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모티브로 해서 자본주의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한 영화가 있었다. 비토리오 데시카의 감독의 대표작 ‘자전거 도둑’이 바로 그것. 따라서 왕 샤오수와이 감독의 ‘북경 자전거’는 영화사적인 전거(典據)를 가지고 출발한 셈이 된다. 그렇다고 걸작의 아류쯤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데시카 감독이 2차 대전이후 피폐화된 이탈리아 사회에서 감지할 수 있었던 자본주의의 비인간화 및 인간소외의 문제가 사회주의의 가면을 쓰고 있는 오늘날 중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경 자전거’는 ‘자전거 도둑’의 정신을 이어받은 사회비판영화다.
‘자전거 도둑’이 당면한 현실적 내용을 네오리얼리즘이라는 전혀 새로운 형식으로 담아내는데 성공을 했다면, ‘북경 자전거’는 역시 비슷한 문제를 지극히 사적인 스타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북경 자전거’는 좀 특이한 청춘영화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다분하다. 영화는 불현듯 찾아온 첫사랑의 환희를 매우 낭만적으로 그리는가 하면, 어느덧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청춘의 혈기방장한 에너지를 분출하기도 한다.
왕 샤오수와이 감독은 영화 전편을 통해서 청소년들의 감수성을 섬뜩하리 만치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인물들이 생동감 있게 보이는 것은 그래서다. 스쳐 지나가는 인물하나에도 다 제자리가 주어져 있다. 이처럼 살아있는 캐릭터들로 인해서 그들이 놓여있는 현실의 모순점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게 됨은 물론이다. 영화는 그 비극적 전조에도 불구하고 결코 우울하지 않다. 비상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결말처리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끝끝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의 핵심 인물은 십대 청소년인 구웨이와 지안이다. 구웨이는 시골에 살다가 북경에 상경하여 간신히 일자리를 찾는다. 우리 식으로 퀵서비스에 해당할 자전거 배달부자리다.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자전거는 필수적이다. 지안은 고교생으로 자전거를 잘 타는 탓에 여자친구까지 사귀게 된다. 처음에 따로 놀 듯 보이는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한 대의 자전거다. 두 주인공은 서로의 분신인 도플갱어(doppelganger)처럼 보이기도 한다. 구웨이의 도둑맞은 자전거를 장물아비로부터 지안이 사들이는 바람에 사태가 복잡하게 꼬이게 된 것. 일자리를 잃은 구웨이는 수천 대의 자전거들로 북적거리는 북경시내를 뒤진 끝에 결국 자신의 표지가 새겨진 자전거를 발견하게 되지만, 그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시작이었다. 그 자전거를 두고 두 주인공이 벌이는 엎치락뒤치락 실랑이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북경 자전거’는 지난 4월에 열린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그때 이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평은 생동감 있는 캐릭터와 모던한 영상언어로 중국사회를 잠식하고 있는 자본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북경판 자전거 도둑’이라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올해 초 열린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김시무 영화평론가 kimseemoo@hanmail.net
‘자전거 도둑’이 당면한 현실적 내용을 네오리얼리즘이라는 전혀 새로운 형식으로 담아내는데 성공을 했다면, ‘북경 자전거’는 역시 비슷한 문제를 지극히 사적인 스타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북경 자전거’는 좀 특이한 청춘영화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다분하다. 영화는 불현듯 찾아온 첫사랑의 환희를 매우 낭만적으로 그리는가 하면, 어느덧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청춘의 혈기방장한 에너지를 분출하기도 한다.
왕 샤오수와이 감독은 영화 전편을 통해서 청소년들의 감수성을 섬뜩하리 만치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인물들이 생동감 있게 보이는 것은 그래서다. 스쳐 지나가는 인물하나에도 다 제자리가 주어져 있다. 이처럼 살아있는 캐릭터들로 인해서 그들이 놓여있는 현실의 모순점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게 됨은 물론이다. 영화는 그 비극적 전조에도 불구하고 결코 우울하지 않다. 비상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결말처리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끝끝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의 핵심 인물은 십대 청소년인 구웨이와 지안이다. 구웨이는 시골에 살다가 북경에 상경하여 간신히 일자리를 찾는다. 우리 식으로 퀵서비스에 해당할 자전거 배달부자리다.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자전거는 필수적이다. 지안은 고교생으로 자전거를 잘 타는 탓에 여자친구까지 사귀게 된다. 처음에 따로 놀 듯 보이는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한 대의 자전거다. 두 주인공은 서로의 분신인 도플갱어(doppelganger)처럼 보이기도 한다. 구웨이의 도둑맞은 자전거를 장물아비로부터 지안이 사들이는 바람에 사태가 복잡하게 꼬이게 된 것. 일자리를 잃은 구웨이는 수천 대의 자전거들로 북적거리는 북경시내를 뒤진 끝에 결국 자신의 표지가 새겨진 자전거를 발견하게 되지만, 그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시작이었다. 그 자전거를 두고 두 주인공이 벌이는 엎치락뒤치락 실랑이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북경 자전거’는 지난 4월에 열린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그때 이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평은 생동감 있는 캐릭터와 모던한 영상언어로 중국사회를 잠식하고 있는 자본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북경판 자전거 도둑’이라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올해 초 열린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김시무 영화평론가 kimseemoo@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