기다려 기업을 공개한 뒤 공모한 자금과 투자 받은 비용을 긁어모아 MEMS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고, 다시 3년을 기다려 MEMS 프로브카드는 올해부터 결실을 볼 수 있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업체도 MEMS기술로 프로브카드를 생산하는 업체가 없어 스스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탓에 사업 스케줄도 예정보다 1년가량 늦어졌다.
모두가 말렸던 사업을 추진했던 이 3년은 이 사장에게 있어서 가장 고독했던 시기였다.
그런 만큼 결실에 대한 이 사장의 느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사장 스스로도 "로열티를 단 1센트도 지불하지 않고 순수 우리 기술로 MEMS 프로브카드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수익이나 매출을 넘어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파이컴은 반도체용 검사장치인 프로브카드뿐 아니라 LCD 검사장치인 프로브유닛에도 MEMS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LCD 산업에 맞춘 발빠른 변신이다.
국내 민간 기업으로서는 유일한 MEMS 팹을 양산가동하고 있는 파이컴. 지금은 이 회사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용 프로브카드와 LCD용 프로브유닛이 생산되고 있지만 MEMS 기술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이제까지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을 선택하면서 제품 국산화에 매진해왔듯이 앞으로도 신기술로 기업과 산업에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이사장은 신입사원 면접장으로 자리를 떴다.
이억기 파이컴 사장의 최근 몇 년간의 행적을 보면 도박에서 가지고 있는 돈이나 칩을 모두 걸 때 쓰는 `올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3년전 이억기 사장은 반도체 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면서도 국내외 모든 업체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해온 검사장치인 프로브카드를 초정밀전자기계(MEMS)라는 공정으로 개발하기 위해 43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결정 직후 만난 그는 "결과를 놓고 다시 말하자"는 짤막한 말로 심경을 대변했다.
당시 파이컴은 반도체용 프로브카드로 승승장구, 업계와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코스닥에 기업을 등록한 직후였다. 공모로 거둬 올린 자금 200억원, 벤처투자자금 60억원을 포함해 그야말로 회사가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을 `긁어'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MEMS라는 분야에 `올인'한 것이다.
그가 당시 연간 매출의 두 배가 넘는 430억원을 MEMS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전화는 투자자들의 확인전화로 불통이 났고, 그 전에 이미 지인들은 물론 임원들까지 나서서 그를 말렸었다.
지표상 반도체 경기는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고 신기술 투자보다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상식이던 때였다.
파이컴 본사 1층에 내걸려 있는 `99〓0 100〓1`이라는 문구처럼 꼼꼼함과 완벽주의를 추구해온 그가 무모하다싶을 정도로 가진 것을 모두 신기술 투자에 걸었던 까닭은 무엇이었는가.
강원도 평창 출신인 이 사장은 26세 되던 1979년 성남에서 전선과 커넥터를 연결하는 부품을 생산하는 백현전자를 설립하면서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말이 사업이지 조립하는 아주머니 4명을 고용해 그 자신이 영업을 뛰며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조립도 거들던 때였다. 이후 백현전자는 신정동과 신림동의 지하실 공장을 옮겨다니며 나름대로 사업의 기틀을 다져나갔지만 전환기가 찾아왔다.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거치면서 인건비와 재료비가 상승하자 이 사장은 새 품목으로 이익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조바심에 시달렸다고 했다. 마침 당시 매스컴은 업종전환이니 품목전환을 권고하면서 반도체산업을 첨단산업 산업의 쌀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반도체관련 사업을 벌여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이 사장이 반도체 검사장치인 프로브 카드에 손을 댔던 것은 당시 프로브카드가 100% 수입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기술종주국인 일본에서조차 손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안 직후였다.
또 손으로 하는 것이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그는 일본에서 프로브카드 샘플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별 것 아닌' 프로브 카드를 당시 국내 반도체회사들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수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당장 일본 업체와 기술 협약을 체결한 뒤 직원들을 일본에 파견해 3개월만에 완성된 프로브카드를 생산할 수 있었다. 1992년 1월 생산하기 시작했던 파이컴의 프로브카드는 정확히 한달 후 삼성전자의 복사기 열전사헤드 테스트용으로 납품되면서 국내 시장에 깔리기 시작했다. 파이컴이 뛰어들자 그 때부터 국내 업체들도 서서히 프로브카드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현재 프로브카드는 100% 국산화됐다.
국산화도 이룩하고 시장도 개척하고 기업도 성장하고 있었지만 안주할 수 없었던 이유는 후발업체들의 추격 때문. 손재주가 아닌 첨단기술력으로 승부를 가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국내외 반도체 테스트관련 기술 세미나를 부지런히 찾아다닌 이 사장은 우연히 MEMS라는 기술을 접하게 된다. 금형으로 만들던 기계를 반도체처럼 웨이퍼 가공을 통해 미세하게 만드는 신기술이었다. 손으로 만들던 프로브카드를 MEMS기술로 만들게 된다면 신뢰성, 생산성, 비용 면에서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998년부터 구상에 들어갔지만 반도체처럼 일관가공시설(팹)을 갖춰야한다는 점에서 MEMS 사업은 중소기업이 함부로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결국 2년을 기다려 기업을 공개한 뒤 공모한 자금과 투자 받은 비용을 긁어모아 MEMS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고, 다시 3년을 기다려 MEMS 프로브카드는 올해부터 결실을 볼 수 있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업체도 MEMS기술로 프로브카드를 생산하는 업체가 없어 스스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탓에 사업 스케줄도 예정보다 1년가량 늦어졌다.
모두가 말렸던 사업을 추진했던 이 3년은 이 사장에게 있어서 가장 고독했던 시기였다.
그런 만큼 결실에 대한 이 사장의 느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사장 스스로도 "로열티를 단 1센트도 지불하지 않고 순수 우리 기술로 MEMS 프로브카드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수익이나 매출을 넘어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파이컴은 반도체용 검사장치인 프로브카드뿐 아니라 LCD 검사장치인 프로브유닛에도 MEMS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LCD 산업에 맞춘 발빠른 변신이다.
국내 민간 기업으로서는 유일한 MEMS 팹을 양산가동하고 있는 파이컴. 지금은 이 회사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용 프로브카드와 LCD용 프로브유닛이 생산되고 있지만 MEMS 기술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이제까지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을 선택하면서 제품 국산화에 매진해왔듯이 앞으로도 신기술로 기업과 산업에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이사장은 신입사원 면접장으로 자리를 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