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책] 모두 시스템, 시스템 얘기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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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11-0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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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산책] 모두 시스템, 시스템 얘기하지만
임춘성 연세대학교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몇 가지 얘기를 해보자.

한 해외 지능연구 전문가가 2004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IQ 즉 지능지수는 106으로, 이는 107인 홍콩 다음으로 가장 높다. 홍콩이 이제 더 이상 국가라 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머리 좋은 국민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를 호령하는 초강국 미국은 98로 28위이며, 미래 강국 중국은 100에 불과하다. 과연 개인이 우수하면 국가도 우수한가?

미국을 방문해 본 사람들 중, 마켓에서 상점에서 또는 관공서에서 일하는 직원을 보고 답답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저러면서도 사회가 잘 굴러가는지 의구심이 들기까지 한 적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 금융권 신입사원의 특정 업무에 대한 평균 사전 연수기간이 국내의 그것보다 반 이하의 수준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도대체 이렇게 상반된 내용의 이유는 무엇인가?

또 한 얘기 거리는, 내 수업시간에 특강을 해준 국내 대표 IT벤처라 할 수 있는 기업의 CEO(지금은 아니다)가 한 말이다. `외국은 개인의 이름으로 회사명을 지은 기업이 많다. 하지만 개인이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에 한국은 개인의 이름이 회사명에 들어간 기업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개인이 기업을 움직인다.' 대표적인 근대 조직인 기업은 무엇으로 움직여야 하는가?

이미 이 지면에서 한 얘기지만, 우리 기업의 윤리경영은 윤리헌장의 제정과 이의 노사대표의 낭독으로 절정을 맞는다. 그러나 미국은 SOA(Sarbanes-Oxley Act)라는 소위 기업개혁법을 제정하여 현금의 흐름과 이를 귀결하게 하는 업무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하라고 못 박는다. 이러한 우리와 다른 논조는 IMF를 겪으며 이미 그들에게 수차 잔소리 들었던 바가 아닌가?

필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진정으로 시스템이다. 최고로 우수하지는 않은 국민으로 최고의 국가가 된 비결은 시스템이다. 일처리 능력이 우수하지 않은 신입사원들이 빠른 기간 내에 정상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커다란 실수를 범할 수 없게 만든 구조도 시스템이다. 기업이 치열한 경쟁환경과 급속한 인력변화에도 그 안정성을 유지하며 투명경영을 실천하는 원동력은 바로 시스템으로 경영하는 것이다.

시스템이라는 말은, `조직화된 전체'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기원하였으며, `통합된 전체를 구성하고 상호작용하는 요소들의 집단'이라는 웹스터 사전의 정의로도 표현할 수 있다. 물론, 공간을 차지하는 물리적인 요소와 이들의 상호작용의 결합체인 공학적인 시스템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과 관계로 형성된 사회적인 시스템이다. 전공분야가 시스템을 다루는 산업공학임을 내세워, 사회 시스템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싶다. `대다수가 인정하는 투명한 과정과 합리적 결과를 보장하는 지속가능한 프로세스(의 집합)'.

사실 우리도 사회 전반에 걸쳐 모두 시스템, 시스템을 얘기하고 있다. 기업도 조직도 그리고 정치에도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런 회자가 무색하리만큼,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시스템적이지 않으며, 사회 안전 시스템에 구멍이 나있다고도 얘기하며, 국정의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많다고 하는 등, 시스템의 결여를 계속 한탄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사회는 충분히 더 시스템적이어야 한다. 개별 사회 시스템의 목적, 구성요소, 그들 간의 관계, 원인과 결과, 투입물과 산출물, 환경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의 영향 등을 철저히 연구하여야 한다. 과정과 결과가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인정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하게 구체화되고 제도화되어야한다. 불필요한 온정주의를 배격하고, 냉철한 시스템적 사고방식을 배양하여야 한다. 우리 국민의 강점인 신바람만으로는 오히려 낭패이다.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진 이 디지털 사회에서, 이제는 시스템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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