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징 지음
박해순 옮김
뿌리와 이파리 1만1000원
많은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이상한 열등감과 자만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래서 우린 안돼….'라는 탄식과 `우리 것이 최고야!'라는 감탄은 동전의 양면과 같으면서 둘 다 따져보면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없을 때가 많다. 그런데 특히 전통문화와 자연풍광에 이르러서는 근거없는 열등감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그저 우리의 것이 세계 최고임을 자랑하기에 바쁜 것은 왜일까? 굳이 문화상대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의 그것과 비교하여 근원과 영향을 따져보고 우리나라의 어떤 문화를 정밀하게 분석 평가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건 아닐까?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전통음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거의 맹목적인 찬사를 반성해보고 싶어서다. 물론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며 한국 음식을 먹어온 사람의 입에 한국 음식이 제일 잘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과 역사에서 한국 음식은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발전해온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음식이 일본 음식보다, 또는 중국 음식보다 우월하다고 과연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일본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 자기 나라의 음식이 한국 음식보다 우월하다고 말한다면, 한국의 언론과 여론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공자의 식탁'은 일본에서 대학교수로 있는 중국 출신 학자가 쓴, 중국 음식(저자는 `중화요리'라는 표현을 쓴다)의 역사다. 요리에 별 관심없는 사람이나 역사에 문외한인 사람이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과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저자는 간단하고 흥미로운 주제, 예를 들어 공자는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 중국에서 국수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개고기는 언제 어떻게 먹게 되었나, 젓가락은 왜 세로로 놓는가 등의 문제를 제시하고 역사적으로 근거를 찾는 식으로 책을 엮어간다.
중국 음식은 한국인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전통 중국 음식'이 가리키는 바가 무엇인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런 질문은 중국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 중국 음식은 역사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갖가지 문화와 재료가 뒤섞이면서 형성되어 왔고, 그 변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급 중국 음식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상어 지느러미가 중국 음식에 포함된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또 궁중에서 먹는 상류층의 음식과 평범한 서민들의 음식은 재료와 조리법이 다르다. 한국 음식에 대해서도 이런 질문과 고민은 필요하다. 과연 우리의 음식이란 무엇일까? 삼국시대와 조선시대, 20세기 초와 현대의 음식은 판이하게 다른데, 그렇다면 한국 음식이란 어디까지일까. 굳이 외래의 것과 재래의 것을 구분해야 한다면, 유입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요즘 흔히 쓰이는 서양의 향신료나 소위 전통의 양념이라는 고추는 외국에서 들어오긴 마찬가지 아닌가.
공자의 식탁에는 일본에서 사는 중국인이라는 저자의 위치 덕분에 중국과 일본의 음식을 종종 비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청대 이전의 중국 음식은 의외로 재래의 한국 음식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실이다. 옛날의 중국 음식은 요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기름을 많이 쓰지 않았다 한다. 나물 무침이나 가벼운 찜 같은 요리는 한국 음식의 주된 메뉴가 아닌가. 동아시아 삼국 중에서 유일하게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한국 식습관에 혹시 궁금증을 품었던 독자라면, 중국에서도 예전에는 숟가락으로 밥을 먹다가 지배 왕조의 변천과 함께 그 풍습이 도태되었다는 구절을 읽고 흥미로워할지도 모르겠다.
흔히 미각만큼 보수적인 것이 없다고들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어렸을 때 맛을 그리워하는 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각만큼 정직한 것도 없지 않나 싶다. 저자의 말처럼, 맛있는 음식은 살아남고 맛없는 음식은 잊혀진다. 그리고 같은 음식이더라도 그 맛은 조금씩이나마 끊임없이 변한다. 자신의 변화를 알지 못하는 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고집하는 건 그리 현명한 처사가 아닌 것 같다.
박해순 옮김
뿌리와 이파리 1만1000원
많은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이상한 열등감과 자만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래서 우린 안돼….'라는 탄식과 `우리 것이 최고야!'라는 감탄은 동전의 양면과 같으면서 둘 다 따져보면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없을 때가 많다. 그런데 특히 전통문화와 자연풍광에 이르러서는 근거없는 열등감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그저 우리의 것이 세계 최고임을 자랑하기에 바쁜 것은 왜일까? 굳이 문화상대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의 그것과 비교하여 근원과 영향을 따져보고 우리나라의 어떤 문화를 정밀하게 분석 평가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건 아닐까?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전통음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거의 맹목적인 찬사를 반성해보고 싶어서다. 물론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며 한국 음식을 먹어온 사람의 입에 한국 음식이 제일 잘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과 역사에서 한국 음식은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발전해온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음식이 일본 음식보다, 또는 중국 음식보다 우월하다고 과연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일본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 자기 나라의 음식이 한국 음식보다 우월하다고 말한다면, 한국의 언론과 여론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공자의 식탁'은 일본에서 대학교수로 있는 중국 출신 학자가 쓴, 중국 음식(저자는 `중화요리'라는 표현을 쓴다)의 역사다. 요리에 별 관심없는 사람이나 역사에 문외한인 사람이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과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저자는 간단하고 흥미로운 주제, 예를 들어 공자는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 중국에서 국수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개고기는 언제 어떻게 먹게 되었나, 젓가락은 왜 세로로 놓는가 등의 문제를 제시하고 역사적으로 근거를 찾는 식으로 책을 엮어간다.
중국 음식은 한국인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전통 중국 음식'이 가리키는 바가 무엇인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런 질문은 중국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 중국 음식은 역사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갖가지 문화와 재료가 뒤섞이면서 형성되어 왔고, 그 변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급 중국 음식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상어 지느러미가 중국 음식에 포함된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또 궁중에서 먹는 상류층의 음식과 평범한 서민들의 음식은 재료와 조리법이 다르다. 한국 음식에 대해서도 이런 질문과 고민은 필요하다. 과연 우리의 음식이란 무엇일까? 삼국시대와 조선시대, 20세기 초와 현대의 음식은 판이하게 다른데, 그렇다면 한국 음식이란 어디까지일까. 굳이 외래의 것과 재래의 것을 구분해야 한다면, 유입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요즘 흔히 쓰이는 서양의 향신료나 소위 전통의 양념이라는 고추는 외국에서 들어오긴 마찬가지 아닌가.
공자의 식탁에는 일본에서 사는 중국인이라는 저자의 위치 덕분에 중국과 일본의 음식을 종종 비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청대 이전의 중국 음식은 의외로 재래의 한국 음식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실이다. 옛날의 중국 음식은 요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기름을 많이 쓰지 않았다 한다. 나물 무침이나 가벼운 찜 같은 요리는 한국 음식의 주된 메뉴가 아닌가. 동아시아 삼국 중에서 유일하게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한국 식습관에 혹시 궁금증을 품었던 독자라면, 중국에서도 예전에는 숟가락으로 밥을 먹다가 지배 왕조의 변천과 함께 그 풍습이 도태되었다는 구절을 읽고 흥미로워할지도 모르겠다.
흔히 미각만큼 보수적인 것이 없다고들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어렸을 때 맛을 그리워하는 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각만큼 정직한 것도 없지 않나 싶다. 저자의 말처럼, 맛있는 음식은 살아남고 맛없는 음식은 잊혀진다. 그리고 같은 음식이더라도 그 맛은 조금씩이나마 끊임없이 변한다. 자신의 변화를 알지 못하는 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고집하는 건 그리 현명한 처사가 아닌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