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코스피를 볼 수 있을까. 대통령 선거 사전선거가 시작된 오늘까지도 정치권은 주식시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전 대선의 쟁점이 부동산이었다면 이번 대선의 핵심은 자본시장이 된 것 같다.
공교롭게도 이전 대선 때는 부동산 담당 기자였고, 이번 대선은 자본시장 담당 기자로 맞게 됐다. 이전 대선 당시 정치권은 부동산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다음 국토부장관 후보 하마평이 대선 전부터 업계에 돌아다녔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어떻게 하면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잘못된 점은 무엇인지를 찾아내기 위한 세미나가 수없이 열렸다.
이번 대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한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평소엔 볼 수 없었던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얼굴을 내비쳤다.
한 후보는 대선정책회의를 거래소에서 열었고, 다른 후보는 금투협을 찾아 코스피 5000시대를 공언했다. 본인을 '개미'로 소개하며 직접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을 매수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더불어민주당에는 '코스피5000시대위원회'가 생겼다. 오기형 위원장은 이날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또 한번 주식시장을 강조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금융자본시장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그 어느 때보다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깊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본시장에 소홀했는지, 아니면 원래도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 더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내놓는 공약은 사실 새로운 것이 없다. 상법을 개정하고, 외국인 자본을 유치하고, 세제 개편으로 투자를 유인하겠다는 '큰 그림'은 수년째 나오고 있는 똑같은 말이다. 그동안 실행이 안됐을 뿐이다.
정치권은 이번에도 시끄럽지만 다른 것도 있다. 당시 부동산 업계는 이것좀 해달라, 저것좀 살펴봐 달라 서로 말하기 바빴다. 건설업계와 임대사업자 등 부동산 업계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서로 먼저 말하고 싶어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증권이나 자산운용 업계는 사뭇 다르다. 분명 사적으로 만난 업계 관계자들 마다 바라는 점은 모두 있다. 그런데 공식적인 자리만 가면 다들 눈치만 살피며 점잖을 빼는 모습이다.
최근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자본시장, 주식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들이 하고 있는 말을 듣고 있으면 기본적인 개념조차 모르면서 수능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말도 안되는 현행 규제를 문제삼으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런데 정작 이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는다. 국내주식은 장기보유 자산으로서 매력이 부족하다, 외국인이나 대주주도 자본시장의 한 축으로 인정해야 한다 등 똑같이 뻔한 소리를 한다.
시장에 가장 가까운 것은 업계 실무진이다.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이 가장 사소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 세미나를 할 때 꼭 개인투자자를 포함시키는 것은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개인 투자자가 느끼는 실질적인 불편을 듣고 싶어서 일 것이다.
오히려 개인투자자가 더 강하게 요구한다. 말도 안되는 생떼같은 주장도 정치권은 지금 시기에는 들어준다. 업계도 조금은 뻔뻔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금 시기를 놓치면 보통은 5년간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 물론 정치권은 항상 똑같은 약속을 하고 똑같이 지키지 않는다. 그래도 공식석상에서 말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은 것과 그저 공허한 약속,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것은 무게가 다를 것이다.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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