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1일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롱셀 기반 파우치형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에너지 효율성과 안전성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으며, 이미 테라젠과 델타 등 주요 ESS 업체에 공급이 확정된 상태다.
회사측은 이에 따라 북미 현지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대규모로 양산하는 첫 번째 글로벌 기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 고객들에게 관세 부담을 줄이면서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산 저가 배터리와 경쟁하는 데 있어 전환점이자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시장 내 전략적 우위를 다지는 계기로 평가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미국 애리조나에 ESS용 LFP 배터리 전용 공장을 신설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미시간 공장의 일부 공간을 활용해 ESS 전용 생산라인으로 전환, 설비 최적화를 통해 양산 시기를 1년 가까이 앞당기게 됐다.
이는 비용 절감과 투자 효율화를 동시에 노린 전략적 리밸런싱의 일환이라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ESS 시장은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발전, 상업용 빌딩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며 배터리 산업의 '제2 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높은 사이클 수명과 안정성을 갖춘 LFP 배터리는 이러한 분야에 적합한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현지 양산 체제를 통해 다양한 산업군의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FP 배터리 시장은 전년 대비 무려 5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배터리 업계가 주력하고 있는 삼원계(NCM) 배터리의 성장률보다 39%포인트(p)가량 높은 수치다.
기술적 약점으로 여겨졌던 LFP 배터리의 낮은 에너지 밀도 역시 빠르게 개선되면서, 과거 삼원계 배터리만 고수하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조차 LFP 채택을 고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최근 LFP 배터리 탑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LFP 시장은 낮은 가격과 대량생산 능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중국은 LFP를 앞세워 한국을 제치고 세계 전기차용 이차전지 배터리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SNE리서치는 "LFP 시장의 급속한 확장은 중국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국내 K-배터리 업계도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기업들은 미국 내 고객사들의 요구에 따라 기존 삼원계 생산 라인을 LFP 전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극재 업계 또한 저가 배터리 시장 대응을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LFP는 물론, 차세대 소재인 LMR(리튬망간리치)까지 확대하며 생존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재 북미 지역 다수의 고객들과 ESS용 배터리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최고의 기술력과 빠른 현지 대응을 바탕으로 고객가치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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