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협, 지난달 30일 '제1차 정책 간담회' 개최
정권때마다 출연연 정책 오락가락..."모두 변해야"
정권때마다 출연연 정책 오락가락..."모두 변해야"
"과거의 출연연의 성공신화에 머물러선 안 된다.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신경영 선언처럼 AI시대에 맞게 출연연에 대전환이 필요하다."(문길주 전 KIST 원장)
"출연연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과 절박함을 갖고 구성원 전체가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김명수 전 표준연 원장)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전출협)가 지난달 30일 대전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플라자에서 개최한 '제1차 정책 간담회'에서 전직 출연연 기관장과 과학기술계 주요 인사들은 출연연에 대한 쓴소리와 함께 역대 정부 때마다 달리 추진됐던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출연연에 대해선 국가와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차기 정부에는 5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출연연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오태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전 과기정통부 차관)은 이날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 역할 강화방안'에 관한 주제 발표에서 "지금까지 출연연 관련 정부 정책은 수없이 만들어졌지만, 정작 제대로 진도가 나간 게 없었다"면서 "정책들도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식의 희망사항만을 반영했을 뿐이고, 출연연 역시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3년 정부 R&D 예산 삭감이 국가 과학기술과 출연연 정책이 얼마나 오락가락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연간 30조원 규모의 정부 R&D 예산 중 5조원을 쓰는 출연연은 국가 과학기술 생태계의 핵심 주체로서 국가적 정책 추진에 매우 중요한 주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5조원을 쓰는 출연연의 예산 구조를 보면 민간 수탁은 10% 미만으로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고, 산업계와 협력도 상당히 약해졌다"면서 "역대 정부마다 R&D 혁신방안을 새로 만들고, 출연연 임무와 역할을 재정립하는 논의가 불거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출연연은 국민, 정부, 산업계, 대학 등의 우군을 확보해 잘 하고 있는 것을 잘 알려야 한다"며 "대학과 산업계가 하지 못하는 출연연만의 고유한 임무를 통해 국가와 국민에 부응하는 실질적 성과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패널 토론에서 전임 출연연 기관장들은 출연연 내부의 혁신과 변화의 필요성을 꼬집었다.
문길주 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전 KIST 원장)은 "출연연은 아직 과거 성공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라며 "삼성의 신경영 선언 때 이건희 전 회장이 언급한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처럼 AI 시대에 걸맞게 출연연과 정부, 연구자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총장은 이어 "1990년대 정부가 G7 진입을 목표로 'G7 프로젝트'를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과학계가 신나게 해 오늘날 세계 10대 강국 진입에 기여했던 것처럼, 출연연 주도로 'G3 프로젝트'와 같은 커다란 국가적 담론을 출연연 집단지성을 활용해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호 전 국방과학연구소장은 "지금은 1966년 과학기술육성법 제정을 통해 KIST가 설립된 60년 전으로 거꾸로 돌아가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국가과학기술연구회를 출연연의 대표 법인으로 해 출연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한층 확대하는 지원 중심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명수 전출협 회장(전 표준연 원장)은 "출연연 문을 닫는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스스로 뼈를 깎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출연연이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출연연 생태계를 혁신해 더 큰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복철 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전 지질자원연 원장)은 "출연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장이 새로 선임될 때마다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못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며 "적어도 5년 이상 정책의 지속성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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