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안 마이발트 저
이수영 역
다른우리 / 9500원
굳이 미술사나 미술이론을 전공한 이들이 아니어도 기본적인 서양미술의 흐름은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인간의 육체는 그리스나 로마에선 아름다움의 표현으로 숭상되었으나, 중세에 들어 죄의 온상으로 억압받았다는 것,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다시금 그 아름다움을 평가받아 화려하게 예술사에 등장했다는 등의 사실 말이다. 그리고 우리 기억에는 다비드상을 필두로 서양미술사에 남는 여러 나체화와 나체 조각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그 기억 속의 수많은 나체화 가운데 여성화가가 그린 것이 혹시 있을까?
`여성화가들이 그린 나체화의 역사'는 제목이 책의 내용을 모두 말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중세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나체화를 남긴 여성화가들의 삶과 예술을 짤막짤막하게 설명하면서 글을 이끌어간다. 한국이나 동양은 말할 것도 없고, 서양미술 역시 남성예술가들이 지배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성은 제대로 된 예술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고, 만에 하나 그런 교육을 받고 재능을 키웠을지라도 성공하기 위해선 재능 이상의 것을 요구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에는 정말 눈물겹게 삶과 예술에서 분투했던 여성화가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저 타고난 재능에 따라 그림을 배우고 그리는 길마저도 사회적으로 봉쇄되고 억압받았으니, 그 여성화가들이 나체화를 그리기란 그야말로 사회적인 스캔들 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르네상스 이후 남성화가들은 작품활동과 공부를 위해 누드모델을 쓸 수 있었고, 해부학을 공부하는 것이 화가들의 필수적인 요건이었다. 그런 와중에서 여성화가들은 누드화를 실제의 인체에 가깝게 그렸을 때는 누드모델과 작업했다는 이유로 부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실제의 인체와 거리가 먼 그림을 그리면 해부학적 지식이 없고 화가의 자질이 모자란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뿐인가. 여성화가들은 성공하고 유명해지고 돈을 벌려면 외모가 아름다워야 했다. 화가들은 초상화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예쁘지 않은 여성화가 앞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모델이 되려는 유명인사(물론 남성이지만)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중세 이후 여성이 예술교육을 받고 예술활동을 하려면, 당연히 그녀는 주관이 뚜렷하며 고집이 세고 남의 이목에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어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성격의 여성화가는 여성스럽지 못하며 상냥하고 다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따돌림을 당했다. 스승이나 후원자에게 겁탈당하고 명예를 가로채인 여성화가는 그 오명으로 인해 피해자임에도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남성들만 독점하고 있던 나체화의 세계에 발을 디딘 여성들은 거기에 더욱 심한 추문과 따돌림을 견뎌야 했다.
서기 975년 스페인의 엔데 수녀가 계시록에 삽화를 그리면서 지옥에 있는 죄인들을 나체로 그린 이후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의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삶이 있었던 덕분에 오늘날의 우리는 여성이 그린 나체화를 당연시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이수영 역
다른우리 / 9500원
굳이 미술사나 미술이론을 전공한 이들이 아니어도 기본적인 서양미술의 흐름은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인간의 육체는 그리스나 로마에선 아름다움의 표현으로 숭상되었으나, 중세에 들어 죄의 온상으로 억압받았다는 것,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다시금 그 아름다움을 평가받아 화려하게 예술사에 등장했다는 등의 사실 말이다. 그리고 우리 기억에는 다비드상을 필두로 서양미술사에 남는 여러 나체화와 나체 조각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그 기억 속의 수많은 나체화 가운데 여성화가가 그린 것이 혹시 있을까?
`여성화가들이 그린 나체화의 역사'는 제목이 책의 내용을 모두 말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중세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나체화를 남긴 여성화가들의 삶과 예술을 짤막짤막하게 설명하면서 글을 이끌어간다. 한국이나 동양은 말할 것도 없고, 서양미술 역시 남성예술가들이 지배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성은 제대로 된 예술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고, 만에 하나 그런 교육을 받고 재능을 키웠을지라도 성공하기 위해선 재능 이상의 것을 요구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에는 정말 눈물겹게 삶과 예술에서 분투했던 여성화가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저 타고난 재능에 따라 그림을 배우고 그리는 길마저도 사회적으로 봉쇄되고 억압받았으니, 그 여성화가들이 나체화를 그리기란 그야말로 사회적인 스캔들 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르네상스 이후 남성화가들은 작품활동과 공부를 위해 누드모델을 쓸 수 있었고, 해부학을 공부하는 것이 화가들의 필수적인 요건이었다. 그런 와중에서 여성화가들은 누드화를 실제의 인체에 가깝게 그렸을 때는 누드모델과 작업했다는 이유로 부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실제의 인체와 거리가 먼 그림을 그리면 해부학적 지식이 없고 화가의 자질이 모자란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뿐인가. 여성화가들은 성공하고 유명해지고 돈을 벌려면 외모가 아름다워야 했다. 화가들은 초상화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예쁘지 않은 여성화가 앞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모델이 되려는 유명인사(물론 남성이지만)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중세 이후 여성이 예술교육을 받고 예술활동을 하려면, 당연히 그녀는 주관이 뚜렷하며 고집이 세고 남의 이목에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어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성격의 여성화가는 여성스럽지 못하며 상냥하고 다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따돌림을 당했다. 스승이나 후원자에게 겁탈당하고 명예를 가로채인 여성화가는 그 오명으로 인해 피해자임에도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남성들만 독점하고 있던 나체화의 세계에 발을 디딘 여성들은 거기에 더욱 심한 추문과 따돌림을 견뎌야 했다.
서기 975년 스페인의 엔데 수녀가 계시록에 삽화를 그리면서 지옥에 있는 죄인들을 나체로 그린 이후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의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삶이 있었던 덕분에 오늘날의 우리는 여성이 그린 나체화를 당연시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